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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팅룸

온라인 교육 플랫폼으로서의 미술관(2)

황정인

교육 전문 온라인 플랫폼의 등장

코로나 상황으로 모든 교육기관이 비대면 방식의 교육 체제로 전환하면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다양한 교육 방식을 모색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사실 비대면 교육 시스템은 코로나 상황 이전부터 원격학습(distance learning)의 형식으로 세계 각국에서 다양한 목적으로 시행되어 온 교육 방식이다. 2012년 대규모 사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온라인 공개 수업(Massive Open Online Course, 이하 MOOC)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전 세계 대학과 문화예술기관의 강의를 유·무료로 자유롭게 수강할 수 있는 플랫폼이 대거 등장했고*, 이것은 문화예술계 교육프로그램 개발에도 박차를 가했다. 코로나 상황에 관계없이 해외의 주요 문화예술기관은 기존의 전시연계 행사로서 교육프로그램을 국한시켰던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교육 콘텐츠를 전문적으로 배급하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대안적 의미의 미술교육기관이자 평생교육기관으로서의 그 역할을 수행해오고 있다.

* 우리나라에서는 2015년 한국형 온라인 공개 강좌 플랫폼인 K-MOOC가 첫 선을 보였다.

     


- MOOC의 개념을 도식화한 매튜 플러드(Mathieu Plourde)의 MOOC 포스터 -

(MOOC poster April 4, 2013 by Mathieu Plourde licensed CC-BY on Flickr, explores the meaning of  "Massive Open Online Courses" aka MOOCs.)


뉴욕현대미술관의 온라인 공개 수업

뉴욕현대미술관(Museum of Modern Art, MoMA, 이하 모마)은 대표적인 MOOC 플랫폼 중 하나인 코세라(Coursera)*를 통해 현대미술과 디자인에 관한 특화 과정과 더불어 스튜디오를 통해 보는 전후추상회화, 미술과 개념을 통한 주제별 학습 지도, 학교 강의를 위한 미술관 교육 전략, 사진으로 세상보기, 예술과 연계하기 위한 참여형 전략 등의 주제별 강좌를 제공하고 있다. 각 강좌는 짧게는 4주, 길게는 7개월간의 과정을 거쳐 수강이 가능하며, 교육, 영상, 건축 및 디자인, 사진, 드로잉 및 프린트, 미디어 및 퍼포먼스 등 뉴욕현대미술관 6개 분과에서 근무하는 14명의 전문가가 강의를 맡아 진행한다. 모든 강좌는 미술관의 소장품과 작가 연구 데이터베이스, 미술관 전문 인력과 네트워킹 시스템을 기반으로 체계적으로 진행된다. 강의는 기본적으로 무료 제공되며, 일정한 비용을 지불하면 과제와 테스트, 강사 피드백이 제공되는 수료증 이수 과정으로도 수강이 가능하다. 수강료를 지불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재정지원 프로그램도 마련되어 있다. 미국자연사박물관(American Museum of Natural History), 샌프란시스코과학관(Exploratorium)도 코세라를 통한 온라인 공개 수업 방식을 채택했다.

* 코세라(Coursera)는 2012년 설립된 세계 최대의 온라인 공개 수업(Massive Open Online Course, MOOC) 플랫폼으로 MOOC 산업 부흥을 이끈 1세대 기업 중 하나다. 초창기 컴퓨터과학 분야의 강의를 시작으로 운영되었으며, 현재는 세계 200여개 이상의 대학 및 기업과의 협업 아래 외국어, 창업, 경영, 데이터과학, 예술, 디자인, 인문학 등 다양한 분야의 강의를 제공하고 있다. 코세라 공식홈페이지



- 코세라에서 소개하는 모마의 온라인 공개 수업 전용 페이지 -


스미소니언 협회의 온라인 공개 수업

스미소니언 협회(Smithsonian Institution, 이하 스미소니언)에덱스(edX)*와 협업하여 스미소니언X(SmithsonianX)라는 명칭으로 16개의 주제별 수업을 제공하고 있다. 강의주제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박물관 및 리서치 콤플렉스인 스미소니언의 규모에 걸맞게, 환경, 기후변화, 교육, 역사, 철학, 기술, 대중문화, 디자인 등으로 광범위하다.

에덱스에는 스미소니언 소속 미술관인 워싱턴국립미술관(National Gallery of Art)과 함께 예술을 통한 비판적 사고 교육법(Teaching Critical Thinking through Art with the National Gallery of Art)이라는 강의가 개설되어 있다. 워싱턴국립미술관은 워싱턴 DC 지역 학교 선생님들의 교습법 개발을 위해 이미 개설된 미술관의 자체 프로그램 아트 어라운드 더 코너(Art Around the Corner)와 연결하여 아이들이 예술 작품을 통해 비판적 사고력을 기를 수 있도록 교사들의 심층 지도를 돕는 5개의 온라인 강좌를 개설했다. 이 프로그램은 학생들의 학년, 과목, 교육적 배경, 미술관 방문여부에 상관없이 교사가 작품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사고력 교육을 진행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강좌로, 하버드 교육대학원의 프로젝트 제로(Project Zero)가 개발한 예술적 사고(Artful Thinking) 교육학 방법론을 접목하여 개설되었다. 강좌는 20여개의 시청각자료와 학생과의 쌍방형 교육법에 대한 상세한 설명으로 구성되며, 강의에 사용되는 작품 이미지는 학습을 위해 고해상도 이미지로 제공된다.

* 에덱스(edX)는 하버드대학과 MIT가 설립한 온라인 공개 수업 플랫폼으로, 코세라와 함께 1세대 MOOC 산업 부흥을 이끈 비영리 기업이다. 2020년 7월말 집계로 전 세계 196개국 6천명 이상의 전문 강사진이 3천개 이상의 온라인 코스를 운영 중이며 수강생은 약 3천 3백만명에 이른다. 에덱스 공식홈페이지



- 워싱턴국립미술관과 함께하는 예술 매개 비판적 사고 교습 홍보 영상 -


이밖에도 스미소니언 소속 국립흑인역사문화박물관(National Museum of African American History and Culture), 국립미국사박물관(National Museum of American History), 국립초상화미술관(National Portrait Gallery), 스미소니언미술관(Smithsonian American Art Museum)의 소장품을 활용한 학제간의 교육법(Interdisciplinary Teaching with Museum Objects)을 소개하며, 각 기관의 교육, 디지털 미디어, 전시, 지역프로그램 등 부서별 전문가들이 서로 협업하여 온오프라인으로 활용 가능한 강좌 내용을 알차게 구성하고 있다. 에덱스는 코세라와 마찬가지로 단기 혹은 중장기적으로 학습자가 본인의 자기계발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교육내용을 자발적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제공하며,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무료 강의 외에 유료 학습을 통한 수료증 발급제도를 함께 운영한다. 참고로 스미소니언은 에덱스를 통한 온라인 교육 강좌 외에도 별도의 교육전용 온라인 플랫폼인 스미소니언 러닝 랩(Smithsonian Learning Lab)을 개발하여 교육콘텐츠 개발을 위한 온라인 리소스를 제공하고 있다.



- 스미소니언 랩 홍보 영상 -


칸아카데미와 스마트히스토리의 온라인 공개 수업

칸아카데미(Khan Academy)는 교육자인 살만 칸(Salman Khan)이 2008년 설립한 비영리 온라인 교육 플랫폼으로 코세라, 에덱스와 더불어 MOOC 1세대를 대표하는 기관이다. 칸아카데미는 수학(미취학아동부터 대학생까지 단계별 강의 제공), 영어(미취학아동부터 중학생까지 단계별 강의 제공), 과학, 컴퓨터, 경제, 예술, 인문학, 생활지식, 대학입학시험준비에 이르는 과목을 주로 다룬다. 특히 칸아카데미의 미술사 디렉토리에서는 선사시대미술에서 현대미술에 이르는 미술의 역사뿐만 아니라, 권역별 미술사, 미술관에 대한 이해, 미술을 보는 방식, 미술의 창작과 보존, 문화재 보존의 문제 등 전통적으로 다뤄졌던 미술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에서부터 오늘날 미술계가 생각해봐야할 문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토픽을 다각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강의를 구성하고 있다. 특히 미술사 강의 영상에서는 전문가들이 미술관 내 작품 앞에서 서로 대화하듯이 현장감 있게 작품을 분석, 해석하는 방식을 취한다. 각각의 영상은 자막과 스크립트가 함께 제공되어, 학습자가 강의의 속도를 잘 따라가며 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코로나 국면을 맞이하여 휴교로 인해 아이들의 학습을 책임져야 하는 교사, 학부모를 위해 일일학습계획표원격 학습 지도 자료를 제공하는 점도 눈길을 끈다.



- 칸아카데미의 교육 분야별 카테고리 -



- 스마트히스토리 소개 영상 -


스마트히스토리(Smarthistory)는 칸아카데미의 미술사 분과장을 역임한 미술사가 베스 해리스(Dr. Beth Harris)와 스티븐 주커(Dr. Steven Zucker)가 2005년 설립한 미술사 교육 전문 비영리 기관이다. 스마트히스토리는 미술, 역사, 대화를 키워드로 하여 미술사학자들의 학자적 시각으로 작품을 도해하면서 작품에 대한 학습자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낸다. 앞서 소개한 칸아카데미 미술사 분과의 공식 파트너 기관이기도 하다. 칸아카데미와 스마트히스토리 모두 각각의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으며, 비영리로 운영되는 이들 기관의 교육콘텐츠는 온라인에서 무료로 제공된다. 참고로 칸아카데미와 스마트히스토리는 앞서 소개한 뉴욕현대미술관과 스미소니언 협회와 같이 미술관, 박물관이 주체가 되어 교육 전문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공개 수업을 배급하는 방식과는 다르지만, 다양한 문화예술기관 및 미디어 기업 등과 파트너십을 구축하여 지속적으로 미술 전문 교육프로그램을 생산, 운영하는 곳으로 분류할 수 있다.


- 무크 업계 주요 회사들(Major Players in the MOOC Universe)의 운영자산 흐름을 보려주는 그림 -

(회사 기업, 벤처캐피탈, 비영리기관, 고등교육 기관과의 협업과 투자 구조를 살펴볼 수 있다. 인포그래픽 컨셉 및 텍스트: 제리사 홀더웨이(Xarissa Holdaway), 일러스트: 나이젤 호튼(Nigel Hawtin))


새로운 미술 전문 교육기관의 탄생

온라인 공개 수업을 운영하는 교육 전문 플랫폼과 협업 체계를 구축하고 있는 문화예술기관은 이미 오랫동안 교육을 통해 기관의 정체성을 재확인하면서 공공재로서의 미술관의 가치*를 실현해왔다. 하지만 이들은 앞서 《셰어 미》에서 소개된 사례들과 달리, 일반인의 접근성을 더욱 넓히고, 양질의 교육 콘텐츠를 중장기적으로 제공함으로써, 수요자가 더욱 확실한 교육적 효과를 누릴 수 있도록 기관 스스로가 대안적 미술 교육기관이 되는 방식을 적극적으로 취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제 미술관은 일반적으로 진행되는 일회성 성격의 교육프로그램에서 벗어나, 정규 과정을 통해 주제에 대한 학습자의 이해도를 순차적으로 높이고, 시공간의 구애를 받지 않는 자기 주도적 학습이 가능하며, 전 과정 이수자에게 수료증을 지급하여 자기계발 및 진로선택의 기회를 제공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이로써 평생교육기관으로서의 미술관이라는 표현은 이제 미술관을 실제로 방문하여 작품을 감상하고 교육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에 한정된 개념이 아니라, 미술관이 디지털 환경 속에서 하나의 독립적인 대안적 교육 기관으로 그 역할을 수행하는 단계로 넘어가면서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 국내에서는 2005년 제정된 문화예술교육지원법에 의거, 같은 해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설립되면서 문화예술교육 수혜 환경 조성을 위한 문화예술 기관의 교육프로그램 운영 및 개발, 전문인력 양성, 국제교류, 학술사업 등이 본격화 되었다. 그에 따라 2000년대 중반부터 국공립, 사립미술관에서도 미술관의 교육 전문 에듀케이터(educator)를 두어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기획, 진행하는 등 기관의 교육적 기능을 강화하며 문화적 공공재로서 미술관이 지닌 공공성을 실천해왔다.


미술교육, 그리고 우리의 과제

세계 각국에서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닌 학교가 문을 닫거나, 갑작스러운 온라인 교육 체제로의 변화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학과가 통폐합되었다는 안타까운 소식도 들리는 요즘이다. 물론 폐교나 학과통합의 배경에는 학생 인구 감소, 학생들의 관심사 변화로 인한 비인기 과목의 증가, 학교 운영 자체에 대한 신뢰도 부족 등의 많은 이유로 이전부터 운영난을 겪고 있던 교육 기관들도 많았겠지만, 코비드19가 이러한 위기 상황을 더욱 가중시킨 것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서 살펴본 사례들과 코로나 상황에서 비대면 교육체제가 일상이 되고 있는 현실에서 목도했듯이, 이 같은 변화의 상황에도 불구하고 교육은 온라인 플랫폼을 매개로 공공의 영역에서 가장 자유롭게 벌어질 수 있는 행위이자 과정으로서 그 어느 때보다 중요성이 커졌다.

여전히 교육, 특히 미술교육은 실기라는 실질적인 수행과 기술의 연마의 과정을 통해서만 습득될 수 있는 고유의 특성이 어떻게 보완될 수 있는지, 창작 환경 조성을 위한 현실적인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등의 문제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 작품의 감상에 있어서도 전시의 맥락 안에서 눈으로 직접 작품을 대면할 때 느낄 수 있는 현장감과 감동은 온라인 플랫폼에서 풀 수 없는 또 다른 감각의 영역이다. 하지만 온오프라인 상의 어떠한 교육의 형태도 그 과정 안에서는 그것의 전달 방식으로 인해 감상과 배움이 지닌 고유한 가치를 폄하할 수는 없다. 이제 우리는 모두에게 주어진 위기의 상황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평생교육기관으로서 미술관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좀 더 적극적으로 모색해야만 한다. 결국에는 그러한 방향 설정에 따라 뉴노멀 시대의 미술교육의 새로운 기준이 세워지고, 그 시대의 가장 적절한 대안이 탄생하기 때문이다.



information

  • 황정인/ 미술이론과 문화산업을 공부했다. 사비나미술관과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다방 큐레이터로 재직했으며, 현재 독립 큐레이터이자 미팅룸 디렉터로 활동하고 있다. 문화예술기관의 온라인 데이터베이스 구축과 활용에 관심이 많으며, 지식정보를 매개로 한 다양한 네트워크의 형성, 유지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아울러 다국어 마케팅 회사인 컬처플리퍼에서 아트 프로젝트 리드로 활동하면서 언어전문가들과 함께 국내외 문화예술기관 콘텐츠의 해외 현지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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