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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문화재단

냉정하게 엔터테인먼트를 즐기는 법

문화 분야 『대중문화의 겉과 속』 리뷰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은 경기천년을 기념하여 ‘새로운 경기’로 나아가기 위해 도민의 생각의 틀을 확장하고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분야별 우수 도서 100선을 선정하였습니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선정위원회의 추천과 심의로 경영경제, 과학, 문학, 문화, 사회, 아동, 인문의 7개 분야에서 200선이 엄선되었고, 10대부터 50대 이상의 경기도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조사를 통해 최종 100선이 선정되었습니다. 선정된 책들은 도민 누구나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것들로, 읽을거리를 찾는 도민에게 실질적 가이드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최종 선정된 경기그레이트북스 100선은 경기문화재단 홈페이지(www.ggcf.kr), 경기천년 홈페이지(ggma.ggcf.kr) 및 경기문화콘텐츠플랫폼 GGC(ggc.ggcf.kr)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대중문화의 겉과 속』

강준만 지음, 인물과사상사, 2013








냉정하게 엔터테인먼트를 즐기는 법


차우진 - 음악평론가





『대중문화의 겉과 속』은 2013년에 나온 책이다. 언론학자로 알려진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가 1999년부터 2006년까지 집필한 동명의 시리즈 3권을 하나로 묶고 개정판으로 출간하였다. 이 세 권의 시리즈는 2013년까지 도합 30만 부 넘게 팔린 그의 대표작이기도 하다. 물론 2013년의 상황에 맞춰 업데이트했다. 2013년이라면 싸이의 「강남 스타일」이 뜻밖의 빌보드 차트를 차지하면서 모두 어안이 벙벙하던 때였다. 90년대의 한류가 21세기의 신한류로 업그레이드되면서 한국 드라마뿐 아니라 ‘K-POP’이라는 용어가 자주 쓰이기도 했다. 그래서 특히 ‘한국의 대중문화’에 대한 내부의 지적 호기심이 왕성했던 때이기도 했다.


한국의 음악뿐 아니라 방송과 영화 모두 ‘글로벌’이 화두가 되던 시절, 그 시작점에 나왔다는 사실을 고려하고 읽는다면 이 책은 현재의 현상에 대한 거시적인 관점을 취하기 좋은 책이다. 물론 그 당시 한국 상황에 대한 정밀한 분석보다는 인상적인 비평에 머무는 듯한 것이 흠이라면 흠일 것 같다. 나는 대중문화는 태생부터 좀 복잡하기 때문에 정성적인 면과 정량적인 면을 입체적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인데, 그 점에서 이 책은 조금 아쉽긴 하다. 산업적인 변화, 특히 미디어 환경의 변화보다는 ‘비빔밥 문화’와 같은 비유로 갈음한다는 인상 때문이다.


그러나 대중문화 전반을 보는 관점을 만드는 데는 꽤 큰 도움이 된다. 특히 1장의 ‘대중문화 이론과 논쟁’은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중반 혹은 21세기 초반인 최근까지 이뤄진 대중문화에 대한 여러 관점을 이야기하듯 풀어 설명한다. 요컨대 대학에서 2학점짜리 교양 선택 강좌를 한 학기 동안 수강해도 좋을 내용을 30페이지 분량으로 소화해내는 것이다.


이와 연관해 특히 인상적인 문장은 서문에 등장한다. “욕심 많은 학자들은 ‘각주 없는 책’, 즉 온전히 자기만의 창의성으로 쓴 책을 내고 싶다는 희망을 밝히곤 하는데, 나는 정반대로 인용과 각주를 늘리려고 애를 썼다. 나의 다른 책들도 그렇지만, 독자에게 생생한 실감을 주는 도이에 특정 주제에 대해 더 알고 싶을 때 도움이 될 자료를 알려주기 위한 뜻으로 그렇게 한 것이다”라고 쓴 대목 그대로 강준만 교수는 페이지 곳곳에 인용한 자료의 출처를 기재한다. 여느 책들이 신문기사를 짜깁기하는 것과 달리, 이 책에는 흥미로운 논문이나 저서들도 많이 등장하는 것도 인상적이다.


덕분에 대중문화에 대해 저급하며 체제 순응적이라는 구태의연한 태도보다는 여러 층위에서 살피려는 시도가 돋보인다. 강준만 교수는 대중문화에 대한 태도를 보수적 긍정, 보수적 부정, 진보적 긍정, 진보적 부정 등 네 개의 영역으로 나누었는데, 여기에 당위, 실천, 취향이라는 기준을 더하면 무려 열두 가지 유형으로 세분화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것은 책의 앞부분에서 프랑크푸르트학파의 대중문화 비판이 아도르노나 호르크하이머 같은 철학자들의 개인적 취향이 반영된 결과일 수도 있다는 주장을 하고, 부르디외의 문화적 자본, 구별 짓기 등의 개념을 상세히 설명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한 한국 사회를 분석하는 시각도 인상적이다. 한국의 대중문화 특히 ‘한류’를 보는 관점은 대체로 내부에서 외부를 향하지만 『대중문화의 겉과 속』은 한류라는 현상을 통해 내부를 다시 들여다보는 미덕이 있다. ‘엔터테인먼트’를 한국 사회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로 이해하는 것. 바로 이 점에서 강준만 교수의 독특한 관점이 드러낸다. 이를 통해 고도의 인터넷 인프라를 기반으로 모바일 네트워크가 한국인의 삶 자체를 지배하는 듯한 2018년 현재의 모습을 다른 관점으로 보게 만든다. 덕분에 최근 우리 주변의 현상들, 그러니까 콘텐츠와 비즈니스 그리고 미디어 자체에 대한 과도한 관심에 휩쓸리지 않고 약간 거리를 두고 바라볼 수 있게 된다.


한국의 대중문화 열풍(혹은 열광)에 대해서는 사실 2010년 전후로 깊이 있는 논의가 있었다. 김홍중의 『마음의 사회학』, 한병철의 『투명사회』와 『에로스의 종말』 같은 책이 한국 사회의 심연을 거시적으로 들여다보게 했다면, 2015년 이후에 등장한 논의는 좀 더 미시적이고 산업적으로 접근한다는 차이가 있는 것 같다. 굳이 분류하자면, 『대중문화의 겉과 속』은 그 중간에 위치하는 개론서에 가까울 것이다. 강준만 교수는 한국이 ‘대중문화 공화국’이 된 데에는 땅 좁고 자원 없는 나라가 선진국이 되겠다는 결심 그리고 이런 목표가 국가의 종교처럼 자리 잡아 ‘삶의 전쟁화’를 지속해온 까닭이라고 진단한다. 이런 극심한 경쟁 체제를 버틸 수 있게 도운 것이 바로 대중문화라는 해설인데, 덕분에 우리의 삶은 곧 대중문화가 되었다고 보는 것이다.


이 책은 이러한 관점으로 스타 시스템, 텔레비전, 영화, 소셜 미디어, 유튜브, 가요, 스토리텔링, 쇼핑, 광고, 저널리즘 등 거의 전 분야를 다룬다. 엔터테인먼트의 경제적 가치나 유용함이 아니라 엔터테인먼트가 관계하는 일상을 다루는 셈이다. 게다가 그것이 쉬운 언어로, 친절한 접근으로 이뤄진다. 그래서 마침내 이 책이 가리키는 것은 우리의 내면이다. 엔터테인먼트를 궁금해하거나 그것을 통해 성공 전략을 배우려는 태도를 전제로 하는 게 아닌, 바로 그런 태도로 우리가 직접 엔터테인먼트가 되어버리는 현상을 꿰뚫는 것이다.


그래서 『대중문화의 겉과 속』은 필연적으로 교양서이자 교과서가 된다. 강준만 교수는 이 책에 ‘교육’의 목적을 담고 있다. 그는 이제껏 여러 지면과 방송에서 한국 사회의 전근대성을 지적하고 그 한계를 돌파하는데 정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해왔다. 이러한 강준만 교수의 입장을 상기한다면 이 책의 목적은 당연해 보인다. 계몽주의적 입장을 지닌 지식인의 눈에 비친 대중문화는 이해와 해석이 필요한, 그리하여 비판적으로 수용해야 하는 대상이기 때문이다. 


나로서는 바로 이 점이 이 책의 미덕이자 한계라고 본다. 그리고 그 점은 이 책이 쓰인 시점과 밀접하다는 생각이다. 2017~2018년의 한국에서는 이제까지 주변적으로 여겨지던 관점들, 태도들, 갈등들이 그 어느 때보다도 첨예하게 충돌했다. 이 급작스러운, 하지만 오래전부터 예견된 세계관의 격돌은 세대와 젠더, 문화적 감수성과 계급적 정체성, 소비주의 등을 완전히 새롭거나 조금은 낯선 관점으로 보도록 한다. 이런 이유로 『대중문화의 겉과 속』은 다른 책들과 함께 읽으면 그 힘이 제대로 전달되리라 본다. 독서의 미덕 중 가장 아름다운 것은 결국 ‘자기만의 관점’을 가지는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 함께 읽으면 좋은 책


『코리안 쿨』

유니 홍 지음, 정미현 옮김, 원더박스, 2015


『소녀들: K-POP, 스크린, 광장』

조혜영 외 지음, 여성문화이론연구소, 2017


『구경꾼의 탄생』

바네사 R. 슈와르츠 지음, 노명우·박성일 옮김, 마티, 2006







차우진 - 음악평론가


음악평론가. 미디어 환경과 문화 수용자들의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특히 주목하고 있다. 『청춘의 사운드』『대중음악의 이해』『아이돌: H.O.T.부터 소녀시대까지…』『한국의 인디 레이블』 등의 책을 썼고, 유료 콘텐츠 플랫폼 ‘퍼블리’에서 「음악 산업, 판이 달라진다」 리포트를 발행했다. 동시대적 관점에서 '생각하고, 쓰고, 연결하는 것'을 지향하며 페이스북 ‘커넥티드 랩’ 그룹에서 다양한 콘텐츠 비즈니스 사례를 정리하고 있다.




information

  • 주최/ 경기도

    주관/ 경기문화재단

    선정위원/ 한기호 위원장(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김종락(대안연구공동체 대표), 장은수(편집문화실험실 대표), 강양구(코리아메디케어 콘텐츠본부장), 김세나(콘텐츠큐레이터)

    진행/ 김세나(콘텐츠큐레이터), 윤가혜(경기문화재단), 김민경(경기문화재단)

    문의/ 문화사업팀 031-231-0849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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