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다순

경기문화재단

민족의 서정을 노래한 시

문학-현대-운문 분야 『진달래꽃』 리뷰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은 경기천년을 기념하여 ‘새로운 경기’로 나아가기 위해 도민의 생각의 틀을 확장하고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분야별 우수 도서 100선을 선정하였습니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선정위원회의 추천과 심의로 경영경제, 과학, 문학, 문화, 사회, 아동, 인문의 7개 분야에서 200선이 엄선되었고, 10대부터 50대 이상의 경기도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조사를 통해 최종 100선이 선정되었습니다. 선정된 책들은 도민 누구나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것들로, 읽을거리를 찾는 도민에게 실질적 가이드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최종 선정된 경기그레이트북스 100선은 경기문화재단 홈페이지(www.ggcf.kr), 경기천년 홈페이지(ggma.ggcf.kr) 및 경기문화콘텐츠플랫폼 GGC(ggc.ggcf.kr)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진달래꽃』 

김소월 지음, 미래사, 2016 








민족의 서정을 노래한 시


여태천 - 동덕여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어느 자리에서든 한국의 시에 대해 이야기할 때면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시인이 김소월이다. 김소월의 이름을 먼저 떠올리는 이유는 그의 시가 한국적인 감수성을 가장 한국적인 운율과 상징체계로 형상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소월의 본명은 김정식이다. 그는 1902년 외가가 있는 평북 구성에서 태어나 정주에서 성장했다. 김소월은 1920년 스승인 김억의 도움으로 『창조』에 「낭인(浪人)의 봄」, 「야(夜)의 우적(雨滴)」 등을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그가 고향을 떠나 생활한 기간은 매우 짧았고, 그 결과 중앙 문단과의 교류는 거의 없었다. 당연히 교유한 문인도 많지 않았다. 오산 고보를 다니다 1922년 배재 고보에 편입하여 1923년 3월 졸업하고, 일본으로 건너가 도쿄 상과대학 예과에 입학했으나 9월 간토 지진이 일어나자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다. 1924년 이후에는 그의 처가가 있는 평북 구성으로 이주해 생활했으며, 1926년에는 동아일보 지국 일을 하기도 했다.


김소월은 1925년 우리 문학사에 길이 남을 시집 『진달래꽃』을 매문사에서 간행한다. 여기에는 「진달래꽃」을 비롯해, 「초혼(招魂)」, 「산유화」, 「가는 길」, 「왕십리」, 「접동새」, 「금(金)잔디」, 「엄마야 누나야」 등 그의 대표적 시 127편이 담겨 있다. 『진달래꽃』은 서구 편향적인 초기 시단의 형성 과정에서 한국적인 정감과 리듬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한국 현대 시의 수준을 한 단계 올려놓은 기념비적인 시집이다. 애틋하고 아름다운 정서를 서정적으로 표현했던 그의 시는 시집 발간 이후 민족주의적인 색채와 현실 인식을 조금씩 드러내기 시작한다. 하지만 시집을 출간한 이후 1년에 한두 편씩 작품을 발표했으나 그의 작품 활동은 그리 활발하지 않았으며, 생활은 극도로 피폐해져 1934년 12월 불우했던 생을 마쳤다.


시집 『진달래꽃』은 김소월이 생전에 발간한 『진달래꽃』(매문사, 1925)에 실리지 않은 작품들까지 모두 포함해 그중에서 100편을 뽑아 4부로 구성하였다. 여기에는 최초의 발표작 「낭인(浪人)의 봄」과 「야(夜)의 우적(雨滴)」 뿐만 아니라 개인적 이유로 시집에 수록하지 못했던 그러나 주목할 만한 작품들, 그리고 시집 발간 이후에 발표된 작품들이 두루 포함되어 있다. 그뿐만 아니라 해설과 연보, 그리고 참고 서지까지 있어 간략하게나마 그의 시 세계 전반을 조감할 수 있다.


흔히 김소월의 시가 우리말의 어감을 가장 잘 구현한다고 말할 때, 그 말은 익숙한 모국어의 개념 안에서 이해되기 쉽다. 그런데 김소월은 전통적인 시가문학의 영향 아래서 근대 시 장르의 형식을 모색하던 시기에 시작 활동을 했다. 그는 전통적 장르를 수동적으로 계승하거나 새로운 장르에 대한 맹목적 실험에 힘쓰기보다는 자신의 정서와 감각을 표현할 수 있는 언어에 대해 고민하였다. 이러한 흔적은 그의 작품을 통해 고스란히 확인된다. 예컨대 「낭인(浪人)의 봄」에서 낭인을 바라보는 화자의 감상적인 목소리가 뚜렷하게 드러나는데, 정확하게 7음절을 지키고 있는 것으로 보아 그 형식적 특성이 한시의 형태와 상당히 유사하다. 「야(夜)의 우적(雨滴)」 역시 우리말에서 실현가능한 한시의 형식적 특질을 시험하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 민요조의 리듬으로 이별을 표현하고 있는 「장별리」 같은 작품을 보더라도 김소월이 어떤 자리에서 시를 썼는지를 알 수 있다.


무엇보다 김소월은 뛰어난 모국어 감각을 바탕으로 시적 리듬을 철저하게 의식했던 시인이다. 그는 시어를 선택하고 그것을 직조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지니고 있었으며, 이미지와 은유에 기대기보다는 리듬을 통해서 주체가 지니는 정서의 상태를 현상적으로 보여주었다. 예컨대 이별의 상황을 설정하고 화자의 진실한 사랑의 감정을 역설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진달래꽃」이나 떠나는 사람의 미묘한 심리를 자연의 상황에 대비하여 형상화한 「가는 길」에서 시적 리듬은 시의 의미론적 요소와 분리 불가능한 결합 관계에 있다. 사랑하는 이가 죽었다는 사실의 되풀이와 그것에 대한 확인을 다루고 있는 「초혼(招魂)」에서, 주제는 점점 격화되는 부르짖음과 추상적인 소리의 울림에 의해 강화된다. 형언할 수 없는 상실감이 리듬의 옷을 입은 경우다. 이와 같은 작품은 언제 읽어도 우리의 마음을 흔들고 귀를 울린다. 이 모든 것이 가능한 이유는, 김소월의 시에서 리듬이 특별한 방식으로 의미와 결합하여 하나의 단일한 의미-형식의 통합체로 조직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김소월은 타협과 굴종을 강요하는 일제강점기의 폭력적인 현실과 정면으로 대결하였던 시인은 아니었지만 그의 시는 당대 삶의 세부에 깊이 침투하여 실존적 삶의 실상을 절실하게 보여준다. 우리가 김소월의 시에서 한 개인의 좌절과 슬픔뿐만 아니라 나라 잃은 이의 아픔을 동시에 느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소월은 자아와 현실 사이의 극복할 수 없는 단절로 인하여 좁혀진 삶의 가장자리에서 한 인간으로서 자기 자신의 영혼을 탐색하려 하였다. 상실감으로 흔히 설명되는 김소월의 시는 한 인간의 근원적 조건을 항상 문제 삼고 있으며, 까닭에 그의 시에서 시대성과 역사성을 함께 읽을 수 있는 것이다. 예컨대 「옷과 밥과 자유」와 「돈과 밥과 맘과 들」에서는 물질적 결핍에 따른 고단한 삶을 직핍하게 보여주며, 「고락」에서는 때로는 힘겹고 때로는 즐거운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이 잘 형상화되어 있다. 현실적 이야기에 가려진 근원적 고향에 대한 내밀한 정감을 「고향」에서 읽을 수 있는 것처럼 김소월의 시는 한 개인의 영혼을 탐색하면서도 시대성과 역사성을 동시에 형상화하고 있다.


김소월의 시는 간결한 언어로 우리 민족의 고유한 정서를 보편적 리듬에 실어 탁월하게 보여준다. 그뿐만 아니라 이별과 그리움, 삶과 죽음, 인간과 자연과 같은 보편적 주제를 다루고 있어 많은 사람이 그의 시를 가까이 두고 즐겨 읽으며 그를 민족 시인이라고 부른다. 그의 시가 우리에게 그토록 감동적으로 다가오는 까닭은 우리 마음속에 있는 민족의 보편적인 정서를 건드리고 있기 때문이다. 김소월의 시에는 그가 살아온 삶의 과정과 온갖 감정의 추이가 압축되어 있다. 그것은 우리 민족의 보편적인 삶과 감정이기도 하다. 그의 시에는 우리 민족의 정서가 분명하고 넓게 드리워져 있다. 김소월의 시를 읽는 누구라도 그의 시에 내재된 슬픔이 지금 여기에도 그 뿌리를 깊이 내리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 함께 읽으면 좋은 책


『김소월 평전』 

김학동 지음, 새문사, 2013


『초판본 진달래꽃』

김소월 지음, 소와다리, 2015


『김소월 시전집』

권영민 엮음, 문학사상사, 2007







여태천 - 동덕여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동덕여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2000년 『문학사상』 신인상에 시로 등단하였으며, 저서로는 시집 『저렇게 오렌지는 익어 가고』 『스윙』 『국외자들󰡕과 비평서 『경계의 언어와 시적 실험』 『김수영의 시와 언어』 『미적 근대와 언어의 형식』 등이 있다. 제27회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했다. 




세부정보

  • 주최/ 경기도

    주관/ 경기문화재단

    선정위원/ 한기호 위원장(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김종락(대안연구공동체 대표), 장은수(편집문화실험실 대표), 강양구(코리아메디케어 콘텐츠본부장), 김세나(콘텐츠큐레이터)

    진행/ 김세나(콘텐츠큐레이터), 윤가혜(경기문화재단), 김민경(경기문화재단)

    문의/ 문화사업팀 031-231-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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