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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30호 | 비평 웹진을 만드는 사람들 - ② 비평의 문법을 벗어나다

비평의 자격과 문화예술교육


② 비평의 문법을 벗어나다


<음악비평동인 ‘헤테로포니’, 성혜인>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와 언어를 위한 지면을 스스로 만들다



- 임재춘(이하 임) : 공공재단의 웹진들은 암묵적으로 문화정책이나 예술정책 안에서 그 문화를 건드려야 하는 공공적 윤리 같은 사명감이 생기기 마련인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 헤테로포니 같은 경우는 자발적이고 주체적인, 내가 하고 싶어 하는 지면을 만들면서 자기 존재와 활동의 의미를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 같아요. 해보니까 시작할 때와 지금 5년 차 되었을 때 어떠신 것 같아요?


- 성혜인(이하 성) : 저희가 처음에는 정말 의욕이 넘쳐서 말도 안 되게 2주에 한편씩 글을 쓰기도 했었어요. (임 : 진짜 말도 안 된다. 웃음) 왜냐하면 “글을 쓰는 연습을 하자.”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기 때문에 스터디하고 음악에 대해서 이야기 나누는 식으로 팀을 꾸리다 보니까 처음에는 2주에 한편씩 글을 쓰려고 하다가 지금은 1년에 한편씩 글을 쓰는 것도 사실… (모두 웃음)


- 성 : 1년에 최소 두세 편을 인터뷰 하나랑 글을 쓰기로 했는데, 지금 그것도 조금 버거운 상황이에요. 왜냐하면 생업이 따로 있는 분들도 계시고 보통은 N잡을 하게 되잖아요. 그러다 보니 가장 자발적으로 할 수 있게 되는 것들이 계속 미뤄지게 되는 경향들이 있어서 처음 계획과는 달리 흘러가는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 임 : 그러면 보통 “못하겠다!” 하고서 유야무야 접히거든요. 그런데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는 건, 그래도 뭔가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거 같아요. - 성 : 지면에 내가 할 수 있는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자발적으로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크고요. 어디에서도 환대받지 못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마지막 창구 하나를 남겨 둔다는 거. 아무도 할 수 없었던 이야기 그러나 누군가는 꼭 해야 하는 이야기가 있는데, 헤테로포니만큼은 이 말들을 가치 있게 만들어준다고 생각했어요. “다른 지면에서 할 수 없는 이야기가 있다면 여기서 하겠다.”라는 게 저에게는 가장 크거든요. 작지만 담론의 장을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을 만들어 놓는 거죠.

- 임 : 지면을 내가 만들 수 있다는 생각들을 못했던 것 같아요. 나에게라도 영향력 있는 나를 만드는 거요. 기존에 블로그나 브런치, 이런 게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걸 우리가 비평이라고 하진 않잖아요. 그런데 “아 저런 상상도 가능할 수도 있겠다. 는 생각이 선생님 이야기를 듣다 보니 들었어요.

지금까지 웹진을 어떻게 기획하게 되었는지 이런 이야기를 들어봤고요, 분야별 비평 문화에 대해서도 사실 앞에서 이야기를 조금 해주시긴 했는데 어떠실까요? 사실은 메타비평에서 장르마다 조금 다를 수 있긴 한데, “우리가 어떤 이야기를 어떤 관점에서 어떻게 다뤄보자”를 합의하고 논의하는 과정도 굉장히 중요한 비평 문화라고 생각하거든요. 실제로 비평 웹진을 운영하시면서 기획부터 글을 올리고 피드백받는 전반의 과정이 어떠세요?

<문학웹진 비유, 장은정>

겉으로는 반 위계적인 것 같지만, 정해진 룰 안에서 움직이는 비평.
보수적이고 답답하다고 느껴요 .


- 장은정(이하 장) : 사실 저는 앞에 두 분 이야기를 들으며 놀라웠어요. 문화가 너무 상반돼요. 하지만 곧장 이해되는 지점이 있는 건, 저희 어머니가 서예 분야에 계셔서 선생님의 가르침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거의 배신자가 되는(웃음) 문화를 보고 자라기도 해서 그게 어떤 원리인지 바로 알겠네요. 저는 그것이 저희 어머니가 소속된 집단에서만 그런 줄 알았는데 전통예술 전반의 작동 방식이기도 하군요.



문학비평계는 반대로 새로움을 계속해서 요구해요. 시장논리에 훨씬 가까워요. 어떤 작가의 어떤 작품이 왜 새로운 지를 빨리 발견하고, 헤게모니를 잡는 게 중요한 그런 장르죠. 사실 <문학평론> 이라는 장르는 문예지에 실리는 문법이 정해진 형식이 있어요. 그래서 그런 평론을 자주 읽게 되죠. 이를테면 서문에서는 기존 담론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하고 그 속에서 자신만의 문제제기가 존재해야 해요. 이미 있던 담론을 그저 반복하고 재생산한다면 평론가로서의 역량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따라요. 그러니 대체로 글들이 매우 야심차고 그중에서도 생각지 못했던 방향을 제시할수록 더 좋은 평가를 받죠.


이렇게 설명하면 전통예술 문화와 굉장히 상반되는, 매우 반(反) 위계적이고 자유로운 장르로 보일지도 모르겠어요. 왜냐하면 비판을 통한 자기 시각을 중요하게 생각하니까요. 그런데 사실 그 내부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호명되는 사람의 라인, 일명 계보가 있어요. 물론 이건 저의 페미니즘적 시각이 개입된 문학사에 대한 해석인데요. 항상 극복되어야 할 대상인 상징성은 대체로 남성 평론가들이 가지고 있어요. 즉 비판이 허용되지만 그건 이미 정해진 문학사에 대한 일정한 학습을 성취한 후에 그 학습된 계보 위에서 벌어지는 일이죠. 물론 2017년부터는 바로 그 ‘학습된 계보’가 가지고 있는 가부장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활발해졌어요. 하지만 그것이 일정한 영역 하에서 한정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아요.


제가 활동하던 2010년대 평론가들 중엔 여성평론가들이 훨씬 많았어요. 그런데 2020년대 평론가들이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상정되는 게 2000년대 남성 평론가인 거에요. 여성의 목소리는 언제나 담론의 주변부로 밀려나죠. 저는 이것에 대해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항의해왔어요. 극복되어야 할 대상으로 상정되는 1차 텍스트의 남성성에 대한 사유 없이, 단지 여성들이 등장하는 작품을 대상으로 삼으면 페미니즘 비평이라고 생각하는 평론가들이 많아요. 어떤 담론이 작동하는 방식 자체의 가부장성에 대해선 성찰하지 않죠. 그러니 전통예술 문화에 비하면 한국문학 비평계가 겉으로는 반 위계적인 것 같지만 사실은 수용되는 것과 배제되는 논리가 여전히 작동한다고 생각하고 저는 그것이 오히려 더욱 보수적이라고 답답하다고 느껴요.



기존의 평론 형식을 지키기 싫었어요. 비평 작업이지만, 기존의 그 문법을 벗어나야 해요.


- 임 : 처음 10년 전에 지지봄봄을 처음 기획할 때 그런 생각도 있었어요. 저는 문화예술교육이 제도화될 때부터 이 일을 하며 과정을 함께 했었는데, 비평 웹진이 필요하겠다고 생각한 게 일을 시작하고 한 10년이 지나고 나서였거든요. 당시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이 늘 정해져 있었어요. 웹진을 기획할 때 이 플랫폼이 단순히 현장의 활동을 리뷰해서 올리는 것뿐만 아니라, 같이 말할 수 있는 의미 있는 발화자를 발견하거나 같이 성장해보자는 문제의식이 있었어요. 그래서 글쓰기 학교 같은 비평 학교도 생각하면서 만들었어요.


지지봄봄을 만들었던 당시와 10년 후인 지금도 그 비평가들이 똑같아요. 정말. 이거는 뭔가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떤 문제냐면 그들이 잘못된 이야기를 해서가 아니라 똑같은 이야기들을 똑같은 사람이 반복적으로 하는 것은 계속 이 사람들에게 권위만 주었을 수 있다는 거죠. 우리가 본래 비평을 하려고 했던 근본적인 이유는 “현장과 같이 커보자.” 이런 마음과 취지였거든요.



비평 웹진의 목적이 전문가를 중심으로 있었던 것이 아니라 현장의 선한 영향력을 모아보자고 하는 게 그때의 문제의식이었는데, 지금 그러한가 하면 그렇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지지봄봄이 지난해 연말에 진행한 설문조사의 결과를 보면,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해주셨던 분들처럼 지지봄봄을 통해서 공부도 하고 계시는 분들이 있다는 건 되게 고무적인 것 같아요. 심지어 지지봄봄이 매년 내는 단행본으로 공부모임 하시는 분들 이야기도 많이 들어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생각은 해요.


그걸 부정해서라기보다 조금 더 본질에 가까운 플랫폼의 역할과 기능을 생각하면 지금은 소수 전문가들의 역량과 권위가 커진 것, 거기까지죠. 거기에 남성 중심의 위계가 상당히 있어요. 저는 이걸 젠더 감수성으로 바라보고 있어요. 이걸 확 뒤집을 수는 없지만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지속적으로 이야기를 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비평의 자격’이라고 하는 걸 호명해봤던 것 같아요.


‘공진단 같은 경우도 블랙을 통해서 필진을 찾기보다 찾아오게끔 하겠다.’라고 하는 게 필자 찾기의 실제적 어려움도 있지만, 사람들이 자기 이야기를 자유롭게 개진할 수 있는 역할들이 조금 필요하지 않나? 그리고 좀 다르지만 ‘하다”라고 하는 플랫폼이 저는 일종의 약간 그런 것으로 보이기도 하거든요.


비평 웹진, 글만이 아닌 다양한 문화기획 플랫폼으로의 실험

‘비유’의 프로젝트, ‘!(하다)’ 등


- 장 : 저는 사실 한 사람이 낼 수 있는 아이디어가 한정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편집위원들이 전부 결정하지 않고 외부와 계속 맞물릴 수 있는 통로를 만든 것이 앞서 설명한 ‘!(하다)’ 프로젝트 공모전이에요. 처음 창간하고 공모 공고가 떴을 때 사람들이 이게 대체 뭐 하는 거냐고 물어보는 경우가 많았는데 사실 저희도 처음 시도하는 거니까 저희도 어떻게 될지 몰라서, “저희도 잘 몰라요” 그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어요. (웃음)

처음에 공모를 열었을 때, 한 70건 정도의 프로젝트 기획서가 들어왔어요. 그런데 그 기획서에는 작가들만이 참여하지 않고 그림을 그리거나 음악을 하시는 분 등 굉장히 다양한 주체들이 섞여 있는 프로젝트가 많았어요. 그러니 심사위원도 문학하는 사람만으로는 부족하죠. 왜냐하면 저희는 글자밖에 모르니까요.(모두 웃음) 그래서 심사위원도 공연예술 전문가나 큐레이터를 외부에서 요청해서 함께 심사를 하는 방식을 취했어요.

사실 문학계는 작가들이 혼자 쓰는 개인작업의 문화인데 협업하는 움직임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생각해요. 굳이 《비유》가 아니더라도, ‘문학을 반드시 시집이나 소설집을 출판하는 방식으로만 한정 지을 필요가 없네? 전시를 해도 되고 공연을 해도 되네?’라는 인식이 퍼지기 시작하면서 다른 곳에서도 자발적으로 프로젝트가 결성되기 시작했어요. 문학은 출판사 중심으로 움직이다 보니 지원 사업에 별로 관심이 없는 편이에요. 그런데 2017년 이후로 서울문화재단의 청년예술단 같은 사업에 작가들도 참여율이 높아졌어요. 즉 공동 작업이라는 개념 자체가 생겨난 거죠.


- 임 : 그러니까, 문화기획이라는 측면에서 문학. 글쓰기. 이런 개념이 생겼다는 거죠.

- 장 : 네 맞아요. 그래서 비평 역시 문학잡지에서 실리는 평론들의 문법을 지키고 싶지 않았어요. 비평적 작업이 다르게도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죠. 그래서 창간했을 때 ‘?(묻다)’라는 메뉴의 첫 코너를 ‘캡처’라는 키워드로 정하고, “그동안의 문학사에서 당신이 생각하는 여성주의 소설의 한 장면을 캡처하고, 그걸 고른 이유를 써주세요”라는 기획을 진행했었어요. 소설의 한 장면이 먼저 소개되고, 그 장면을 고른 이유를 매우 짧은 매수로 서른 명 정도에게 한꺼번에 청탁했죠.

- 임 : 그런데 문학인들에게 이게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닌 거죠?

- 장 : 그렇죠. 물론 각자 어느 텍스트를 고를지 고민하긴 하지만 평소 쓰던 비평의 호흡보다 훨씬 짧고 간단하다 보니 다들 척척 써서 주시더라고요. 그런데 그 골라낸 텍스트들의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었어요. 1920년대까지 내려가기도 하지만 아직 단행본으로 묶이지 않은 이번 계절에 발표된 신작이 선정되기도 했죠. 사실 그때 저희의 목적은 평론가 한 명 한 명의 완성도 있는 비평을 받는다기보다는 ‘여성주의’라는 단어가 어떻게 소설의 한 장면으로 압축되어 얼마나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는지를 알아보는 아카이빙 작업에 가까웠어요. 사실 그 장면들만 모아도 독자들에게 큐레이팅으로 활용될 수 있죠.


매체에 따라 달라지는 비평의 언어와 문법

- 임 : 비유는 그러니까 이게 단순히 웹진이 아니라 되게 기획이 되어 있네요. 뭐라고 해야 할까 단어는 정확히 생각이 안 나지만 어쨌든 기획 플랫폼 같은 느낌이 들어요. 문학이라고 하면 어떤 장르나 영역의 느낌이라 말씀하신 것처럼 거기에 고정관념처럼 따라오는 문법이 있는데, 그걸 허물 수 있는 다양한 시도의 플랫폼을 기획하는.

- 장 : 네 맞아요. 제가 이걸 진행하면서 재미있었던 일화가 하나 있어요, ‘캡처’라는 코너를 열고 1,2,3번은 약간 대표성을 갖게 되잖아요. 그래서 일부러 90년대를 대표하는 여성평론가분들께 청탁을 했어요. 원고지 기준 15매의 짧은 원고이다 보니 별 부담 없이 다들 승낙을 해주셨는데 나중에 마감이 끝나고 업로드된 후에 한분이 연락이 왔어요. 정작 업로드된 것을 보니까 자신이 너무 종이 잡지의 문체로 써서 매체와 자신의 글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는 거예요. 매체에 따라 글쓰기의 문법이 바뀌어야 한다는 걸 생각하지 못하고 늘 쓰던 대로 쓴 게 올라가니까 조금 낯 뜨겁다는 피드백을 주셨어요. 그런데 저는 그걸 듣고 굉장히 기뻤던 것 같아요. 사실 비평이라는 장르라는 것이 매체에 따라서 계속 변화할 수 있고 그 문법이 여러 가지로 실험될 수 있는 것인데 그동안 종이 잡지 매체에서만 비평을 써오느라 매체의 특징과 장르의 특징이 따로 비판적으로 사유된 적이 없었던 것을 실제로 경험하신 거죠.

- 임 : 저도 생각지 못했는데, 웹진의 언어. 웹진의 문법이라고 하는 것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지지봄봄 같은 경우에는 그런 면에서 종이 지면과 웹진에 싣는 언어가 다르지 않았던 것 같아요. 지금 말씀하시는 부분들이 지지봄봄 안에서는 크게 고민되지 않았던 것 같긴 해요. 너무 당연했던 것 같은데 왜 그걸 한 번도 고민하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도 들거든요.

<전통예술 웹진 공진단, 이리>

이미지 중심, 짧은 글 선호 등 독자의 가독 패턴 고민
전문 지식 없는 대중이 이 글을 이해할 수 있는가도 중요한 고려 요소
그러나 때론 독자들이 불편해도 사람(인터뷰이)의 이야기 등을 다룰 땐 많은 지면 할애

- 이리 : 현재 공진단은 투 트랙으로 진행됩니다. '월간 공진단'은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확장하기 위해 전통을 흥미롭게 풀어내려고 하고 있고, '공진단 블랙'은 이 씬에서 활동하거나 관심 있게 지켜보는 문화예술인들과 좀 더 밀도 높은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어서 만든 비평지로 타깃 자체가 조금 달라요. 그래서 월간 공진단을 기획할 때는 대중들과 접점을 만들 수 있는지를 생각하며 콘텐츠를 만들고, 기반 지식이 없는 일반 독자로서 이 글을 봤을 때 이해할 수 있는지를 염두에 두고 있어요. 당연히 제가 전통의 비전문가이기 때문에 볼 수 있는 부분이고, 그런 안으로만 굽지 않는 '문밖의 시선'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다른 웹진이나 평론을 볼 때도 오히려 비전문가에게 읽혀봐야 한다고 느낄 때가 많아요.

저희 크루 아티스트들끼리 장난스럽게 부르는 명칭이 있는데, 바로 '일반인의 눈'이에요. 영화 <데스 노트>에 나오는 '사신의 눈' 같은 개념이죠. 자신의 포지션에서는 절대 보이지 않는 시각을 빌리는 것입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그 시각이 맞을 때가 많아요. 일반인의 눈을 갖는 것은 비평에서도 굉장히 중요한 부분인 것 같아요.

또 웹진을 제작하면서 고민하는 부분 중 하나가 글자 수에 대한 건데, 200자 원고지 기준 17매 이상을 넘기지 않으려고 해요. 왜냐하면 웹은 지면과 달리 집중력과 가독성이 낮거든요. 특히 요즘 사람들은 많은 미디어(영상과 이미지)에 노출된 상태라서 긴 글을 소화할 수 있을지 의문이 많아요.

하지만 어떤 목적의 콘텐츠인지에 따라 조금씩 달라져요. 예를 들어 전통예술인을 소개하는 인터뷰 코너에서는 글의 길이와 상관없이 인터뷰이가 하고 싶은 말을 최대한 담아내려고 해요. 꼭 필요한 이야기를 다루어야 할 때도 제한을 두지 않으려고 하고요. 독자들이 스크롤의 압박을 느끼더라도 누군 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게 하고, 누군가의 의견을 우리 생각대로 재단하지 않고 전달하고 싶어요. 보는 사람만 아니라 쓰는 사람, 말하는 사람에게도 만족스러운 경험을 선사하고 싶기도 하고요. 정해 진 틀을 두기보다는 가치와 목적이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 임 : 꼭 독자들만 고려하는 게 아니라, 되게 편향적으로 내가 인터뷰하는 사람에게 중요한 어떤 인터뷰 시간, 경험을 만들어주고 싶다는 이유로 지면의 방향을 맞춰준다는 말씀인 거네요.

- 이리 : 네. 그리고 웹진에 글만 실리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있어요. 사실 넣을 이미지가 없을 때도 있어요. 전통 쪽은 특히 자료나 이미지가 부족해요. ‘이미지 없는 글을 읽을 때 사람들이 과연 재미있어할까?’하는 압박감이 심해요. 그런데 저는 '공진단 블랙'은 글만 실려도 된다는 입장이에요. 독자들도 이미지를 보려고 하는 게 아니라 글을 읽으려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얼마 전에 의미 있는 사건 하나가 있었어요. 특정 주제를 가지고 익명 토론 게시판을 열었는데 저희가 보통 페이지 뷰 수가 엄청나게 높지 않거든요. 그런데 이 게시판 페이지를 꽤 많은 분이 보셨더라고 요. 요새는 유튜브에 ‘몇백만 뷰’를 달성한 콘텐츠들이 너무 많아서 몇 백회 조회 수는 별거 아니라고 생각될 수 있지만, 저희한테는 엄청난 기쁨이었어요. 저는 이 데이터를 보면서, ‘기고하기는 어렵지만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고 싶은 사람, 다른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를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있구나’라고 느꼈어요. 이 또한 시도해보지 않았다면 몰랐던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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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진 '지지봄봄' / 경기문화재단 경기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에서 2012년부터 발행하고 있습니다. ‘지지봄봄’은 경기도의 문화예술교육 현장을 가까이 바라보며 찌릿찌릿 세상을 향해 부르는 노래입니다. 문화예술교육 현장이라면 어디든 드라마처럼 펼쳐지는 다양한 삶과 배움의 이야기와 그 안에 감춰진 의미를 문화, 예술, 교육, 생태, 사회, 마을을 횡단하면서 드러내고 축복하고 지지하며 공유하는 문화예술교육 비평 웹진입니다.

글쓴이
경기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자기소개
경기문화재단 경기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는 문화예술교육으로 함께 고민하고, 상상하며 성장하는 ‘사람과 지역, 예술과 생활을 잇는’ 플랫폼으로 여러분의 삶과 함께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