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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렁설렁 양지설렁탕

경기학광장Vol.1 _ Trip & healing

< 설렁설렁 양지설렁탕 >


- 경기학광장Vol.1 _ Trip & healing -



경기학광장은 경기문화재단 경기학센터가 발간하는 계간지입니다. 경기도와 31개 시군 지역의 역사와 문화에 관심있는 많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이용하고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넓은 공간이고자 합니다. 전문학자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경기도의 역사와 문화에 관심을 가진 누구라도 즐길 수 있도록 문을 활짝 열어두겠습니다. 경기학광장의 더 많은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경기도사이버도서관에서 원문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필자가 거주하는 경기도 군포에 자타가 공인하는 60년 전통의 최고 향토맛집 「군포식당」이 있다. 양지로만 우려낸 맑은 ‘양지설렁탕’이 유명한 곳이다. 고깃살도 푸짐하게 들어있고 겉절이와 깍두기를 곁들여 먹는 맛이 일품이다. 보쌈김치로 양지수육을 싸 먹는 ‘양지보쌈’도 빼놓을 수 없는 별미다.





설렁탕의 유래 및 역사

설렁탕의 어원은 ‘선농(先農)’에서 비롯되었다는 설이 통설이다. 고려 이후 조선조에 걸쳐 매년 경칩을 지나 첫 해일(亥日) 축시(丑時)에 동대문 밖 전농동에 있는 선농단(先農壇)에 임금이 친히 납시어 신하들과 함께 밭을 갈고 논에 모를 심는 친경(親耕) 의식을 치른 후 인류 최초로 농사법을 가르쳐 준 ‘신농씨(神農氏)’를 기리고 풍년을 기원하는 제사를 올렸는데, 밭을 간 소를 제물로 바친 후 그 소를 잡아 큰 솥에 국을 끓여 일반 백성들과 나눠먹었다. 이 때 먹은 국을 선농단에서 먹은 국이라 하여 ‘선농탕(先農湯)이라 했고 이것이 변하여 지금의 ‘설렁탕’이 되었다는 설이다.

이와 달리 구한말 학자였던 육당 최남선은 몽골어에서 차용된 말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영조 때 간행된 몽고어사전인 「몽어유해(蒙語類解)」에 의하면 몽고에서는 맹물에 고기를 넣고 끓인 것을 공탕(空湯)이라 적고 ‘슐런’이라고 읽는다. 고려 말 무신정권 시기에 겪은 약 30년간의 몽골지배를 거치면서 이들의 유목문화 중 식문화도 적지 않게 한반도에 전파되었는데, ‘슐런’에 탕(湯) 자를 붙여 부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몽골어와 한자가 중첩된 동의중복 형태에서 유래 되었다는 육당의 학설을 따르는 학자가 적지 않다. 실제 우리나라 탕 종류의 대부분은 하나같이 갈비탕, 추어탕, 용봉탕, 두부탕 같이 탕의 재료를 어간으로 삼아서이다.

한편 민간에서 회자되는 속설로는 국물이 뽀얗게 될 때까지 설렁설렁 끓인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하고, 또 국물 색깔이 눈처럼 뽀얗고 아주 진하다고 하여 한자 ‘눈 설(雪)’에 ‘짙을 농(濃)’을 붙여 써서 '설농탕(雪濃湯)‘이라 부르게 되었을 것이라는 데서 그 어원을 찾기도 한다. 그러나 별반 신빙성은 떨어진다.

선농단에서 설렁탕을 끓였다는 기록은 태조, 태종, 세종 등 여러 실록에 남아있다. 여러 설 중 결정적으로 ‘선농탕’에서 유래되었다는 설이 통설로 인정받게 된 데는 1940년에 편찬된 「조선요리학」에서 ‘세종대왕이 친경할 때 갑자기 심한 비바람이 몰아치기 시작하여 한 걸음도 옮기지 못할 형편에다 배고픔까지 견딜 수 없게 되자, 친경 때 쓰던 농우(農牛)를 잡아 맹물에 넣고 끓여 먹었는데 이것이 설농탕(設農湯)이 되었다.’는 기록이 뒷받침하는 바가 크다.

또한 「성종실록」에서도 ‘성종 6년에 월산대군과 재상 신숙주 등을 대동하고 선농단에 제사 지낸 뒤 백성을 위로하며 함께 음복하였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이때 신하가 임금께 바친 헌시 중에 “제물로 바친 살찐 소를 탕으로 하여 널리 펴시니 사물이 성하게 일고 만복이 고루 퍼져...”라는 시구가 전해오는 것으로 보아 선농단에서 탕을 끓여 함께 먹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안타깝게도 1908년 일제의 압력으로 선농단 제사는 중단되었다. 그러자 그해에 가뭄이 들었고, 순종은 농사신인 신농이 노하였다고 여겨 궁궐 안에서 따로 제사를 올렸다고 한다. 반면 일제는 농우로만 써 오던 소를 고깃소로 번식시키는 소 사육정책을 편 결과, 1930년대 말에는 한반도에 사육소가 180만 마리나 되었다. 이러다보니 소고기 값이 돼지고기 값보다 싸졌다. 당연히 설렁탕 값 도 단돈 10전에 불과해 서민음식으로 각광을 받게 되었다. 하지만 2차 세계대전과 한국동란을 거치면서 소 사육 기반이 무너지는 바람에 소고기 가격은 폭등했고 설렁탕 가격도 대폭 올랐다. 이때부터 귀한 음식일 뿐만 아니라 몸에 좋은 음식으로 대접받으며 오늘에 이르고 있다.



장국밥, 설렁탕, 곰탕

장국밥. 우리나라의 밥상은 대개 밥과 국, 반찬으로 구성되는데, 기본적으로 밥과 국 한 가지는 필수처럼 올라온다. 게다가 탕 민족이라 불릴 정도로 국에 밥을 말아먹는 것을 좋아한다. 국에 밥을 만 음식을 탕반(湯飯) 또는 장국밥이라 하며, 별다른 찬 없이 깍두기나 김치 한 가지로 간단히 한 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어서 1800년대 말 편찬된 「시의전서」나 「규곤요람」 등의 궁중 의궤에 ‘국수 대신 밥을 만 것으로 기름진 고기를 장에 조려 그 장물을 밥 위에 붓는다. 잔치나 행사 때 군인이나 악공(樂工), 여령(女 伶)들이 먹었다.’는 기록들이 많이 남아있다. 개화기에 접어들면서 전통음식점인 상반집(床食家)보다는 간단히 먹을 수 있는 장국밥집(湯飯家) 이 많이 늘어나 주막이나 장터에서 으레 주모가 큰 가마솥을 걸어놓고 국밥을 떠 주는 모습은 일상이 되었다. 국밥의 탕은 대개 고깃국으로서 설렁탕, 곰탕, 가리탕(=함경도 토속음식, 소 사골과 석기살을 푹 삶아 끓인 탕), 육개장 등이 있다.

설렁탕. 사골과 도가니, 쇠머리, 쇠족을 넣고 우설(牛舌), 허파, 지라 등과 잡육까지 뼈째 모두 한 솥에 넣고 끓인다. 고기가 반 정도 물러져 국물이 우러나면 양지머리와 사태를 덩어리째 넣어 약 한 불에서 20시간 정도 푹 끓여낸다. 곰탕보다 뼈를 많이 넣고 끓이기 때문에 국물이 한결 뽀얗다. 국물을 식힌 후 기름을 걷어내고 뼈에 붙은 고기는 발라내어 작게 썰고, 양지머리와 사태고기도 건져서 얇게 편육처럼 썬다. 따뜻하게 데운 탕 그릇에 편육을 담고, 별도로 간을 맞추지 않은 채 데운 국물을 붓는다. 먹는 사람이 소금과 파 등을 넣고 간을 맞춰 먹는다.

곰탕. 뼈째 한 솥에 넣고 끓이는 설렁탕과 달리 곰탕은 소고기 사태, 도가니 외에 소의 내장 중 곱창, 양, 곤자소니 등을 많이 넣고 끓인다. 곤자소니는 소의 창자 끝에 달린 기름기가 많은 부분 이다. 다시마나 무를 넣고 은근한 불로 3~4시간 고아서 국물이 진하고 기름지다. 고기와 무가 익으면 기름과 거품을 제거하고 건져 내어 납작하게 썬 후 양념으로 골고루 무친다. 국물을 다시 펄펄 끓이다가 양념한 고기와 무를 넣고 재래식 간장(국간장)으로 미리 간을 맞춰 내는 게 전통방식이다. 하지만 요즈음은 대부분 먹을 때 소금으로 간을 맞추게 해 설렁탕과 별반 차이가 없다.

곰탕은 곰국이라고도 하는데, 1800년대 말에 편찬된 「시의전서」에 처음 언급된다. ‘고음(膏飮)국은 큰솥에 물을 많이 붓고 다리뼈, 사태, 도가니, 홀때기, 꼬리, 양, 곤자소니, 전복, 해삼을 넣고 은근한 불로 푹 고아야 국물이 진하고 뽀얗다’고 하였다. 흔히 곰탕은 한자로는 ‘공탕(空湯)’이라 쓰고 몽골어로는 ‘슐런’이라 읽었다는 설렁탕의 두 번째 어원설과 동일시 여기는 학자도 있다. 즉 비슷한 개념의 고깃국으로서 한어 ’공탕’이 변하여 곰탕이 되고, 몽골어 ‘슐런탕’이 변하여 설렁탕이 되었다는 것이다. 해를 거듭할수록 경계가 모호해지는 설렁탕과 곰탕, 명칭만큼이나 재료와 맛, 먹는 방법에서는 차이를 둬야 하지 않을까.

               

설렁탕의 효능 효과

설렁탕 한 그릇(600g 기준)의 영양성분은 탄수화물 12.56g, 단백질 59.58g, 지방 14,59g, 당류 0.25g, 나트륨 685.78mg, 콜레스테롤 145.33mg, 포화지방산 5.72g, 트랜스지방 0.4g 등으로써 열량이 약 420kcal이다. 여기다 밥 한 공기(200g 기준)를 첨가하면 300kcal가 더 불어나 700kcal를 능가한다. 고단백 고칼로리 음식이라서 몸이 허하거나 고된 일을 하고 난 뒤 먹기에는 안성 맞춤이다.

소고기와 뼈를 통째로 우려낸 뽀얀 국물엔 각종 아미노산과 칼슘(Ca), 마그네슘(Mg), 인(P) 등 무기질과 연골 조직에 많은 콘드로이친(Condroitin) 등도 다량 녹아 있다. 사골에는 근육이나 관절을 튼튼하게 하는 콜라겐(Collagen)이라 불리는 경단백질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영양소로 인해 눈의 각막과 관절을 보호하고 뼈 형성을 촉진하며 피부의 보습 및 재생에 효과가 있어서 노화 억제 및 피부미용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송송 썰어 넣은 파에도 칼슘과 비타민이 풍부하여 균형 잡힌 영양식으로 손색이 없고 특유의 향취가 입맛을 더해준다.

한국인은 특히 칼슘 섭취가 부족하여 골다공증 같은 골·관절 질환에 걸리기 쉬운데, 뼈에서 우러나온 설렁탕 국물은 칼슘 보충에 큰 도움을 준다. 그러나 진한 국물이 오히려 역효과를 내기도 하는데, 같은 뼈로 중탕 재탕을 하게 되면 칼슘보다 인의 함량이 높아지게 된다. 그러면 체내에서 인이 배출될 때 몸속의 칼슘과 결합하여 함께 배출되기 때문에 체내 칼슘이 소실될 수 있다. 또한 싱겁다고 계속 소금을 첨가하게 되면 나트륨 함량이 높아져 칼슘 흡수를 방해하게 된다. 따라서 설렁탕을 제대로 드시려면 한번 푹 끓인 육수로 짜지 않게 드셔야 한다.

군포 제일의 설렁탕 맛집, 「군포식당」



경기도 군포천변에는 100여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군포장이라는 5일장이 열렸다. 한때 안양장에 통폐합되어 시장이 사라진 적도 있었지만, 정조 때 이곳을 지나가던 좌의정 채제공에게 마을 주민들이 청원한 끝에 왕명으로 재개장하게 되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장이 설 때면 어김없이 주막거리도 형성되었는데, 최고의 인기메뉴는 단연 손쉽게 말아먹는 장국밥이었다.

「군포식당」은 옛날 군포장과 그리 멀지않은 현재의 군포역 근처에 있으며 군포시에서는 역사가 가장 오랜 음식점이다. 메뉴는 한우양지설렁탕과 한우양지수육, 보쌈제육 딱 3가지, 그러나 60년의 역사를 자랑할만큼 한 우물만 파왔다. 1959년 군포역 앞에 서 김정숙 할머니가 처음 문을 열었고, 1967년 현재의 자리로 옮겨와 지금은 딸 이숙영 씨가 바통을 이어받아 맛집의 역사를 이어가고 있는 설렁탕 전문음식점이다.





설렁탕의 이름을 굳이 ‘한우양지설렁탕’이라고 붙인 것은 그냥 설렁탕이라고 하면 일반 대중음식과 차별화가 되지 않아서였다. 한우 사골과 잡뼈 한 벌을 다 넣은 후 하룻밤 푹 삶아 기본 국물을 우려낸다. 거기에 양지를 삶아 국물 맛을 돋우고 삶아낸 양지를 꺼내 먹기 좋게 썰어서 탕에 다시 넣은 후 손님들에게 내놓는다. 60년을 한결같이 100% 한우만 고집하고 양지 이외에는 일체 사용하지 않아 국물 맛이 진하면서도 구수하고 깔끔하다. 또한 직접 담근 겉절이김치와 깍두기가 맛을 더해준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양지일까. 양지는 소의 대분할 부위 명칭으로 소 몸통의 앞가슴에서부터 복부 아래쪽 부위의 살코기다. 양지머리, 차돌박이, 업진살, 업진안살과 채끝 부위에 연접되어 분리된 복부의 치마양지, 치마살, 앞치마살이 포함되는 부위이다.

운동량이 대단히 많은 근육들이라서 지방이 거의 없고 질긴 것이 특징이다. 그렇지만 육단백질의 향미가 강하고 근섬유다발로 인해 결대로 잘 찢어지는 특성이 있다. 전골, 육수, 장조림 등 다양한 요리에 이용되는데, 질긴 식감 때문에 오래 끓이는 요리에 이용하는 것이 좋다. 오래 끓일수록 우러나는 육단백질의 향과 맛은 양지가 단연 으뜸이기 때문이다.

식당 문을 들어서면 ‘한국 맛있는 집 777점’ 선정식당 포스터와 야구선수 박찬호, 류현진 등 유명인사들의 방문기념 사진이 눈에 띤다. 1960년대 후반에는 박정희 대통령이 소문을 듣고 찾아와 더 욱 유명해졌고, 삼성그룹 창업주 이병철 회장을 비롯해 숱한 기업인들이 군포식당을 찾았다. 필자도 2년 전 강연차 오신 소설가 이외수 선생을 모시고 이곳에서 탕과 수육을 맛본 적이 있다. 미식 가인 선생도 극찬을 아끼지 않았던 걸로 기억된다. 식당 2층은 별실로 꾸며져 이런저런 모임을 갖기 좋고, 식당 문 앞은 꽤 넓은 주차시설이 갖춰져 있어서 승용차로 다녀가기에도 전혀 불편함이 없다.

밝은 미소로 맞아주는 이숙영 대표는 “초창기에 다녀가신 여러 분들이 잊지 않고 들러주시고 그분의 자손들까지 단골손님으로 찾아주실 때 큰 보람을 느낍니다. 저희들도 쭉 3대, 4대로 가업을 전수하여 100년 전통의 향토음식점으로 이어가겠습니다. 추운 날 씨에 온기를 불어넣는 한우양지설렁탕은 한여름에는 더위에 지친 몸을 보하는 보양탕 역할을 합니다. 저희 군포식당에 오셔서 잃어버린 원기를 되찾아 가시기 바랍니다.”라며 감사와 포부를 밝힌다.

위치 I 군포시 군포로556번길 6
전화 I 031)452-0025
영업 I 오전 8시 - 오후 9시(명절, 첫째/셋째 일요일은 휴점)
메뉴 I 한우양지설렁탕 10,000 / 한우양지수육 (대)43,000, (소)30,000 / 보쌈제육 (대)35,000, (소)25,000


글 신완섭

동아대학교 경영학과와 부산대 경영대학원에서 마케팅을 전공했다. 2000년대 중반 의약사가족을 위한 먹거리장터를 운영하던 중 식품에 대한 공부에 매진하여 <몸에 좋은 행복식품 다이어리>, <알아야 제맛인 우리먹거리 > 등 식품서적 다수를 출간하고 우리나라 지역특산물 연구를 위한 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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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ormation

  • 경기학광장 Vol.1 _ 2019 여름창간호

    발행처/ 경기문화재단 경기학센터

    발행인/ 강헌

    기획/ 이지훈, 김성태

    발행일/ 2019.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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