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다순

경기문화재단 코로나19 예술백신TFT

암을 이겨낸 건강미인 김은주 님을 위한 하우스콘서트(김은주님, 백하경)

2020-12-05 ~ 2020-12-05 / 5년 동안 힘든 암 투병을 견뎌낸 김은주 씨가 들었던 긴 노래


비대면 시대에 문화예술은 어떻게 이어져야 할까요?

이전의 대면 사회에서 우리는 과연 진심으로 대면한 적이 있었을까요?


‘진심대면’이란 예술가와 문화수용자가 주체 대 주체로 만나 귀 기울여 대화하고, 예술의 가치와 위로를 전달하며, 그 속에서 진심을 주고받는 새로운 문화예술 방식입니다.


'진심대면-한 사람을 위한 예술'에 선정된 서른 네 팀의 수기를 통하여 진심대면의 순간들을 전하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진심대면의 새로운 소규모 문화예술 패러다임을 공유하고, 나아가 예술의 가치와 본질을 발현시키고 재난 시대의 아픔을 치유하기를 희망합니다.


한 사람, 한 가족의 관객을 마주하는 ‘진심대면’의 순간들을 대면해 보세요.


  5년 동안 암투병을 이긴 김은주 씨는 한 가정의 아내이자 엄마였다. 난소암을 이기고 힘든 시간을 견뎌낸 김은주 씨에게 선물한 공연. 노래를 불러주던 백하경 씨는 긴 투병 생활을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하여 공연을 눈물 바다로 만들었다고 한다. 듣는 은주 씨도, 노래를 불렀던 하경씨도 모두 아름다웠던 무대.




  한 사람만을 위한 음악회가 열린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 저는 어색하고 얼떨떨하기만 했습니다. 연주자 바로 앞에 앉아있는 관객이 저 혼자인 것도, 또 성악가가 오직 저만을 위한 노래를 부른다는 것도 제게는 너무나 생소하고 쑥스러운 일이었습니다. 한 사람을 위한 음악회라는 것은 한 번도 경험해 보거나 들어본 적도 없었으니까요. 지난 한 해 동안은 코로나 사태로 인해 일 년 내내 제대로 된 문화생활을 누려보지도 못했습니다.



  사실 5년 전인 2015년 12월 5일에 첫 항암치료를 시작 했습니다. 그날도 오늘과 같은 토요일이었습니다. 자꾸만 무너질 것만 같은 마음과 치료에 지친 몸, 그리고 제 곁에서 어쩌면 저보다 더 괴롭고 힘들었을 남편과 아이들, 지난 5년은 저희 가족에게는 정말 힘든 시간들이였습니다.



  하지만 치료를 시작하고 정확히 5년이 지난 오늘, 저는 암 완치 판정을 받았습니다. 마치 그간의 아픔에 대한 위로와 보상을 주시는 듯 저를 위한 음악회를 백하경 선생님이 선물로 주셨습니다. 오늘 불러주신 노래들은 모두 제가 투병 기간 동안 맘속에 늘 품었던 노래들이였습니다. 노래를 듣는 내내 눈물이 주체할 수 없이 흘렀습니다. 늘 제 곁을 지키는 남편이 떨리는 손을 잡아 주었습니다.



  ‘나만을 위한 음악회’가 진행되는 동안 지난 5년간의 지난한 삶을 되돌아볼 수 있었고, 사랑하는 가족의 소중함과 일상에 대한 감사함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이런 귀한 선물을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마음을 모아 준비해 주신 나만을 위한 음악회를 저는 소중히 기억하고 간직하려 합니다. 이제 사랑하는 가족들과의 행복한 일상을 누리겠습니다. 기쁘고 감사한 오늘입니다.



  경기문화재단의 발칙한 프로젝트를 접하면서 코로나 시대에만 가능한 일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대상자를 생각하면서 바로 떠오른 분이 김은주 님이셨습니다. 5년 전 난소암 판정을 받으셨고 신앙생활과 운동으로 잘 이겨 오신 것 같아 이번 프로젝트와 딱 맞는 대상자라는 생각에 들었습니다. 막상 선정이 되고 나니 어떤 노래를 불러드릴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김은주 님의 병명을 듣고 기도하면서 떠올랐던 노래, 삶에 축복을 주는 노래, 김은주 님 카톡 대문에 있던 노래, 모두 생각하며 곡을 선정하였습니다.



  저는 그간 연주와 공연을 많이 하였습니다. 하지만 바로 앞에서 한 사람을 위한 공연은 해본 적이 없어서 어떤 느낌일지 알 수 없었습니다. 하우스콘서트도 해본 적은 있지만 어떻게 보면 나를 위한 공연이었지 대상자를 위한 공연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또한 코로나로 인해 예정되어 있었던 공연들은 모두 취소되었고 지금은 생계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중입니다. 이런 때에 예술인들에게 제공된 이번 프로젝트는, 목마를 때의 작은 샘물 같았습니다.


  김은주 님 부부가 도착하시고 먼저 중부일보 기자님의 인터뷰를 진행하였습니다. 그간의 본인과 가족의 어려움과 돌아보니 감사했던 모든 상황들, 그리고 바로 연주 당일에 완치 판정을 받으셨고, 그를 축하해주는 공연을 보는 것 같다는 김은주 님과 배종길 부부의 사연을 들으니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의미가 있는 음악회라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바로 앞에 두 분을 모시고 음악회를 시작하였습니다. 하지만 음악회는 엉망이 되었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한 연주회 중 최악의 공연을 하였습니다. 준비한 멘트는 하나도 할 수가 없었고 입을 벌리자마자 울음이 나와 노래를 제대로 할 수 없었습니다. 대상자를 바라보고 노래해야 하는데, 모습을 바라보거나 눈을 마주칠 수 없었습니다. 그때마다 눈물이 나와 노래를 이어갈 수 없었습니다. 김은주 님의 그간의 삶과 가족의 희생과 사랑을 바로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아예 모르는 분이였거나 사연을 몰랐다면 훨씬 쉽게 연주를 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 연주는 공감을 넘어 일체감을 느끼는 연주회였습니다.



  연주를 마친 저는 무안하고 죄송한 맘이 들었습니다. 프로답지 못한 모습을 보여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하였습니다. 하지만 김은주 님은 노랫말 하나하나가 틀린 말이 없는 본인의 얘기라며, 이런 음악회를 해주어서 너무 고맙다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처음엔 황당하고 코로나 시대에만 있을 수 있는 프로젝트라고 생각했던 이번 일로 저의 앞으로의 연주 방향도 바뀔 듯합니다. 조금 더 수용자를 위한 공연 내용을 생각하게 될 것 같습니다. 감사드립니다.




*더 많은 진심대면의 이야기가 궁금한 분들께서는 지지씨, 네이버, 유튜브에서 '진심대면'을 검색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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