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다순

경기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더불어 사는 과정이 예술이고 교육이다 - (1)

지지봄봄 19호 2차 좌담회


'지지봄봄'은 경기문화재단 경기문화에술교육지원센터에서 2012년부터 발행하고 있는 문화예술교육 비평 웹진으로 경기도에서 운영하고 있는 다양한 문화, 예술, 교육, 생태, 사회 프로그램을 지지하고 도민들과 공유합니다.

조정훈 / 편집장, 우리동네사람들

유상용 / 진강산마을교육공동체

임정아 / 우리동네사람들/발도르프학교 교사

이성희 / 북가좌초등학교 교사

정수진 / 우리동네사람들. 국제개발NGO 활동가

이광민 / 활동가/前(전)시민사회단체 실무자

박아롬 / 지지봄봄 담당자

한상은 / 녹취록 작성


전지영 안녕하세요? 경기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장 전지영입니다. 지지봄봄 19호 2차 좌담회로 모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1차 좌담회 때 못다한 이야기를 더 나누고 싶어 오늘 자리를 마련했는데요, 이미 지지봄봄 19호 웹진이 발행되어 이번 좌담회는 웹진으로 발송되지 않겠지만 2016년 단행본에는 수록될 예정입니다. 개인적으로 1차 좌담회 녹취록을 읽으며 단순히 우동사를 ‘주거공동체’라고 하기에 충분치 않다고 생각했어요. 삶에 대한 스스로의 기획적 맥락이 문화라고 본다면 문화예술교육센터와의 유대가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게다가 문화예술 활동을 하는 분들이 지역에 공간을 거점화하는 것이 단순히 이벤트성으로 하는 게 아니라 지역의 주민들과의 네트워크가 성패를 좌우하는 일들이 많더라고요. 그런 것을 풀어 가는데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지 않을까하는 고민을 하던 차에 조정훈 선생님을 뵙게 되었지요. 어떻게 보면 본격적이진 않지만 지역에서 문화예술활동을 하는 거점화의 형태로 굉장히 좋은 사례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이런 과정에서, 지지봄봄에 대대적으로 우동사를 소개하고 이런 문화예술교육안에서 이런 맥락으로 활동하는 젊은 분들이 있다는 것을 활짝 열어서 보여드리고 그 안에서 좀 더 이야기 거리를 풀어가고 싶어 오게 되었습니다.



조정훈 1차 좌담회를 통해 충분히 공감대가 형성 되어 있어서 2차 좌담회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요. 지지봄봄 19호 편집장을 요청하셨을 때 기꺼이 해보고 싶었고 결과적으로 내용이 재미있게 나와서 좋았습니다.


전지영 너무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그래서 더 이야기를 듣고 싶었어요.




이성희 일단 와주셔서 좋고요(웃음). 저는 우리동네사람들(이하 우동사) 402호에 살고 있고 아기엄마입니다. 지지봄봄 웹진에 원고 써보자는 이야기를 듣고 지지봄봄 전 호들을 찾아봤었거든요. 이 웹진 어떤 취지에서 진행되고 있을까 궁금했는데 글이 너무 좋은 거예요. 문화예술교육의 장을 찬찬히 다시 들여다보는 시선이 좋고 공감이 갔어요. 그런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원고를 썼었고 지난번 1차 좌담회 연찬 모임도 좋았었거든요. 그래서 오늘은 믿고 가는 마음으로 나왔습니다(웃음). 최근에 지지봄봄 글도 써보고 우동사 포럼도 진행 하면서 삶을 더 들여다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 같아요. 같이 산다는 것에 대해 제가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도 돌아볼 수 있었어요. 저는 실제로 함께 살면서 큰 변화를 겪었다고 생각하거든요. 우동사에서 6년째 지내면서 제가 안정되고 개인의 문제가 작게 느껴져서 편안한 상태가 됐어요. 일상에서 오는 감정적인 굴곡은 있지만 전반적인 인생을 생각하면 삶이 편안해진 거예요. 그리고 정말 뭐가 좋은지 알고 싶다거나 혹은 그것을 나누고 싶은 마음이 자연스럽게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이번 ‘공동체’라는 주제가 반가웠어요. 저는 아이를 키우고 있는데 우리 아이가 행복해하는 모습이 자주 보여요. 우리 아이만 그렇다면 좀 아쉬운 느낌이 있어서요. 지금은 그 마음만 있는 상태고 실제로 드러나는 건 아직은 해보지 않아서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생각이 들기도 해요.




전지영 개인에 대한 문제가 줄었다고 하셨는데 그 뜻은 공동체의 의미가 커지면서 개인적인 고민에 대한 볼륨감이나 무게가 적어지셨다는 것인가요?


이성희 삶에 부대끼는 감정들이 올라오면 그걸 해소하는 데 에너지가 많이 쓰이잖아요. 그런 불편함을 표현하거나 평소에 생각하던 단점을 드러냈을 때 이 공동체 관계망에서는 그게 전혀 단점이 되지 않는다는 걸 확인하면서 제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편안해졌어요. 사람이 불편함을 느끼는 것은 타인이 바라보는 시선에서 불편함이 생기는 것 같은데 이곳에서는 그런 게 많이 줄어드니까 저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다른 곳으로 옮겨지더라고요.


임정아 저는 임정아라고 하고요. 저도 지난번 모임이 좋았었고 조정훈씨가 센터장님 이야기를 했을 때 늘 궁금했어요. 요즘엔 이렇게 이야기하는 자리가 여러모로 재밌더라고요. 늘 재밌고 행복한건 아니지만 대화 주제가 재밌을 때도 있고 대화하면서 제를 드러나는 과정이 흥미롭고요. 그래서 그런지 요즘은 다양하게 열리는 이런 자리가 반가워요. 저희끼리 할 때도 재밌고, 커뮤니티펍에 오신 분들과 이야기하는 것도 좋고 오늘처럼 외부에서 오신 분들과도 좋고요. 그래서 오늘 여기 올 때 기대가 많이 되었어요. 저도 우동사를 같이 시작한지 6년 째 되어가고 있는데요, 저에게도 많은 변화가 있었어요. 가장 큰 변화라고 한다면 ‘나는 이런 사람이야, 나는 이렇고, 이런저런 행동을 해’하고 고정되어 있던 내 자신이 해체되는 느낌이었던 것 같아요. 해체된다고 해서 자유로워졌다는 건 아니었지만요.


또 안과 밖이 구분되어 있었던 나를 느끼게 되었죠. 직장에서의 나 자신과 집에서의 내가 인식하지 못했지만 굉장히 뚜렷하게 구분하면서 살고 있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어요. 그 구분이 무너져 내리는 과정이 어떨 땐 눈물로, 어떨 땐 웃음으로, 분노로 표현되기도 하지만 과정이 쌓이다보니 제가 정말 어떻게 살고 싶은지, 어떤 게 즐겁고 행복한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수면으로 올라오는 게 좋았어요. 이런 데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하나 둘 늘어가면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분위기와 자리가 소중해요. 그게 가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같이 산다는 흐름도 있었고 나의 방향성도 있겠지만 최근에는 같이 살면서 실제로 주거비용이 감소하니까 다른 곳에 소모되던 에너지가 내 안에 남아있고 이야기할 수 있는 물리적인 공간이 있다는 것 이 꽤 크게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어요. 그 두 가지를 같이 해나갈 수 있는 상황 자체가 중요하고 고맙다고 느끼면서 지내고 있어요. 저도 일희일비(웃음)한데 그런 저를 드러내는 게 예전보다 훨씬 편하고요. 저의 상태에 관심을 갖게 되고 상호작용이 일어날 수 있는 분위기 되니 이야기 거리가 늘어나요. 함께 사는 한 명 한 명이 이런 이야기를 같이 하며 살아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전지영 저도 마찬가지에요. 직장 안에서의 제 모습과 이곳에서의 제 모습, 그리고 집에서 저의 모습은 많이 달라요. 가끔은 그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을 때가 있어요. 굳이 다를 필요가 없는데 왜 자꾸 다른 모습으로 서있게 될까를 고민하게 되지요. 임정아 선생님은 스스로 구분하고 규정하는 걸 허물고 계시잖아요. 처음에 터뜨리고 허물게 되었던 계기가 무엇이었나요?


임정아 딱히 계기가 있던 것은 아니고 여러가지가 작용한 게 아닐까 해요. 지금 떠오르는 건 이야기를 하고 들을 수 있는 관계, 사람이 그 요소 중에 하나예요. 저희가 지지봄봄 19호 현장 인터뷰를 위해 일본 스즈카에 있는 에즈원커뮤니티를 만났을 때도 삶의 방향이나 습관에 질문을 던져주는 외부적인 자극과 환경들이 있었어요. 에즈원커뮤니티의 코스에 참여했던 게 삶에 대한 질문을 전환하는 계기가 됐던 것 같아요. 5박 6일 동안 합숙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세미나에 참석했는데 뭔가 알려주는 자리라기보다 각자의 생각을 나누고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에 질문하는 법을 배우는 자리였어요.



김진선 저는 여기 온지 1년 조금 넘었어요. 워낙 우동사가 항상 이야기를 하는 자리가 많아서 오늘 좌담회도 그런 흐름으로 하면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직장생활을 10년 정도 하다가 3년 반 전에 회사를 그만뒀어요. 그 후에 집에서 가까운 인문학 공동체에서 공부를 하다가 공동체를 내 생활의 중심으로 두는 게 좋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 때 우동사를 알 게 됐는데 여기에 또래가 많아서 이 사람들과 친구로 지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전지영 새로운 사람들과 생활을 같이해야 한다는 것에 부담은 없었는지요.


김진선 우동사를 보면서 공동주거를 한 번 해보면 재밌겠다고 생각했어요. 예전부터 친구들과 같이 사는 것에 대한 로망이 있었고 실제로 그렇게 살고 있는 친구들이 있어서 좋아 보였어요. 작년에 가출 프로젝트에 참여해서 3개월을 같이 살아보았는데 재밌더라고요. 처음에는 그렇게 한 번 맛본다는 생각으로 왔어요. 초기에는 집도 자주 왔다 갔다 하다가 중심이 자연스럽게 우동사로 옮겨지면서 집도 정리하게 됐어요.


전지영 우동사의 마력이 뭔가요?(웃음)


김진선 소위 말하는 다른 삶을 꾸리는 ‘대안’이라는 건 어떤 것이 있고 외부에 맞서서 싸워야하니 힘도 커야하는데, 이 과정에서 ‘해야 하는 것’이 우선이 되면 개인이 어떤지는 자꾸 잊게 되잖아요. 그런 점에서 제가 생각하는 우동사의 가장 큰 매력 또는 마력은 뭔가를 정해놓고 진행하는 방식이 아니라 중간에 계속 점검하며 갈 수 있다는 거예요. 초기에 우동사를 꾸렸던 친구들이 워낙 사람의 마음을 살피는 감각이 좋아요. 그들과 함께 계속 점검하고 그때그때 좋은 것을 찾는다는 게 공부가 많이 되는 것 같아요.


이광민 저도 우동사에서 생활한지 2년 된 것 같아요. 처음 우동사와의 인연은 인천에 있는 마을공동체지원센터에서 근무할 때였는데, 우동사가 참 재밌어 보였어요. 그 때 제가 느낀 건 ‘표정들이 다들 밝다’였어요. 그게 우동사의 일상적인 모습인 것 같은데 신기하더라고요. 왜냐하면 제가 만나는 주변 사람들은 굉장히 시니컬하고 늘 심각한 분들이 많았거든요. 또 개인적으로는 어떻게 살면 좋을까에 대한 고민이 많았는데, 저에게는 종교적인 삶을 살아야겠다는 포인트가 있었어요. 학창시절부터 6년 정도 같이 공부하던 그룹이 있는데 같이 기도하고 수행하면서 수도회처럼 지내보자고 마음을 모았어요. 일단 공통의 목표가 있었고 공부하는 모임 같은 거였죠. 그때 우리는 은둔해서 수도생 처럼 살지 않더라도 각자 생활하는 장소에서 우리가 생각하는 것, 표현하고 싶은 것을 정리해보고 주에 한번 모여서 같이 할 수 있는 일은 해보자는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공동체의 규칙이 너무 강해서 생각만큼 잘 되지 않았어요. 잘 살고 싶어 하고 그것이 나한테 좋은 거라고 생각하면서 왜 늘 우리는 고민하고 괴로워하고 힘들어하는지, 그건 어디부터 어긋난 것인가 생각하던 차였어요. 그때 우동사가 종교단체에서 만난 친구들끼리 시작했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게 저한테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당시에는 ‘우리와 어떤 것이 다르기에 가능할까? 우리는 애를 쓰고 아등바등 해도 안 되는데 여기는 어떤 조건이 가능하게 했을까?’ 하는 호기심이 들었어요. 제가 생각하는 ‘공동체’라는 언어는 ‘결사체’에 가까운 표현이라 저는 우동사가 ‘공동체’라는 느낌이 지금도 강하지 않아요. 이곳은 생활을 같이해나가는 느낌인데 저에게는 공동체라는 말 자체가 가진 무거운 느낌이 강해서 조심스럽긴 해요. 우동사에서 살아보니 저에게 자립에 대한 욕구가 굉장히 많다는 것을 느꼈어요. 외부의 도움을 받지 않고 내 능력으로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자연스럽게 어울려 살고 있어요.


사실 저는 게으르고 술 좋아하고 이야기하는 거 좋아하는 사람인데 의미 있고 가치 있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이라고 여겼던 것 같아요. 하지만 막상 살면서는 의미 있고 가치 있는 것이 절대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지금은‘ 아무것도 아닌 채로 살아가도 괜찮겠다’ 생각해요. 우동사에 오기 전에는 직장 생활을 하며 아침에 일어나 출근하는 게 지옥 같았고, 일에 자꾸 나를 투사해서 일이 내가 되고 저에게 과중하거나 처리하기 힘든 일도 있었어요. 힘들 때 주변 사람들에‘ 나 힘들어’하고 도움을 요청하기도 어려운 분위기였고요‘. 정말 월급쟁이가 된 것 같다, 이렇게 살고 싶었던 건 아닌데’라고 많이 생각했어요. 그 때 이야기 털어놓기 편하고 공감도 잘 되는 곳이 우동사였어요. 사이좋게 지내는 느낌이 좋았고 내가 잘하는 것도 없고 사랑받을 이유도 없는데 이렇게 받는 것도 좋았어요.


전지영 종교단체 이야기를 하셨는데, 우동사는 작금의 어떤 종교적 공동체보다 갈등이 없어 보여요. 제가 여기 들어와서 살아보지 않았기 때문에 막연하긴 하지만 분명 남다른 과정을 겪어서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선생님 이야기를 들어보니 조금은 이해가 됩니다.


이광민 마지막으로 저는 ‘해야 하는 것’을 하면서 살았지 정작 ‘하고 싶은 건’ 해보지 못한 사람이었어요. ‘이제는 좀 그렇게 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과 기대를 하고 있어요.


- 더불어 사는 과정이 예술이고 교육이다 - (2)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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