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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역 먹자골목 안 유일한 쉼표, 파란기둥

평택 독립서점 <생활방식>


평택역 먹자골목 안 유일한 쉼표, 파란기둥

독립서점 <생활방식>


글과 사진 이예슬 독립서점 생활방식 대표 

생활방식은 평택의 몇 안 되는 독립서점 중 하나입니다. 2019년 7월에 오픈을 했고, 3년 넘게 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코로나의 직격탄을 맞을 정도로 장사가 잘 되는 곳은 아니에요. 코로나가 성행을 하든 안하든 매출은 비슷했고, 그 덕에 큰 타격 없이 3년 넘게 무난히 운영되고 있습니다.

생활방식은 정말 낯선 곳입니다. 술집뿐인 평택역 먹자골목에 위치하고 있고요. 심지어 독립출판물만 고집스럽게 취급하고 있습니다. 낮 문화는 찾아볼 수 없는 골목에서 혼자 아침부터 문을 열고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어요. 그래서 그런지 “평택에도 이런 곳이 있어요?”라는 질문도 받는데, 이건 양반입니다. “이걸로 먹고 살아요?” 하는 사람들도 있는걸요. 처음에는 주눅이 들었지만 이젠 당당히 외치고 다닙니다. “이런 곳에서 이걸로 먹고 살기 위해 열심히 합니다. 그러니 책 좀 사세요.” 라고요.


생활방식은 다양한 시도를 합니다. -독립출판물을 판매하는 작은 공간- 이라는 개념을 탈피하고 싶어서 이런 저런 시도를 하고 있어요. 첫 번째로 책을 소개하는 방법이 남다릅니다. 저는 입고하는 책들은 대부분 읽습니다. 작가들이 보내주는 입고메일을 보고 대략적인 내용만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꼼꼼하게 읽어보고 제 생각을 정리해서 독자들에게 책을 안내하고 있어요. 오시는 분들마다 책을 소개할 수는 없으니, 책 위에 감상문을 적어 올려놓습니다. 손바닥크기의 쪽지를 통해 작가와 책방지기와 독자가 소통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 행위는 저만이 할 수 있는 것이라 때로는 경건한 마음도 듭니다.

두 번째는 로컬매거진입니다. 로컬매거진을 기획하고 출판하게 된 계기는 저의 매너리즘 때문이었습니다. 독립서점운영 3년차, 뭔가 하나는 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거든요. 이건 제가 독립서점을 운영해서 느끼는 매너리즘은 아니고, 저라는 사람이 느끼는 매너리즘이었습니다. 프로 N잡러인 제가 독립서점을 유지해야할 이유가 필요했거든요. 그래서 제 시점으로 평택의 이야기를 기록하기로 마음먹었고, 3개월에 한 번씩 로컬매거진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대학 시절 학과 신문을 최초로 맡게 되면서 어깨너머(울면서) 배운 일러스트가 이렇게 쓰일 줄은 몰랐어요. 독립출판물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기획부터 인터뷰, 편집, 유통과 홍보까지 다 제 손으로 이루어지고 있답니다.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평범하게 담아내고 싶었어요. 글솜씨가 화려하지 않아도, 편집 실력이 세련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멋들어진 기획이 아니어도 기록한다는 것 하나만으로 저는 즐겁거든요. 다행스럽게도 제 생각에 동의해주시는 많은 분들이 계셨기에 꾸준히 만들어 나갈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당돌하게 “평택 최초 로컬매거진”이라고 이름을 붙였으니 그 이름은 지켜 나아가야죠!


그리고 생활방식이 전국에 하나뿐인 책방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책방 고양이 ‘어리’ 때문입니다. 어리는 복덩어리를 줄여서 지어준 이름이에요. 2020년 겨울 어느 날, 책방에 들어온 길고양이입니다. 이 아이는 놀랍게도 사연이 없습니다. 생활방식에 그냥 들어온 고양이에요. 2015년부터 먹자골목을 돌아다니던 고양이였고,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어느 날부터 생활방식을 집으로 여기며 살고 있습니다. 퇴근할 때도 책방에 누워있고요. 출근할 때 문을 열면 잠시 산책을 다녀오고 다시 책 위에 눕습니다. 손님이 들어오면 저보다 먼저 맞이하러 가고, 책을 보고 있으면 그 앞에 앉아 꼬리로 방해하는 고양이입니다.


책방지기의 역할은 책을 판매하는 것도 있지만, 책방을 스쳐 간 흔적을 간직하는 것이 그 역할이라는 글을 본적이 있었습니다. 저는 그 글을 위안 삼아, 그리고 좌우명으로 삼아서 책방지기로의 삶을 살아가고 있어요. 영등포역에서 45분이면 올 수 있는 평택역. 그리고 평택역에서 5분 거리밖에 되지 않는 곳에 생활방식이 있습니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으니 언제든지 놀러 와 주시고, 공간에 흔적을 남겨주세요. 저는 그 흔적을 기억하고 쌓아가고 지키는 책방지기의 모습으로 언제나 존재하고 있겠습니다.



세부정보

  • 평택독립서점 <생활방식>

    주소/ 평택시 자유로7번길 5-4 1층 *평택역 1번 출구에서 605m

    운영시간 / 월-금 오후 1시부터 밤 8시까지 *외부일정은 인스타그램에 공지

    문의/ 0507-1393-8108

    인스타그램 / @chorok_life *생활방식으로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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