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다순보기

경기상상캠퍼스

수학 교사가 키우는 음악 부캐 '선생님의 첫사랑'

<청년을 노래한다> 아티스트 소개

코로나19로 인해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됐고,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공연장은 전부 폐쇄됐다. 기약 없는 기다림 속에서 청년들은, 크리에이터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경기문화재단이 개최한 '2020 도민 공감공연, 청년을 노래한다'에는 코로나19 시대 속에서 무대가 간절한, 자신의 콘텐츠가 확고한 60여명의 크리에이터가 참여한다. 지쳐가는 시민들에, 그리고 자기 자신을 위해 노래할 청년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청년을노래한다

쉰세 번째 인터뷰




'청년을 노래한다'에 참여한 선생님의 첫사랑, 고창언씨 [사진= 선생님의 첫사랑 제공]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고등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는 평범한 수학교사 고창언입니다. 다들 그렇듯이 수학을 좋아하고, 음악 듣는 걸 좋아합니다. 그리고 무대에서 기타 치고 노래하는 걸 좋아해서 부캐로 '버스커'를 키우고 있습니다.


언제부터 노래를 좋아하고, 불러오셨나요?

중학생 때 친구들과 노래방 다니는 걸 정말 좋아했어요. 노래방에 가면 버즈가 되어 나에게로 여행을 떠나고, 때론 SG워너비가 되어 소몰이를 열심히 했습니다. 그리고 성인이 되어 노래를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퇴근 후 보컬 레슨을 받으며 연습하고 있습니다.


학교에서도 끼를 감추기 어려우실 것 같은데, 노래와 학교와 관련된 에피소드도 갖고 계신지

교실에서 노래를 여러 번 불렀고, 학교 축제에서 제자와 듀엣을 하기도 했습니다. 얼마 전 중간고사가 끝나고 아이들이 야외 수업을 하자고 졸라서 어쩔 수 없이 운동장으로 나갔어요. 그러니까 또 버스킹을 해달라고 졸라서 정말 어쩔 수 없이(?) 기타를 메고 운동장에서 공연을 했죠.

제가 버스킹 무대에서는 잘 떨지 않는데 아이들 앞에서는 엄청 떨었던 게 기억에 남아요. 실수도 많이 했지만 학생들이 호응을 너무 잘 해줘서 정말 고마웠고요. 또 즉석에서 학생을 불러내 듀엣으로 무대를 만들어 함께 노래 부르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답니다.


고창언씨의 본캐는 고등학교 선생님, 가끔은 학교에서 즉흥 무대가 열리기도 한다



자작곡을 만들어 부르시기도 했는데, 어떤 노래가 있나요?

군대를 막 전역하고 학교에 복학했을 때 선배와 대학교 축제 가요제에 나가기로 했어요. 자작곡을 만들자는 얘기가 나와서 각자 갖고 있는 사랑 이야기를 가사에 담아 곡을 만들었죠.

이건 제 부캐 이름인 '선생님의 첫사랑'과도 연결된 이야긴데요. 학교에서 아이들이 '연애했던 이야기해주세요', '첫사랑 얘기해주세요'라고 했을 때 제가 푸는 썰(?)이 이 가사 내용이거든요(웃음). 그래서 활동명을 이렇게 짓게 됐고 공연 콘셉트도 선생님이 첫사랑을 이야기하는 것처럼 짜봤어요.


학교에 계시기 때문에 코로나19 영향을 많이 받으셨을 것 같은데, 어떤 1년을 보내셨나요?

개학 연기, 온라인 수업 등으로 학교에 아이들이 한동안 없었어요. 봄은 왔고 새 학기는 시작됐는데 학교는 텅 비어있었죠. 시끌벅적한 교실이 너무 그리웠어요. 텅 빈 교실에서 아이패드를 세워놓고 온라인 수업을 하는데 쌍방향 소통이라고는 하지만 외롭고 힘이 안 났어요. 지금은 다행히 방역 수칙에 따라 아이들이 등교하는데 너무 반갑고 수업이 즐겁습니다. 답답한 마스크를 쓰고 항상 거리두기를 하고 있지만 함께 같은 교실에서 눈을 마주치고 소통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지내고 있답니다.


'청년을 노래한다'는 어떤 계기로 참여하게 되셨나요?

장범준님이 만든 게임 노래 '실버판테온'을 듣고 오랫동안 놓았던 기타를 다시 잡았어요. 고등학교, 대학교 때 밴드부를 하면서 기타를 쳤었는데 한동안 흥미가 떨어져 방구석에 먼지만 쌓여 있었거든요. 그런데 마침 제가 즐겨 하는 게임을 주제로 한 노래를 들으니 기타를 다시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새 기타를 사고 게임 보다 열심히 기타를 연습했어요.

혼자 연습만 하다 보니까 공연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고, 마침 '청년을 노래한다'를 발견해 지원하게 됐어요. 예전부터 버스킹을 꼭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는데 실력은 부족하지만 한번 도전해보고 싶었습니다. 운 좋게 제가 선발돼 정말 즐겁고 감사한 마음으로 '청년을 노래한다'에 참여하고 있어요.



'청년을 노래한다' 버스킹을 진행 중인 고창언씨



어떠한 무대를 준비하셨나요?

선생님이 들려주는 첫사랑 이야기 콘셉트로 공연을 진행해보고자 했습니다. 자작곡도 부를 예정인데요. 가사도 제가 실제 했던 연애 경험이 들어가 있고, 노래 멜로디나 진행도 사랑을 시작하는 풋풋함을 담았어요. 관객이 학생 때를 회상하고, 수학 선생님의 사랑 이야기를 듣고 즐거워하는 그림이 그려지면 좋겠습니다.

또 평범한 선생님이 이런 버스킹 무대에 도전하는 모습을 보고 학생들도 자신이 도전할 수 있다는 용기를 얻고 동기부여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선생님의 플레이리스트 중, 꼭 추천하고 싶은 노래와 이유는 무엇인가요?

요즘 1시간 반복으로 듣고 있는 선우정아 '도망가자' 노래를 추천하고 싶어요. 학생들이 고민을 얘기할 때 제가 할 수 있는 대답이 '괜찮아', '다시 해보자', '노력하면 다 할 수 있어'와 같은 말밖에 없었는데요. 이게 긍정을 강요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더라고요. 그런데 이 노래는 '같이 도망치자', '잠시 쉬어도 돼', '아무 생각 말자'와 같은 위로 말들. 제가 할 수 없는 말들을 담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학생들이나 혹은 지금 힘드신 분들이 이 노래를 듣고 잠시 아무 생각 없이 도망치고 위로받으셨으면 좋겠어요.


앞으로는 어떤 창작활동을 이어가고 싶으신가요?

공연을 하고 여러 가수의 노래 커버를 하면서 작사 작곡을 직접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온라인으로 기타 코드 화성학 강좌를 신청해서 듣고 있고, 퇴근 후 미디 작업을 배울 수 있는 학원을 알아보고 있습니다. 또 계속해서 버스킹 공연을 하며 관객과 소통하고 싶습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아마추어인 저를 버스킹 무대에 세워주신 '청년을 노래한다' 팀에 감사드립니다. 60팀 중 한 팀이지만, 저에게는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고 앞으로 더 진지하게 음악 활동을 할 수 있는 자신감을 얻는 계기가 됐습니다.

또, 이 글을 볼 가능성은 정말 낮겠지만 남양주 팔당역에서 열린 '청년을 노래한다' 공연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봐 주시고 손뼉 쳐 주시던 가족분들 정말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계속 이런저런 공연활동을 이어 가겠지만, 사람도 없고 날씨도 추웠던 곳에서 담요를 덮고 공연을 봐주신 가족분들은 계속 떠오를 것 같습니다. 이 소중한 기억 잘 간직하고 많은 사람에게 감사함을 나눌 수 있는 선생님 버스커가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걱정은 잠시 내려놓고 잠시 쉬었다가 씩씩하게 돌아오시길 바랍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

/ 선생님의 첫사랑, 고창언



무대가 사라져도

창작은 계속된다


'청년을 노래한다'는 경기도에 사는 음악 전문 크리에이터 60팀을 발굴해 공연예술 활동 기회를 제공하고 버스킹 공연을 통해 전문예술인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주기 위한 사업이다.

6월부터 11월까지 경기도 문화의 날(매달 마지막 수요일)과 경기 문화의 날 주간, 주말 및 공휴일에 경기도 각 지역의 공원, 거리, 광장, 건물 로비, 시장 등 다중집합장소와 문화기반시설에서 공연이 진행된다. 각 공연은 페이스북, 유튜브 등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을 통해 생중계된다.


/ 황인솔 에디터



글쓴이
경기상상캠퍼스
자기소개
옛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부지에 위치한 경기상상캠퍼스는 2016년 6월 생활문화와 청년문화가 함께 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다시 문을 열었습니다. 울창한 숲과 산책로, 다양한 문화예술과 자연이 어우러진 경기상상캠퍼스는 미래를 실험하고 상상하는 모두의 캠퍼스라는 미션과 함께 새로운 문화휴식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