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다순

경기문화재단

임선우 소설 『0000』

경기문학 출간지원 부문 선정


0000

임선우

위즈덤하우스



“다음에 또 만나자고 전해주세요.”

끝내 불 켜지지 않을 것 같은 어둠 속으로 뛰어들어온 고양이 한 마리


소설집 《유령의 마음으로》 《초록은 어디에나》를 발표하고, 2023년 김유정작가상을 수상한 작가 임선우의 《0000》이 위즈덤하우스의 단편소설 시리즈 위픽으로 출간되었다. 소설은 “통장 잔고 0, 인간관계 0, 행동반경 0킬로미터, 메신저 알림 0”인 주인공의 외롭고도 고요한 죽음에서부터 시작된다. 길고양이들의 안전한 삶을 위해 활동하는 특수요원 고양이 ‘오후’는 나에게 ‘존재감을 없애는 비결’을 알려달라고 제안한다. 어린 시절 기 수련원에서 배웠던 기의 공 만들기, 벤치나 가로등처럼 “누구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적막함을 가진 사물이 되기. 오후와 나는 사람을 사람이게 하는, 고양이를 고양이이게 하는 모든 것을 비워내는 연습을 한다.




/본문에서/


너는 내가 살면서 만나본 생명체 중에서 가장 존재감이 없어. 그 비결을 나한테 알려줬으면 해. (16~17쪽)


내가 사랑하던 일은 나에게 기쁨과 절망을 동시에 가르쳐주곤 했었다. 그렇지만 이제는 아니라고, 나는 오후에게 말했다. 어느 시기 이후로는 만화를 그리면서 한 번도 기쁘지 않았어. (33쪽~34쪽)


고양이들이 영역 동물인 이유는 지난 생에 만났던 소중한 존재를 다시 만나고 싶어서야. 한 번의 생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 버리지만, 사랑하는 대상에 대한 마음은 무한하니까. (35쪽~36쪽)


그렇지만 나는 기억해낼 수 있어. 나를 전부 뒤바꿔놓은 한 줄기의 바람, 하나의 돌멩이를 나는 단번에 알아볼 수 있어. 그 바람이 아니라면, 그 돌멩이가 아니라면 아무런 의미가 없으니까. (52쪽)


그러자 이상하지, 죽어버린 몸 안에서 잠시나마 환한 불이 켜지는 듯했다. 오후와 함께했던 시간을 만화로 그린다면 나는 오후와 헤어져도 오후와 함께일 수 있을 것이다. 네모난 컷 안에서 움직이는 오후와 되살아나는 기억들, 그렇지만, 동시에 나는 불이 꺼진 뒤 몰려오는 적막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다. (68~69쪽)


오늘부터 터미널에서 새로 근무하게 된 고양이가 있을 거예요. 오후라는 이름의 검은 고양이인데, 그 애한테 한마디만 전해주실 수 있나 해서요. 내가 말했다. 무슨 말을 전해드릴까요? 다음에 또 만나자고 전해주세요. (76쪽)




저자 임선우

2019년 [문학사상]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2023년 「낙타와 고래」로 김유정작가상을 수상했다. 소설집 『유령의 마음으로』와 『초록은 어디에나』 등을 썼다.




도서정보

제목 | 0000

저자 | 임선우

출간 | 위즈덤하우스

출간일 | 2024년 8월 14일

종류 | 한국소설/한국 단편소설

ISBN | 9791171717071


*본 도서는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이 지원하는

2024 경기예술지원 기초예술창작지원-문학 분야 출간지원 부문 사업을 통해 발간되었습니다.

글쓴이
경기문화재단
자기소개
경기 문화예술의 모든 것, 경기문화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