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다순

경기문화재단

길목에서 만난 풍경에 목적지를 잊다

경기학광장Vol.2 _ Trip & Healing

< 길목에서 만난 풍경에 목적지를 잊다 >


- 경기학광장Vol.2 _ Trip & Healing -



경기학광장은 경기문화재단 경기학센터가 발간하는 계간지입니다. 경기도와 31개 시군 지역의 역사와 문화에 관심있는 많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이용하고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넓은 공간이고자 합니다. 전문학자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경기도의 역사와 문화에 관심을 가진 누구라도 즐길 수 있도록 문을 활짝 열어두겠습니다. 경기학광장의 더 많은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경기도사이버도서관에서 원문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공항으로 가는 길목에, 서울과 인천이라는 대도시 사이에, 닿을 수 없는 북한 땅 바로 아랫녘에 김포라는 도시가 있다. 종착지가 아닌, 그저 거쳐 가는 정거장과 같은 고장 김포. 강과 바다를 연결하는 수로 아라뱃길은 딱 김포를 닮았다. 사람들은 흔히 목적지 그 자체가 아니라 목적지까지 닿는 여정이 여행의 정수라고 말하곤 한다. 해서 그 여정에 김포가 있다면 이제는 지나치지 말고 잠시 들러볼 일이다. 김포라는 경유지에 아스라하고도 매력적인 풍경이 존재한다.

경인아라뱃길에서는 요트 체험을 할 수 있다.

‘김현아’에 가본 이들이 적지 않다. 십중팔구는 김현아가 누군지 궁금해 하거나 동명의 연예인을 떠올리겠지만 쇼핑을 즐기는 이들이라면 김포 현대프리미엄아웃렛의 줄임말임을 바로 알아챌 것이다. 프리미엄 아웃렛은 세련되고 여유로운 분위기의 쇼핑단지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고급 브랜드 의류를 구매할 수 있는 장점으로 2000년대 후반부터 큰 인기를 구가해왔다. 김포 현대프리미엄아웃렛 역시 그 중 한 곳으로 이제는 김포의 나들이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이곳 아웃렛의 창밖 전망은 대단히 훌륭하다. 건물 동쪽으로 한강이 흐르고 전면으로 뱃길이 나 있다. 바로 한강과 서해를 잇는 아라뱃길이다. 흥미롭게도 ‘김현아’는 알아도 김현아 앞을 흐르는 아라뱃길은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나 아웃렛 바로 옆에 자리한 아라김포여객터미널과 아라마리나는 아웃렛보다 덜 알려졌다. 사실 쇼핑을 주 목적으로 아웃렛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기에 아라뱃길의 수변로가 서울의 한강공원처럼 활기찬 모습을 갖기란 당분간 어려울 듯싶다. 그늘막과 편의시설, 정원이 조금만 더 잘 갖춰지면 좋겠다는 바람은 어디까지나 앞뒤 사정 모르는 이방인의 바람인지도 모른다.

섬과 육지 그 사이, 바다와 강 그 중간


경인아라뱃길 아라마리나에 정박한 요트들

아라뱃길은 서울 행주대교 인근의 아라 한강갑문에서 시작해 김포와 인천을 거쳐 서해 바다로 뻗 어있다. 이름은 우리 민요 <아리랑>의 후렴구인 ‘아라리오’와 바다의 옛말 ‘아라’에서 따왔다. 총연장 18km에 하폭 80m로 2012년 개통했다. 그러니까 아웃렛 앞으로 흐르는 물길을 따라 곧장 나아가면 바다에 닿는다. 아쉽게도 현재로선 일반인이 배를 타고 서해까지 갈 수 있는 여객 노선이 없다. 다만 크루즈선을 타고 여유롭게 아라뱃길 일부 구간을 돌아볼 수는 있다. 크고 작은 요트들이 계류장에 정박한 풍경이 사뭇 이국적인 아라마리나에서는 크루즈 요트와 카약, 수상자전거, 페달보트 등의 수상 레저를 즐길 수도 있다. 아는 사람만 알고 찾기에 아직까지는 활성화된 분위기가 아니라서 적막한 물길을 보고 있자면 일본 오타루나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운하처럼 관광 자원으로 부상하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게 된다.
아라뱃길이 열리면서 반도였던 김포는 사실상 섬이 되었다. 이웃한 강화도처럼 교량이 없으면 배를 타고 건너야 갈 수 있는 도시다. 육지인 듯 육지가 아니고 섬인 듯 또 섬이라 말할 수 없는 도시. 인구천만의 수도 서울과 맞닿아 있는 동시에 현재로선 갈 수 없는 북한의 경기도 개풍군과 마주보는 도시. 바다가 지척이지만 바다에 닿진 않은, 단지 강으로 둘러싸인 도시 김포. 필자는 성인이 되기 전까지 김포시의 상징은 김포국제공항이라 여겼다. 물론 공항이 개항할 당시에는 행정구역상 김포군 소속이 맞았지만 1963년 이후로는 줄곧 서울시 소속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김포를 두고 우스갯소리로 ‘공항 빼고 다 있는 도시’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김포는 다만 김포국제공항과 인천국제 공항 사이에 있어 바다뿐 아니라 하늘로 향하는 길목이다
이러한 숱한 이유들로 김포는 목적지보다는 정거장의 느낌이고 큰 도시들, 심지어 닿을 수 없는 도시 사이에 끼인 경계의 도시처럼 느껴진다. 그로 인해 김포는 여행지로서 언급이 잦은 도시는 아니지만 바로 그 ‘경계’에 있는 이유로 아쉬움보다는 매력이 많은 도시다. 여행지라는 수식이 거창하게 느껴진다면 한나절 소풍을 즐길만 한 장소로 김포는 아주 적절한 선택지가 될 수 있다.


김포시청 앞 메타세콰이아길

진정한 한강의 도시

한강신도시의 쉼터 역할을 하는 한강중앙공원

먼저 거론되어야 할 곳은 단연 한강이다. 한강은 때로 서울의 전유물처럼 여겨지지만 어디 흐르는 물을 무 베듯 자를 수 있는 노릇인가. 김포 시내 아파트들과 공원들은 온통 ‘한강’이라는 고유명사 를 성처럼 쓰고 있다. 당연히 도시를 둘러싸고 또 지나는 물길이 한강이기 때문이다. 한강 하류, 한강신도시의 일부인 김포시 운양동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야생조류생태공원이 자리한다. 강변에 우뚝 선 전망대와 넓은 강변 공원에서 야생조류를 탐조할 수 있다. 특히 김포 한강 하류는 멸종위기2급 조류인 큰기러기와 천연기념물 제 203호인 재두루미가 겨울마다 찾는 겨울철새의 보금자리다. 지상 3층의 전망대에 오르면 한강 하류와 그 너머 일산의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오고 강 주변을 유유히 날아오르는 철새들을 관찰할 수 있다. 한없이 평화롭고 목가적인 분위기는 우리가 흔히 알았던 한강의 풍경, 가령 높은 빌딩들이 도열하고 거대한 다리들이 한 집 건너 한 집처럼 자리 잡은 서울의 한강과는 다르다. 굳이 비교를 하면 철새 도래지가 곳곳에 있는 금강 유역과 닮은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