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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씨가이드

안산_Curator’s Taste : 밥상의 온도

길손집 시골밥상

방초아 | 경기도미술관 학예연구사


누구나 따뜻한 밥 한 공기가 가장 그리울 때가 있다. 삶 속에서 늘 어딘가에 쫓기듯 달 려오다가 누군가가 다독여주듯 차려준 밥 한 끼가 하나의 안락한 위안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런데 적당한 밥집 찾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길손집 시골밥상’은 유별난 것으로 소개할 만한 곳은 아니다. 오히려 세련되고 과시적인 음식들로 빠르게 유명세를 얻은 맛집들 사이에서, 그저 집밥 한 끼 푸근하게 먹었다고 느끼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적절한 곳 이라고 할 수 있다.


길손집 시골밥상은 화정동 밭두렁 사이에 있다. 독채로 된 식당 옆에는 묘소가 있는데 그야말로 시골에 있는 할머니댁에 온 느낌을 준다. 식당과 묘소라니 상당히 묘한 조합이지만, 양지바른 날 창 너머로 무덤을 바라보며 식사를 하자면 어쩐지 밥상에 주어진 따뜻 한 음식을 먹고 있는 그 순간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래서인지 이곳의 밥은 유독 맛있게 다가온다. 무쇠솥에 지은 밥알에는 가을 햅쌀처럼 윤기가 흐르며, 고소하고 달 큰한 감칠맛이 감돈다. 뜨거운 김이 오르는 쌀밥을 한입 가득 욱여넣고, 간간하게 간이 밴 고등어, 삼삼한 고사리나물과 도라지나물, 쫀득하게 졸여진 연근조림과 바짝 볶은 멸치볶음, 들기름 향을 품은 애호박나물, 말캉한 가지볶음, 꼬들꼬들한 무말랭이 등을 골라가며 먹다보면 어느새 한 그릇을 다 비우게 된다.




이곳에서는 먼저 무쇠솥의 밥을 그릇에 덜고 난 후 밥알이 눌어붙은 솥에 물을 부어놓는다. 밥을 다 먹어갈 즈음, 물을 부어놓았던 무쇠솥에는 노릇노릇한 누룽지가 완성되어 있다. 구수한 누룽지를 먹을 때엔 뜨끈한 국물이 속을 타고 내려가면서 모든 긴장도 마음의 경계도 허물어져간다. 이때쯤이면, 내가 함께하는 이가 처음 만난 이건, 어색하거나 어려운 이건 할 것 없이 다 같이 식구가 된 기분마저 들기도 한다. 미술관에 갓 들어온 신입 시절에 어려웠던 선배들도, 처음 만나 어색했던 작가들도 이곳에서 함께 고등어를 발라 먹고, 맨손으로 상추의 물기를 툭툭 털어 제육볶음을 가득 싸서 먹다보면 어느새 서로 간에 은근한 정이 배어났다.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를 위한 밥상을 잘 차리고 싶어도, 혹은 미술관에 자주 가고 싶어도 삶 속에서 해야 할 것들에 치여 쉽게 시간을 내지 못한다. 쫓기듯 해야하는 무언가에 어쩌면 우리가 탐구하고 사색하고 질문했을 시간들을 늘 내어주었을 것이다. 오늘은 이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경기도미술관에서 각자의 삶을 들여다보게 하는 작품들과 만나고 시골밥상의 따뜻한 온도를 음미하는 시간을 갖기를 추천하고 싶다.



information

  • 길손집 시골밥상

    주소/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너비울길 48

    문의/ 031–403–1983

    이용시간/ OPEN 10:00~21:30 / DAY OFF 설날 및 추석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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