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다순

실학박물관

[모종의 발견] ⑪시우리 아이들을 비추는 반딧불이, <반디도서관>

2025 실학박물관 지역활동가 아카이브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 없어 집에만 있어야 했던 답답함과 외로움을 벗어버리고자 대문을 열고 나와 아이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낸 시우리의 엄마들. 그들이 만들어낸 곳은 바로 반디도서관. 아이들 책이 즐비한 가운데 빈 공간을 채우고 있는 다양한 그림들이 인상적이다. “책과 사람, 마을을 잇는 반디도서관”의 이모저모를 들여다보기 위해 반디도서관의 파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보자.




Q. 조안면에 오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요?


정숙 : 서울에서 이사 왔어요. 조안면살이 16년 차예요. 세 아이를 키우고 있는데 큰애들은 이제 성인이고 막내만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직업이 있었는데 지금은 쉬는 중이고, 이름은 정숙이라고 합니다.


홍세정 : 저는 홍세정이고요. 시부모님이 여기 사세요. 저는 서울 병원에서 간호사 일을 하고 있는데 아이를 낳으면서 아이들을 양육해 주실 분이 없어서 도움을 받고자 시부모님 계신 이곳으로 오게 되었어요. 지금은 13살, 10살 딸 둘을 키우고 있고 도서관 일도 같이 하면서 간호사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효정 : 저도 시부모님이랑 같이 살려고 여기에 들어왔어요. 남편이 조안면에서 태어났어요. 세 아이를 키우고 있고, 주부입니다.


최고은 : 저도 시부모님 모시고 살려고 들어왔어요. 결혼한 지 한 10년 됐는데 덕소에서 살다가 여기 이사 와서 6년 차 정도 되었어요. 아이는 셋이고 좀 어려요. 저도 아직은 주부로 지내고 있고 도서관 일을 돕고 있어요.


정숙 : 저는 여기 딱히 연고는 없는데 남편 고향이 양평이고 저는 가평이에요. 결혼해서 서울에 살았는데 남편이 아이들을 시골에서 기르고 싶어 했어요. 맞벌이하다 보니까 아이들이 도시에서 위험하게 혼자 다녀야 하는 것도 염려스러워서요. 양평 왔다 갔다 하면서 여기 운길산역에 와봤어요. 양수리가 관광지이다 보니까 많이 놀러 왔었는데 우연히 송촌초등학교가 여기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때 남편이 혁신초등학교에 관심이 많았거든요. 결국 여기 학교도 있고 해서 큰애 7살 때 이사 왔어요. 삼봉리에서 1년 살다가 아예 집을 사서 시우리로 들어왔어요.




Q. 지역에서 하시는 일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정숙 : 처음에는 학습지 선생님 하다가 우연히 반디도서관 같이 일을 하게 되면서 도서관 활동과 주민자치위원 활동을 2년 정도 했어요. 남양주에서 하는 교육활동도 하고 있고요.


홍세정 : 저는 현재 조안면에서 하는 일은 도서관 활동 그리고 학교 엄마로서의 활동이 다예요. 그전에 잠깐 주민자치위원으로 활동했었어요.


여기가 원래 마을회관이었는데, 아이들과 마을 엄마들을 위한 문화공간의 필요성을 느껴서 2019년도 남양주시 주민공동체 사업 중 공간조성 사업에 지원했는데 운 좋게 선정되어 반디도서관을 조성했어요. 그리고 2019년 주민공동체 사업 우수마을 선정 콘테스트에서 우승해서 상금도 탔답니다. 상금으로 마을 주민과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했어요. 상주 직원이 없기 때문에 반디도서관은 도서관 업무보다는 교육, 모임이나 동호회 활동을 많이 하고 있어요. 친목을 위한 동호회 활동 아니면 문화생활 활동을 지원하고 진행시키는 업무가 중심이에요. 정숙님하고 프로그램이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기획부터 홍보, 모집까지 해요. 도서관 활동을 같이 해 주시는 분들이 있어요. 이분들은 학교에서 학부모회 대표, 서기, 임원 등으로 많이 활동하고 있는 분들이에요.


이효정 : 앞에서 다 얘기해 주셨는데 저도 반디도서관에서 도서관 보조 업무랑 프로그램 진행 지원하고 송촌초등학교 학부모회 위주로 활동하고 있어요.


최고은 : 저는 남양주 시청 보육관리위원회 위원이에요. 보육 관련된 정책들에 대해서 제안하고 회의하고 원장님들 면접도 하고요. 반디도서관에서는 프로그램 강사 활동도 잠깐 했었고, 효정님이랑 같이 도서관 보조 업무랑 프로그램 진행 지원, 송촌초등학교 학부모회 위주로 활동하고 있어요.




Q. 반디도서관은 어떻게 활동하게 되었나요?


정숙 : 시골에 들어와 살다 보니까 아이들을 키우기에 너무 척박한 거죠. 아이들을 위한 공간도 없고, 사실 커뮤니티가 없기 때문에 엄마들 만나기도 힘들고, 아이들끼리도 놀 공간이 없어서 우리들 공간을 만들면 좋겠다 싶었어요. 2019년도에 시우리에 있는 엄마들이 합심해서 마을공동체 공간조성사업에 응모를 했고 선정이 돼서 지원을 받았어요. 덕분에 공간을 조성하고 계속 활동하고 있어요.


하지만 다들 일을 하니까 상주할 사람이 없어서 좀 어렵기는 해요. 대신에 지속적으로 활동을 하니까 매년 책 지원도 해 주시고, 시우리교회에서도 활동 지원비를 매달 지원해 주시고 전보다는 훨씬 상황이 좋아요. 지원비 덕분에 이용하시는 분들을 위한 편의를 좀 제공할 수 있게 되었어요. 이제 커피, 휴지, 물티슈 등 여기에서 필요한 물품 구입 지원이 되니까 약간은 마음이 여유로워졌어요. 이용하시는 분들한테도 더 편리한 공간이 되고 있어서 더 좋고요. 이번에는 블라인드 같은 물품을 마을에서 또 지원해 주실 거예요. 2019년도부터 활동을 하고 있으니까 지금 7년째 하고 있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아주 크지는 않더라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지역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거고 그게 좀 좋게 작용해서 도와주시는 것 같아요. 매년 마을회관에 필요한 것들을 살 수 있는데, 도서관에 필요한 물품도 같이 확인해 주시고 구매해 주셔서 무척 편리해요. 지금은 집에서 쓰는 물품보다 더 좋은 것들이 반디도서관에 채워지고 있어서 다른 분들도 이용하는 데 더 편하지 않을까 싶어요.



Q. 어떻게 만나서 같이 일하게 되셨어요?


정숙 : 지역이 같으니까 만난 거예요. 시우리에 같이 사시는 분이어서 같이 하게 된 거죠. 그렇지만 같은 초등학교 엄마, 같은 어린이집을 다녔던 엄마 정도로는 처음부터 끝까지 가기는 어렵더라고요. 시간적인 여유가 없는 분도 생기고 약간 의견이 다른 경우도 생기고 해서 처음에 같이 했던 분들이 나가시고 또 다른 분들이 들어오시고 하면서 약간 교체되기도 했어요. 저희는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홍세정님과 같이 하고 있는 거고요.





홍세정 : 처음에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냈는데 차량을 태우기도 했지만 보통은 어린이집까지 데려다 주거든요. 그러다 보면 서울 같은 데는 보통 앞에 놀이터에서 논다든가 아파트 같은 데서 자연스럽게 만나게 되는데 저희는 그런 곳이 없었어요. 어린이집 앞에 작은 놀이터도 있었다가 없어지고 해서 누가 어린이집에 다니는지 잘 몰랐어요. 아이들만 데리고 가버리면 어린이집에 누가 다니는지도 알 수 없고, 어디 놀 만한 공간도 없으니까 자연스럽게 만날 일이 없었던 거죠. 그래도 차츰 교류가 생기고 서로 알게 되면서 정숙님 아이랑 저희 큰딸이랑 어린이집 같은 반이라 여기 시우리에 사는 걸 알게 되었어요. 다른 분들은 다른 어린이집을 함께 다녔는데 아이들이 모두 송촌초등학교를 같이 다니게 되면서 알게 된 분들이 늘어났어요. 그래서 도서관 일까지 같이 하게 됐네요.


저희가 이곳을 처음 만들 때 사실은 엄마들 관계도 좀 연결해 주고 싶었어요. 시골 삶이 많이 외로울 수 있거든요. 저는 처음에 왔을 때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어서 관계 맺기가 무척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엄마들의 어려운 점을 생각해서 이런 공간이 있으면 연결의 매개체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했어요.


정숙 : 그러니까 시골 특성상 이웃집이 옆집이 아니잖아요. 저~기 살고, 또 저~기 살고 이러니까 만나는 게 어렵더라고요. 지금은 그래도 아이들이 같은 학교를 다니니까 학교 활동하면서 아이들도 알고 엄마들도 알면서 지내는데, 애들을 어린이집만 보냈을 때는 동네에 누가 있는지도 잘 몰랐고 사실 동네에 이사 왔는데 또래도 눈에 띄지도 않았고요. 옆집에는 할머니가 사셨으니까요. 근데 여기 공간 생기고 같이 놀면서 진짜 많이 친해졌어요. 서로 알아가고 같이 학교도 가고 이렇게 연결되면서 더 친해졌어요.


홍세정 : 비빌 언덕이 좀 생겼다고 할 수 있죠.


최고은 : 아는 사람 하나도 없다가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 생긴 거예요.


홍세정 : 저희도 책과 사람, 마을을 잇는 반디도서관을 처음 만들 때 정숙님이랑 만들었거든요. 그러니까 뭐든 책으로 사람도 엮고 또 잇고 싶었어요. 진짜 그런 마음이 컸어요.




Q. 지역에서 생활하면서 장점이나 단점이 있다면?


홍세정 : 장점, 정말 평화롭다. 마음이 편안하다. 너무 단조롭고 너무 행복감이 충만하다. 시끄러운 도시에서 일을 하다 보니까 휴일만은 좀 조용하고 편안한 공간에 있고 싶은데 눈 뜨면 새가 지저귀고요. (웃음) 제가 완전 숲속에 살아서 눈 뜨면 산이 보여요. 그러니까 마음이 편안하고 또 교통이 번잡하지 않아서 좋아요. 또 아이들이 자연에서 지내니까 자연 친화적으로 행복감을 많이 느끼며 살 수 있는 것이 아주 큰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단점은….


정숙 : 그게 단점이 될 수 있죠? (웃음)


홍세정 : 단점은 편의시설이 많이 없다는 거. 생활 필수 시설이 별로 없잖아요. 사실 병원이나 약국이나 슈퍼가 적고 배달 음식이 안 된다는 거요. 그뿐만 아니라 아이들 키우면서 학원 같은 곳도 요즘에는 보내긴 해야 하는데 그러면 픽업을 많이 다녀야 하잖아요. 일하는 엄마, 아빠들은 좀 힘들죠. 출근을 멀리까지 해야 하니까요.


이효정 : 다 멀리 나가야 돼요. 하나도 없으니까요. 소아과도 없어요.


홍세정 : 처음에 왔을 때 어린이집에 놀이터가 없어서 속상했어요. 아이가 덕소에 있는 아파트 놀이터만 보면 놀고 싶어서 집에 안 가려고 했어요. 울고불고 떼쓰고요. 시우분교 놀이터가 근처에 있긴 한데 아이들이 거의 없죠. 같이 놀 아이가 없는 놀이터는 또 놀이터가 아니기도 해요. 어린이집에 놀이터가 있어야 하는데 조안면 시립어린이집에 놀이터가 예전에도 없었는데, 지금도 없어요. 그게 참 많이 안타깝더라고요.



Q. 혹시 실학박물관 알고 계셨나요?


홍세정 : 네, 실학박물관은 가본 적이 있어요. 실학박물관에서 활동가 교육도 있고 그랬던 것 같아요. 그쵸?


최고은 : 저희는 어린이집에서 가까우니까 자주 가요. 거기 공원도 많이 가고요.


정숙 : 해마다 행사하잖아요. 저희 아이들 어렸을 때 학교에서도 선생님 재량으로 수업 가서 아이들이 전시 보기도 하고 축제, 문화제 할 때 제가 애들 데리고 가기도 했어요. 그런데 몇 번 가니까 비슷해서 아이들 관심도 떨어지고 그러다 보니까 안 가게 되었네요. 막내는 데리고 간 적이 없나 봐요. 전시 <자산어보> 붙인 건 많이 봤어요.


홍세정 : 우리는 지역 활동가들 교육을 거기서 했던 것 같아요. 강당 같은 데서 했었어요.


최고은 : 전에 어린이집에서 관심이 많고 시에서도 밀고 하니까 정약용박람회를 하던데요. 주제가 정약용, 실학 관련된 거여서 어린이집에서도 제출하고 그랬더라고요. 아이들하고 1년 동안 프로젝트를 했었어요.



Q. 혹시 실학박물관과 함께 하고 싶은 활동들이 있을까요?


홍세정 : 생각을 안 해봤네요. 실학을 하나 같이 펼쳐주시면 좋을 것 같긴 해요, 다들 재주가 있으세요. 효정님은 떡케이크 사업도 하셨었고 디자인도 잘하시니까 아이들하고 함께 실학 정신으로 하면 좋겠어요. (웃음). 저희는 명색이 도서관이어서 그림책 읽고 애들하고 활동하는 것을 전에는 많이 했었거든요. 정약용 선생님 책 읽고 여러 가지 활동하는 것 같이 그림책과 관련된 활동을 하면 재밌겠네요.


정숙 : 제 생각에는 우리는 이 공간을 사용해야 되니까 실학박물관 지원을 받아서 이 공간에서 무엇이든 하면 좋지 않을까 싶어요. 구체적인 건 사실 잘 모르겠지만요.


홍세정 : 지역에서 해바라기협동조합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조안면에 있는 지역 명소들을 탐방하시고 지도도 만드시고 하는 분들 있어요. 그분들하고 같이 애들 수업하고 또 같이 탐방하고 이런 것도 실학박물관 연계해서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최고은 : 그냥 보는 거와는 다르잖아요. 역사 수업을 한 번 듣고 가서 보면 훨씬 이해가 잘 될 것 같아요. 활동을 해도 이해하고 활동하는 건 다르니까요.


홍세정 : 지역 주민, 아이들을 주요 대상으로 하는 것은 학교를 제외하고는 사실 많지 않은 것 같아요. 조안면, 취약 지역이잖아요? 지역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좀 더 있으면 좋지 않을까요? 저는 제일 어려운 게 아이들 픽업! 어딜 가더라도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하고요. 학교에서 어떤 공간으로 아이들 스스로 이동할 수 없으니까 학교 근처나 어린이집 근처나 그런 곳들에 문화공간들이 많이 있어야 하는데 전무하니까요. 그래서 이런 공간들이 조금씩은 생기는 거 같아요.


정숙 : 양수리만 해도 그 안에 세미원이 있고 와이플래닛도 있고 도서관도 크고….


홍세정 : 조안면은 정말 취약해요.






Q. 초등학교 내 도서관 이외에 어떤 도서관이 있으면 좋을까요?


홍세정 : 아까 얘기했듯이 문화를 접목한 도서, 관광, 문화 그리고 전시 이런 거 다 함께 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이 꼭 필요해요. 그런데 들어온다, 들어온다, 말만 하고 계속 안 들어오고 있어요. 아쿠아도서관이 들어온다고 한 게 꽤 오래됐는데 이게 돈이 없어서 못하는 게 아니고 정치하시는 분들이 바뀌면서 진행이 안 되는 거 같더라구요. 돈은 있는데 못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사실 어르신들을 위한 공간은 마을회관, 경로당, 파크골프, 게이트볼장, 축구장 엄청 많거든요. 거기가 하천 부지라서 놀이터는 설치 못하는 공간이라고 계속 안 해주면서 어르신들을 위한 것들은 계속 만드는 거예요. 조안면에는 아이들을 위한 시설이 정말 필요해요. 아이들이 놀 공간, 휴식하고 공부하고 생각할 수 있는 공간, 모든 걸 다 할 수 있는 공간이 정말 정말 꼭 필요해요.


정숙 : 물의 정원에도 놀이터 하나 있었으면 좋을 것 같은데 그 넓은 곳에 나무 죽어서 쓰러져 있고. 그래서 거기 놀이터 하나 있으면 진짜 좋겠다 했어요.



Q. 다른 지역 활동 중에 아이들 놀거리 관련해서 부러웠던 게 있다면?


정숙 : 양수리만 해도 와이플래닛에서 아이들을 위한 활동 같은 거 아주 많이 하는 것 같더라고요. 근데 이쪽은 전무하니까 비교가 돼요. 거기까지 가서 참여하는 게 쉽지는 않으니까요. 그리고 아무래도 양수리에 있는 거라 거기 사는 애들 위주겠죠.


홍세정 : 양수리 와플이요! 도서관도 근처에 있고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들이 잘 구비되어 있고, 프로그램이나 이런 것들이 잘 되어 있는 거 같아 부러웠어요. 그리고 청소년 축제를 정말 재밌는 것들로 구성해서 잘 하는 거 같아요. 조안면에도 아이들을 위한 참신한 공간이 하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정약용 펀그라운드가 있지만 이용하기가 편하지는 않아요.


정숙 : 펀그라운드에도 아이들이 좀 많이 참여하는데 그것도 학교 근처에 있었으면 훨씬 더 좋았겠다고 생각해요. 거기까지 걸어갈 수 있는 건 아니라서요. 학교 근처니까 그런 시설로 갈 수 있게 길만 잘 돼 있으면 아무리 멀어도 잘 갈 수 있는데 사실 아이들이 왔다 갔다 하기에는 교통이 위험해요. 무조건 픽업을 해줘야 해요. 그리고 아예 주민들한테 열려 있는 것도 아니고 약간 눈치 보이고 그래요. 잘 만들어놨던 코코몽빌리지도 있어요. 그것도 돈을 되게 많이 들여서 시설을 잘 만들어 놓아서 아이들 애기 때 잘 이용했었거든요. 안에 동물원도 있었고 아이들 놀이터, 텃밭, 모래 놀이터 등등 아주 잘 돼 있고 키즈카페 공간도 있어서 그나마 아이들이 잘 이용했었는데 코로나 이후로 아예 문을 닫고 지금도 운영을 안 하고 있어요. 세금으로 많은 돈을 들여서 만들어 놓은 시설을 이용하지도 못하게 문을 잠가놓고 있는 게 정말 혈세 낭비라는 생각이 들어요. 규모가 엄청 크고 시설이 엄청 잘 돼 있었어요. 동물도 많고 아이들 놀거리도 많고요. 사실 뭘 만들지 않아도 있는 거라도 잘 운영을 해 준다면 좋을 텐데 그것마저도 운영을 안 하고 있어요.


최고은 : 말씀하신 것처럼 놀이터가 일단 없으니까 거의 애들이 집 안에만 있어요. 저 처음 왔을 때는 진짜 집에만 있었어요. 아는 분도 없고 그래서. 근데 세정님 알게 되고 반디도서관 이용하면서 아이들이랑 교류가 생기고 엄마들도 알게 되었어요. 아이들은 거의 어린이집에 갔다 오면 끝이에요. 어디 갈 데도 없고 커뮤니티도 없으니 저 혼자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야 돼요. 여기 지역에 계신 분들이 일하기가 쉽지 않은 거죠. 아이들을 계속 돌봐야 하는 상황이니까. 그런 게 좀 많이 불편하죠. 문화 시설, 놀이 공간이 없으니까요.



Q. 어머님들끼리의 관계 맺기를 위해서 하고 싶은 거 있으세요?


홍세정 : 사실 이런 공간이 되게 좋거든요. 여기에서의 프로그램이 활성화되고 이 공간이 활용도만 더 높아진다면 엄마들의 관계는 자연스럽게 생겨요. 도서관 프로그램은 엄마들의 니즈가 없는 건 진행할 수가 없어요. 모집이 되어야 할 수 있잖아요. 하고 싶은 프로그램을 하는 거라서 만족도가 높아요. 학교 엄마들도 많이 오고 어린이집 엄마들도 많이 오고.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많이 했었어요. 제가 일을 안 한다면 프로그램도 더 많이 하고 많은 활동들을 하고 싶지만, 시간적인 제한 때문에 정숙님도 바쁘시고 해서 이 공간을 생각처럼 많이 활용하지는 못했어요. 공간이 있으니까 여기만 잘 활용해도 관계는 잘 형성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사실 조안면 주민자치센터는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아예 없거든요.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들이 정말로 배우고 싶고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이곳이 활성화되면 좋겠어요.


Q. 활성화된다는 것이 육아 고민도 나누고 서로 돕는 것 등을 의미하나요?


홍세정 : 그렇죠. 공동육아가 된다면 훨씬 더 좋겠죠. 공동육아를 추진하려고 했던 분들이 있었는데 지역적 특성상 무척 폐쇄적이어서 공간을 찾기가 어려웠어요. 아이들을 위한 사업을 “으쌰으쌰!” 함께 진행하고자 하는 주민들의 의지가 별로 없어서 결국 무산됐어요. 공동육아뿐 아니라 그런 거 있잖아요. 같이 밥도 먹고 이야기도 나누고, 서로 기쁘고 슬프고 그런 것도 나눌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으면 좋겠어요.


Q. 반디도서관 활동 중에 좋았던 것은 어떤 것일까요?


최고은 : 이거는 진짜 희생해서 하는 건데, 반디도서관 축제를 한 2년에 한 번씩 해요. 근데 공간이 없으니까 세정님 집에서 축제를 하세요. 한 50명씩 오시고. 집에 체험 부스, 요리 부스 이런 거를 만들고 식사에 공연까지 다 해요. 집에서 하기 쉽지 않잖아요. 어떤 사람이 그렇게 할 수 있겠어요? (웃음) 웃음만 나와요.


홍세정 : 아이들을 위한 축제가 너무 없어요. 저희가 시우분교 운동장에서 축제를 한번 했는데요. 너무 힘들었죠. 모든 준비물품이며 필요한 의자, 테이블이며, 운영비도 부족해서 빌리기도 어려웠죠. 그걸 다 옮길 수 있는 사람이 별로 없어요. 남편이 좀 도와주어서 했는데 정말 힘들었어요. 마당 옆에 부엌도 바로 옆에 있고 이러니까 그 편리함 때문에 집에서 한 번 했는데 그래도 힘들어서 죽을 뻔했죠. 옛날에는 반딧불이 축제 이런 것도 있었는데 반딧불이도 안 보이고 이제는 축제도 없어지고…….


이효정 : 그나마 실학박물관 축제하잖아요? 근데 사실 너무 외부에서 많이 오시니까 지역 아이들이 그렇게 많이 못 가는 것 같고 차 가지고 거기 가려면 엄두가 안 나요.


홍세정 : 사실 반디도서관에서도 하려면 할 수는 있는데 너무 제한적인 거죠. 예산이 없어서 뭐 축제라고 할 수도 없게 너무 제한적이에요. 밖에서 하면은 기본적으로 한 200~300만 원은 더 있어야 되는데 100만 원 미만으로 준비하고 식사대접까지 하려면 어려우니까 집에서 했었어요. 아이들이랑 같이 체험 활동도 많이 하고 공연도 즐기고 그림책도 같이 읽고 퀴즈도 풀고 사생대회도 하고 부스 참여, 요리하기도 넣고 이렇게 다양하게 했었어요. 음향시설 빌려가지고 딱 세팅해 놓으면 진짜 일도 아닌데 아무도 없이 저희끼리 준비하다 보니까 힘들었어요. 도서관 빔프로젝트 가져다 설치하고 음식도 다 손수 준비해야 되고 하니까요. 안타까운 거는 정말 지원해 주는 데 하나도 없이 우리 집 마당에서 했다는 거죠. 그 넓은 물의정원, 정말 좋은 자연 환경에서 애들 뛰놀면서 넓은 곳에서 되게 화려하게 아이들 축제를 진짜 1년에 한 번만이라도 즐겁게 할 수 있으면 참 좋을 것 같은데….


최고은 : 물의정원은 외지에서 다 몰려오는 곳이잖아요. 근데 정작 여기 사는 우리는 주말 같은 때 갈 엄두를 못 내요. 차가 너무 막히고 복잡해서요. 걸어서 갈 수도 없고.


Q. 앞으로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홍세정 : 남들이 보면 별 거 아닐 수도 있지만 일하면서 반디도서관 활동을 계속 유지해 나가는 것이 힘들어요. 사실 프로그램 하고 축제도 하고 애들하고 그림책도 읽고 활동하는 게 에너지가 더 많이 있어야 할 수 있는 일이에요. 그래서 이제는 정리를 할까 하다가도 또 좋아하는 아이들을 보면 그게 안 되고, 안 되고…. 어쨌든 같이 일하시는 분들이 더……. (웃음)


정숙 : 진짜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아파트 단지는 사람이 모여 있으니까 뭘 하더라도 모집도 잘 되고, 사람들이 들락날락해도 되죠. 근데 저희는 사람이 정말 한정적이고 아이들도 많이 줄고 하다 보니 사람이 제일 필요한 것 같아요.


홍세정 : 지금 하고 있는 것이 잘 되어서 계속 연계해서 프로그램을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지역 주민들이 조금이라도 학습 기회를 더 갖게 하고 싶어요. 여기 시우리는 조안면에서 제일 오지거든요. 남양주시에서 행복택시도 지원받는 오지에요. 왜냐하면 교통이 안 좋고 면사무소나 운길산역이랑 제일 멀리 떨어져 있는 지역이라서요. 그래서 지역 주민들이 조금이라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지금 하는 거에서 그냥 조금 더 하려고 해요. 학습등대는 남양주시에서 시민들 교육을 위해서 강사비를 지원해 주는 거예요. 저희는 학습등대 프로그램을 5년 동안 지원받았어요. 강사비 지원이 되어서 재료비만 내고 하면 되니까 지역 주민들이 부담이 없잖아요. 재료비만 조금 내면 참여할 수 있으니까 열심히 참여해 주시고 만족도도 매우 높아요. 미술 수업, 핸드드립커피 수업, 그림책 수업, 보드게임, 영어, 합창 등등 뭐 많이 했어요. 앞으로도 잘 유지될 수 있게 열심히 하는 게 목표예요! 조안면의 사랑방이 되는 것도요.


정숙 : 저희가 엄청 다양하게 해요. 선생님만 된다면 오케이. 선생님을 모셔오기 힘들 때는 다들 그림책 선생님도 한 번 하시고요. 조금 더 지원이 된다면 더 좋을 것 같아요. 여기 지원해 주러 오신 거 아닌데 지원 얘기를 막 하고 있네요. (웃음)



** 반디도서관에서는 학습등대 프로그램으로 요즘 천연화장품 만들기가 한창입니다. 천연 재료로 건강한 화장품을 만들며 생태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2025 실학박물관 지역활동가 아카이브 <모종의 발견>

조선 후기, 더 나은 세상을 위해 고민하던 학자들을 실학자라 불렀습니다.

오늘날, 우리 주변에도 더 나은 세상을 꿈꾸며 활동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모종의 발견>은 지역 곳곳에서 싹트는 활동가들의 이야기를 찾아 숨겨진 가능성과 가치를 세상에 알립니다.

글쓴이
실학박물관
자기소개
실학박물관은 실학 및 실학과 관련된 유·무형의 자료와 정보를 수집·보존·연구·교류·전시하며 지역 주민에게 교육과 정보,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한 즐거움을 제공하는 다목적 차원의 문화복합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하고자 건립한 국내 유일의 실학관련 박물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