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씨가이드 1] 연천_Celebrity's Space : 전곡선사박물관에서 시작하는 젊은 바위의 산천

연천 역사기행

배기동 | 국립중앙박물관장


연천 지역은 경기도에서 가장 북쪽에 해당되는 곳이고 또한 북한과의 군사분계선이 가 로지르고 있어서 흔히 가기 어려운 지역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한반도에서 가장 젊은 땅인 한탄강 임진강변을 따라 있는 연천의 명소를 돌아보는 것은 아마도 짧은 한국사 기행이라고 해도 무방할 듯하다. 무엇보다도 전곡리 구석기 유적이 바로 그 출발점 이기 때문이다. 이 일대에서는 구석기시대부터 현대사에 이르는 유적들을 아름다운 풍경 의 강을 따라서 만날 수 있다.


서울에서 3번 국도를 타고 연천을 가려면 38선상에 있는 다리를 건너야 한다. 이곳은 한국전쟁 전에는 북한 땅이었다. 그 다리를 건너면서 보이는 반짝이는 스테인리스 스틸로 우주선같이 만든 건물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구석기 박물관이다. 스테인리스 금속제 거울이 온 자연을 비추니 바로 온 세상을 담고 있는 그릇이고, 밤이면 조명이 이 건물을 살아서 움직이는 뱀으로 만든다.


이 박물관은 한반도에서 가장 오래된 구석기 유적 위에 있으니 곧 역사 탐험의 1번지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곳에 전시된 수십만 년 전에 만들어진 아슐리안형 주먹도끼들은 당 대의 학설을 바꾸게 만든 유물로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것이다. 경기도가 세계적으로 자 랑할 수 있는 유적이자 박물관인 셈이다.


세계 최고의 장인이 만든 살아 있는 듯한 원시인들, 그리고 동아프리카의 사바나에서 살다가 이제는 이 박물관에 박제되어 서있는 사자의 모습에서 시간여행을 하는 것처럼 느끼게 될 듯하다. 타임머신 같은 이 은빛 박물관에서는 들어서는 순간부터 새로운 여정 이 시작된다. 작은 전시실을 한 바퀴 돌아보는 관람은 한국에서 아프리카로 그리고 지금 으로부터 7백만 년 전의 시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공간여행이자 시간여행이다.




박물관 뒤편의 언덕에 올라서면 바로 유적지이다. 왜 이곳에 그렇게도 오래된 구석기 유적이 남아 있게 되었을까? 아마도 이 박물관을 나서면서 드는 생각일 것이다. 유적의 언덕에서 한탄강으로 내려서면 강을 따라 펼쳐지는 주상절리의 수직단애 적벽이 장관을 이루는데, 그 광경을 보고 있노라면 그 대답을 알게 된다. 이 일대는 지난 수십만 년 동안 용암이 몇 차례 강을 메운적이 있었다. 그래서 이 젊은 지질구조에 아직도 침식되어 사라지지 않은 구석기시대 인류의 흔적이 남아 있게 된 것이다.


이 적벽 장관은 연천의 어느 곳에서든 한탄강과 임진강을 따라서 볼 수 있고 연천읍 가까운 곳에는 재인폭포와 또 하나의 신비한 풍경인 비둘기공(둥그런 물웅덩이)을 볼 수 있기도 하다. 말하자면, 이 일대는 백두산과 한라산 사이에서 유일하게 신생대 화산활동이 있었던 곳이다. 그래서 이 일대를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한 것이다.




그 현무암 단애를 따라가게 되면 수많은 전쟁 유적을 만나게 된다. 호로고루는 고구려 군이 백제군이나 신라군의 북침을 저지하기 위해서 현무암 단애 위에 높이 쌓은 고구려 식성이다. 이러한 성은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심지어 전곡리 구석기 유적이 있는 곳도 일부 학자들은 매초성터라고 생각하기도 하는데 유적을 둘러싸고 있는 토성들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전곡선사박물관 바로 뒤에도 성벽이 남아 있다. 전곡리 유적의 건너편에도 매초성터로 비정된 대전리성이 있고, 또 유적의 서쪽으로 은대리성이 있다.


임진강과 한탄강은 고대 삼국의 힘이 교차하던 곳이었고 현대에는 이곳이 극렬한 전장 이기도 했다. 백마고지를 비롯한 한국전쟁의 현장이 생생하게 남아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태풍전망대에 들어서면 북한의 초소를 넘어서 북한 땅을 휘돌아 오는 임진강이 아련 하고 유구해 보인다.


연천을 다니면서 가장 가슴을 찡하게 만드는 것은 경순왕릉이다. 신라 마지막 왕의 무 덤이 왜 이곳에 있을까? 그 해답은 그가 망국의 왕이고 죽어서도 경주로 가고자 했지만 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그의 한이 서려 있다. 한편 경순왕릉의 아픈 정서와 대비되는 명소로 한탄강 단애 위에 고목으로 덮여 있는 고려 태조를 비롯한 네 명의 왕과 충 신들의 제사를 지내기 위해 만들어진 사당인 숭의전이 있다. 그 아래로 흐르는 임진강은 아픈 역사를 씻어내고 언제나 새살을 돋게 하는 신비함을 느끼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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