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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문화재단

교하 문발동 골목에는 쩜오책방이 있습니다

파주 쩜오책방


교하 문발동 골목에는 쩜오책방이 있습니다

파주 쩜오책방


글과 사진 이정은 쩜오책방 책방지기 


2008년 여름 서울에서 멀지 않은 신도시 파주 교하에 도서관이 문을 열었다. 도서관이 문을 열기를 기다려 온 신도시 주민들은 책만 빌리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였다. 책을 중심으로 마을 문화를 이끌어가는 멋진 사서들은 강연에 참여한 지역 주민에게 시민 대토론회를 제안하고, 독서 모임을 독려하는 등 독특한 관계를 만들어냈다. 2009년 책을 통해 살고 있는 지역의 문제점을 고민하고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찾는 독서동아리 책벗이 만들어진 사연이다. 함께 읽고 서로 다른 생각을 나누고 서로에게 설득당하는 책읽기를 통해 마을에서 함께 읽기의 중요성을 깨달은 사람들이 책방을 열게 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수순인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는다는 행위는 단순히 수동적인 지식 습득의 자세가 아닌 적극적인 행동이다. 함께 읽을 책을 고르고, 서로에게 책을 권하며 책을 통해 세상을 알아가면서 지금의 삶을 고민하고자 하는 우리는 도서관 밖으로 나와 신도시의 후미진 골목에 책방 문을 열었다.


처음 시작은 소소했다. 서로에게 권하고 싶은 책을 팔아보자고 마을 주민 다섯이 모였고, 갹출한 돈이 떨어지면 문을 닫자는 가벼운 마음으로 2016년 봄 책방을 시작했다. 책을 중심으로 이웃들이 모이다 보니 생각도 많아지고, 다루고 싶은 주제도 늘어갔다. 책을 살 돈이 떨어지면 책방을 그만두기로 했는데 생각 외로 책방 수익은 줄지 않았고 함께하는 이웃들이 늘어갔다. 도서관을 통해 이웃이 된 독서동아리 회원들이 중심이 되어 협동조합의 형태로 책방을 키운 것이 2018년. 협동조합이라는 형식은 우리에게도 낯설었다. 서로 다른 생각을 주장하는 것도 망설여졌고, 고민하고 설득하고 설득당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 나와 다름을 인정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색했고 나의 주장을 포기하고 상대의 의견에 따르는 것도 불편했다. 하지만 그러한 어색함과 불편함이 익숙해져야 비로소 함께 살기가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에 우리는 협동조합이라는 구조를 선택한 것이었기 때문에 조급한 마음을 내려놓기로 했다. 지금까지 살아 온 방식이 아니기에 시간이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며 서로를 응원한다.


다른 동네 책방들과 마찬가지로 쩜오책방은 단순히 책방을 찾는 손님을 위해 신간 도서, 베스트셀러나 인기 순위 위주의 책을 들여놓지 않는다. 조합원들 각자가 원하는 책방의 모습을 갖추는 것이 우선이다. 조합원이 책방을 통해 하고 싶은 독서 문화 활동을 다른 조합원들이 도와주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혼자서는 읽기 힘든 주제의 책을 읽는 독서 동아리 ‘책벗’, 매주 모여 앉아 책을 읽는 ‘쩜오윤독방’, 시를 읽고 시인을 만나는 ‘소리내어 함께읽기’, 소설을 읽고 쓰고 합평하는 ‘요즘이야기 입문워크숍’ 등 책을 읽기 위한 근육 발달 프로그램은 각 조합원들이 나누어 관리하고 있다.


쩜오책방만의 독특한 프로젝트도 많은데 책방을 시작하자마자 지역 주민이 한 권의 책이 되어 삶을 이야기하는 사람책 프로젝트 ‘월간이웃’이 그중 하나이다. 진행을 담당한 조합원 소소는 ‘월간 조선보다 유익하고 월간 윤종신보다 재미난 월간이웃’이라 주장하며 매달 주제를 정해 이웃을 소개하고 이웃이 추천하는 책을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눴다. ‘힘내라 작가展’은 코로나가 확산되면서 북토크를 하기 며칠 전에 취소를 하면서 만든 이벤트이다. 책을 산 손님들의 소감과 응원의 편지를 모아 예쁘게 포장하여 독자들을 만나지 못하는 작가에게 보내는 것으로 품은 많이 들었지만 즐거웠다. 조합원 챠미쨩은 대학에서 한국 유학생을 만나 결혼하고 딸 둘을 키우는 일본인이다. 서울의 유명 학원에서 일본어를 가르치던 챠미쨩은 마을 이웃과 함께 아이들을 키우며 일본 문화, 일본 그림책 모임을 이끌고 있다. 그 누구보다도 활발한 활동을 하고 모든 일에 적극적인 챠미쨩 덕분에 일본과 한국의 역사를 다시 보게 되고 세상을 보는 눈을 키우고 있다.



동네 책방은 삶의 기초 단위인 마을에서 사람이 떠나지 않고 지역 경제가 순환하기 위한 중요한 구성 요소이다. 마을의 지식 공유 플랫폼으로서, 책을 읽는 이웃을 만들고 이웃과 이웃을 연결하는 것이 동네책방의 중요한 역할 중의 하나이다. 공공도서관, 작은도서관과도 비슷한 활동이 많지만, 그들과는 다른 역할이 있다. 지역 경제 순환의 일부라는 점이다. 쩜오책방이 함께 할동하는 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라는 단체에서 2020년 Buy Book Buy Local이라는 캠페인을 열었다. 동네 책방에서 책을 사는 것에 그치지 말고 골목과 지역의 삶에 힘을 싣자는 취지이다. 쩜오책방도 골목 장인이 사라지지 않도록 공방, 카페 등과 협업하고 이웃으로 함께 사는 작가들의 지속적인 활동을 도와 마을에서 먹고 살 수 있는 구조를 모색한다.

2011년부터 마을 이웃들과 함께 골목 잔치를 열거나 공방들이 모여 협동조합을 만드는 등 다양한 활동이 이어진 골목에서 쩜오책방은 ‘책과 함께’ 마을의 살림살이를 고민한다. 파주시 평생학습과와 함께 마을 공방에서 수제막걸리 만들기, 비건요리 체험 등을 하는 프로그램 ‘자연주의 식·생·활@문발리’, 중년 여성들의 삶을 글로 풀어내는 ‘에세이작가양성과정’을 진행했다. 또한 파주시 도시재생과와 마을 잡지 ‘디어교하’ 기자단과 함께 마을 문제점을 파악하고 해결하는 토론용 카드 게임 ‘교하에서 별별일이’를 개발하여 지역 초등학교 학생과 함께 우리 동네의 문제점을 살피고 해결책을 토론하는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넓고도 깊은 책의 세상에서 각자가 선택한 주제를 함께 고민하고 관련된 도서를 찾다 보면 쩜오책방만의 길이 만들어진다. 여기에 이웃의 훈수가 더해지면 갈래길이 늘어난다. 때로는 막다른 골목을 만날 때도 있고, 갑자기 앞이 훤히 뚫린 광장을 만날 때도 있다.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는 없다. 조합원들이 곁에 있고 주변에 이웃들이 둘러싸고 있으니 용기를 내어 새로운 길을 만들어 가면 된다. 이것이 동네 책방과 이웃이 함께 살아가는 방식이다.


쩜오책방은 발전소책방.5협동조합에서 운영합니다. 발전소책방.5협동조합은 공동체성을 공유하는 마을 주민들이 책(방)을 매개로 우리네 삶과 일, 놀이와 연관된 공동체를 스스로 창조하고 가꾸어 나가는 다양한 활동을 시도해보고자 합니다. 도시와 마을의 공동체성을 복원하고 지역순환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 주민자치의 문화예술 및 공유 경제 플랫폼을 구축하고 활성화시켜보고자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우리의 실험을 우리 마을뿐만 아니라, 마을 주민들의 마음속 유대감과 관계망으로부터 발현되는 도시와 마을의 변화의 모습을 꿈꾸는 모든 지역에 전파되기를 소망합니다. - 네이버지도 공간 소개 발췌 


세부정보

  • 쩜오책방

    위치/ 경기도 파주시 꽃아마길 35(문발동)

    영업시간 / 화-토 오전 12시 ~ 오후 6시

    / 매주 일, 월 정기휴무

    문의/ 031-942-3255

    공식 SNS/ 인스타그램 @booksdot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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