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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문화재단

기업은 사회 안에 존재한다

사회 분야 『기업은 누구의 것인가』 리뷰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은 경기천년을 기념하여 ‘새로운 경기’로 나아가기 위해 도민의 생각의 틀을 확장하고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분야별 우수 도서 100선을 선정하였습니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선정위원회의 추천과 심의로 경영경제, 과학, 문학, 문화, 사회, 아동, 인문의 7개 분야에서 200선이 엄선되었고, 10대부터 50대 이상의 경기도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조사를 통해 최종 100선이 선정되었습니다. 선정된 책들은 도민 누구나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것들로, 읽을거리를 찾는 도민에게 실질적 가이드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최종 선정된 경기그레이트북스 100선은 경기문화재단 홈페이지(www.ggcf.kr), 경기천년 홈페이지(ggma.ggcf.kr) 및 경기문화콘텐츠플랫폼 GGC(ggc.ggcf.kr)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기업은 누구의 것인가』

김상봉 지음, 꾸리에, 2012






  기업은 사회 안에 존재한다


오찬호 - 사회학 연구자




「라이프」는 대기업이 대학병원을 인수한 후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다. 재벌 2세인 기업 회장은 공공적 가치를 외면해서는 안 되는 대학병원을, ‘영리’ 우선주의로 탈바꿈시키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 그 임무를 맡은 병원 원장은 적자가 나는 진료 과목들을 구조 조정하고 병원 안에 각종 건강기능식품 및 보험 등을 판매케 하면서 여러 의사와 마찰을 일으킨다. 기업은 아픈 사람이 건강보험의 도움을 받아 치료받는 기존의 병원 개념을 거부하며, 사람들이 아프지 않아도 병원을 방문하여 헬스 케어라 불리는 서비스를 받길 희망한다. 여러 반대가 있지만 회장은 자신이 있다. 오랫동안 밑그림을 그려왔기 때문이다. “지금껏 쓴 돈이 얼만데. 사람들이 의료를 서비스로 느끼도록 하기 위해 우리가 투자를 얼마나 많이 했어. 또 우리 기업 이름만 들어도 친근한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도록 광고는 얼마냐 했냐고.”


기업은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집단이다. 하지만 ‘이익’이라는 말의 어감이 항상 긍정적이지는 않다. 너무 과하게 추구하면 속물다운 느낌이 들기 마련이다. 그래서 실제 속성은 크게 다르지 않더라도, 사업가와 장사꾼은 구분된다는 말이 있다. 장사하는 사람을 낮잡아 ‘장사치’라고 부르듯이, 사람들은 돈을 모으는 데만 혈안이 된 경우를 ‘비즈니스’라고 하지 않는다. 사회와 상생하지 않는 순간 기업의 투자는 투기로 인식될 뿐이다.


그래서 기업은 의외로 돈을 많이 쓴다. 가난한 학생들을 선발하여 엄청난 규모의 장학금을 지급하고 자신들의 제품을 여기저기에 무료로 제공한다. 내가 사는 동네에는 대기업 본사 건물이 하나가 있는데 입주를 하면서 근처 마을 주민을 위한다면서 유소년 스포츠센터 건설 비용을 지원하기도 했다. 재해가 발생하면 기업들을 팔을 걷고 나선다. 회장부터 신입사원까지 모두가 장화를 신고 장갑을 끼고 봉사한다. 이 모습은 기업홍보 영상과 사진으로 다시 사람들에게 전해진다. 우리는 생각한다. ‘기업이 좋은 일을 많이 하는구나.’


좋은 일 하는 것을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하지만 좋은 이미지만 대중들의 뇌리에 각인되고 난 다음이 문제다. 기업은 마치 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이익이 있는 모든 곳에 발을 내디디며 자신들의 영역을 확장해간다. 당연히 자본의 크기가 다른 영세한 장사꾼들은 고꾸라진다. 상식적으로 대기업이 꼭 ‘여기에서 이런 것’까지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 따져 묻는 비판이 사회에 감돌아야 하지만, 이미 늦었다. 사람들은 친숙한 그 브랜드가 자신 곁에 있을수록 안정감을 느낀다. 동네가 특정 기업의 이름으로 덮이는 것을 발전의 징표라고 믿는다. 동네에 대형 쇼핑몰이 입점하면 무려(!) ‘살기가 좋아졌다’는 말까지 나온다.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일종의 ‘투자의 결실’이 완성된 것이다.


시민단체는 저널리즘이 제대로 나타나는 사회라면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기업으로부터 광고비를 받아 언론사가 유지되는 구조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국내 최고 기업이 광고를 끊어버리면 대한민국 언론사의 절반이 며칠을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을 것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그러니 비판하지 않는 수준이 아니라 기업을 찬양하는 기사가 등장한다. 광고주가 마음의 안정을 느끼도록 충심을 보여주는 언론이 있는 곳에서는 사람들이 신문을 열심히 읽을수록 기업을 좋아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사람들은 재벌이 영어로도 ‘재벌(chaebol)’인 것에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지 모른다. 주식회사의 대를 이은 가족이 전권을 행사한다는 건 쉽지 않은데 한국에서 가능한 걸 보면, ‘그래도 괜찮다’는 인식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언론은 ‘오너 경영의 필요성’을 사람들에게 설득시켰다. 기업의 신제품을 늘 찬양했고 기업 총수를 글로벌 리더라고 칭송했다. 이와 비례하여 기업 운영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비민주적 요소들은 늘 어쩔 수 없는 희생으로 취급되었다. 반도체 공장에서 젊은 사람들이 갑작스레 암에 걸려 죽어 가는데도 ‘작업장과 재해의 상관관계’를 의심하는 언론이 몇 군데 없었다. 산재처리에 시간을 끄는 기업의 비윤리적인 태도를 비판하는 뉴스는 들리지 않는다. 기껏 등장해봤자 ‘비록 과가 있지만 공도 함께 보는 태도를 지니자’는 논리를 숨지지 않는다. 누군가가 00기업의 문제점을 파고들면 이런 말이 자연스레 등장한다. “00이 망하면 대한민국이 망하는 거야. 00이 좋은 일도 하는데 왜 그래? 너처럼 반기업 정서를 가진 사람들 때문에 기업이 자꾸 다른 나라로 떠나는 거야.”


법의 심판을 받게 될지라도 기업가들은 특혜를 받았다. ‘경제를 성장시킨 공로를 인정하자’ ‘기업을 키운 헌신을 무시하지 말자’ ‘그래도 기업이 살아야 우리가 사는 것 아니냐’는 식의 이상한 국민 정서 덕택에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상황이 벌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잘못을 저질러도 무서울 것이 없는 세상에서, 주식회사를 세습시키는 것을 마다할 이유가 있겠는가. 이제는 익숙해져서 사람들도 기업은 원래 이렇게 운영되어도 괜찮은 줄 안다. 내가 대학에서 이를 토론 주제로 삼은 적이 있었는데, “자기 아버지 회사를 아들이 물려받는 게 왜 문제이죠?”라는 질문을 던진 학생이 있을 정도였다. 많은 사람이 자본주의가 그런 거 아니냐고 하는데 이야말로 기업이 원했던 사고방식이다. 사회를 작동시키는 여러 바퀴 중 하나에 불과한 자본주의라는 경제체제를 사회 그 자체로 이해하도록 그들은 많은 돈을 썼다. 이상한 우상을 섬기는 나라에 한 철학자가 묻는다. “기업은 누구의 것인가?”


이 질문은 여러 함의가 포함되어 있다. 기업은 회장가(家)의 소유물이 아니고 기업은 주주의 결정으로만 운영되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 그리고 나아가 왜 기업의 경영자를 노동자가 직접 선출할 수 없느냐는 놀라운 메시지가 다른 나라의 사례들과 함께 책에 가득하다. 태초에 자본주의가 있었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은 한국에서는 낯선 질문이겠지만 핵심은 민주주의 ‘안’에 자본주의가 있어야 한다는 상식을 실천하자는 것이다. 자본 덕택에 행복해져야 하는 것이지 자본 때문에 불행해서는 안 되지 않겠는가. 그러기 위해서는 ‘경영’이라는 기존의 관점에 균열을 일으키는 시도가 필요하다. ‘철학, 자본주의를 뒤집다’라는 이 책의 부제처럼, 돈 버는 것과 무관하게 여겼던 학문의 가치를 진작 새겨들었다면 ‘법’을 무시하는 기업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 함께 읽으면 좋은 책


『보이지 않는 주인』

더글러스 러시코프 지음, 오준호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2011


『기업은 어떻게 인간이 되었는가』

톰 하트만 지음, 이시은 옮김, 어마마마, 2014


『삼성을 생각한다』(전2권)

김용철 지음, 사회평론, 2010




오찬호 - 사회학 연구자



사회학을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여러 대학에서 강의했다. 차별을 당연시 여기는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민낯을 비판하는 글을 쓴다.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진격의 대학교』 『하나도 괜찮지 않습니다』『결혼과 육아의 사회학』 등 여러 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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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최/ 경기도

    주관/ 경기문화재단

    선정위원/ 한기호 위원장(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김종락(대안연구공동체 대표), 장은수(편집문화실험실 대표), 강양구(코리아메디케어 콘텐츠본부장), 김세나(콘텐츠큐레이터)

    진행/ 김세나(콘텐츠큐레이터), 윤가혜(경기문화재단), 김민경(경기문화재단)

    문의/ 문화사업팀 031-231-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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