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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문화재단

공부할수록 가난해지는 사회

사회 분야 『우리는 왜 공부할수록 가난해지는가』 리뷰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은 경기천년을 기념하여 ‘새로운 경기’로 나아가기 위해 도민의 생각의 틀을 확장하고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분야별 우수 도서 100선을 선정하였습니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선정위원회의 추천과 심의로 경영경제, 과학, 문학, 문화, 사회, 아동, 인문의 7개 분야에서 200선이 엄선되었고, 10대부터 50대 이상의 경기도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조사를 통해 최종 100선이 선정되었습니다. 선정된 책들은 도민 누구나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것들로, 읽을거리를 찾는 도민에게 실질적 가이드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최종 선정된 경기그레이트북스 100선은 경기문화재단 홈페이지(www.ggcf.kr), 경기천년 홈페이지(ggma.ggcf.kr) 및 경기문화콘텐츠플랫폼 GGC(ggc.ggcf.kr)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왜 공부할수록 가난해지는가』

천주희 지음, 사이행성, 2016







공부할수록 가난해지는 사회


김민섭 - 작가






나는 현대소설 연구자로 10년 가까이 대학에 있었다. 대학원생으로 보낸 시절이 5년이었고, 수료생으로 시간 강의를 하면서 지낸 시절이 3년이 조금 넘었다. 그러는 동안 즐겁게 논문을 쓰고 강의를 했다. 그러나 어느 날, ‘내가 지금 잘살고 있는 걸까, 나는 지금 무엇으로 여기에 존재하고 있는 걸까’하는 물음표가 생겼다. 대학원생이라면 누구나 하는 고민이겠지만 그날은 왠지 거기에 답하지 않으면 다음 날부터 제대로 존재할 수 없을 것 같은 심정이었다. 왜냐하면, 막다른 골목에 몰려 있었기 때문이다. 훌륭한 개인들은 스스로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 자신을 계발시켜나가겠지만, 나는 평범하고 나약한 개인일 뿐이었다. 결혼을 앞두고 혼인신고를 하지 못 했고, 재직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없어 대출에 실패했다. 그런 순간들이 나에게 찾아왔었다.


나는 결혼을 앞두고 아내가 될 사람에게 두 가지 조건을 말했다. 우선 내가 가져다줄 수 있는 한 달 생활비가 80만 원일 텐데 괜찮을지를 물었고, 그는 돈을 못 버는 건 알고 있었으니까 괜찮다고 답했다. 다른 것은 혼인신고를 하지 않으면 좋겠다는 내용이었는데, 그는 그것은 괜찮지 않다면서 이유를 물었다. 나는 그에게 대학의 시간강사들은 건강보험을 보장받을 수 없는데 혼인신고를 하고 나면 우리는 지역 건강보험에 가입해야 한다고, 그러니까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아버지의 피부양자로 계속 존재하는 편이 낫다고 답했다. 80만 원의 생활비 중 10만 원이 넘는 돈을 건강보험비로 지출해야 하는 것을 알고 나서, 그는 혼인신고를 하지 않는 데 합의했다. 만약 대학이 나의 건강보험비를 지급한다면 월 3만 원 내외면 충분했을 것이다. 선배들과 밥을 먹다가 “저 혼인신고도 못 하고 결혼할 것 같은데요” 하고 말하자 그들은 “민섭아, 여기 혼인신고 한 사람 없어” 하고 반응했다. 그때 나는 무언가 잘못된 것을 알았다.


비정규직 시간강사든 정규직 교수든, 결혼을 하기 위해서는 독립된 집이 필요하다. 안정된 주거는 결혼에 있어서 사랑이라든가 믿음이라든가 하는 전제 조건이 아닌 필수적인 것이다. 대출을 받기 위해 찾은 은행에서는 재직증명서를 떼어오라고 했다. 교무처에 간 나는 “선생님은 정규직 교수가 아니시잖아요, 재직증명서가 발급이 안 돼요”라는 말을 들었다. 무언가 가져가야 한다고 말하자 대신 경력증명서를 발급해주었고, 은행에서 그 서류를 본 은행원은 “선생님, 제가 여기 10년 넘게 일했지만 이런 서류는 처음 봅니다. 이건 사용할 수 없어요”라고 말하며 웃었다. 그가 정말로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웃어서, 나는 더욱 참담한 심정이 되고 말았다.


왜 대학에서 강의하고 월급을 받으면서도 나는 결혼과 노동을 서류로 증명할 수가 없을까? 이건 마치 유령과도 삶이 아닌가, 싶은 것이었다. 그 후에도 그런 물음표는 계속 커졌고, 아이가 태어난 이후 생계와 건강보험 보장을 받기 위해 맥도날드에서 물류 아르바이트 일을 하면서 ‘왜 지식을 만드는 곳이 햄버거를 만드는 곳보다 사람을 위하지 않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생겼다. 나는 그에 답하면서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라는 책을 썼다. 그리고 대학에서 나왔다.


1년 후, 천주희의 『우리는 왜 공부할수록 가난해지는가』가 출간되었다. 거기에는 나를 닮은 여러 대학원생의 서사가 담겨 있었다. 천주희 작가 본인도 대학원생 연구자였고, 그는 인터뷰를 통한 질적 문화연구 방식을 차용해서 공부하는 자신의 세대를 기록했다. 내가 고백의 서사를 썼다면, 그는 고백의 서사를 모아 보고서를 만들었다. 그래서 그의 책은 다양성과 보편성을 동시에 획득했다는 점에서 내 책과 구분이 됐다.


특히 이 책은 누구나 직면할 수밖에 없는 ‘청년 부채’ 문제에 대해서 심도 있게 다루었다. 대한민국에서 ‘공부’한다는 것은 ‘빚’을 진다는 것과 동의어다. 사실 많은 나라에서 고등교육을 받기 위해서는 돈을 지불해야 하고 대개는 부모님에게 손을 벌리거나 학자금 대출을 받기도 한다. 학자금은 오래전부터 자신이 벌어서 충당할 수 있을 만한 금액을 넘어섰다. 그리고 대학원에 진학해 석·박사 과정을 밟는다면 그 빚은 제곱으로 늘어나기 시작한다. 조교 노동으로 충족되지 않는 과도한 등록금, 이전보다 늘어난 숨 쉬는 데 필요한 생계비, 취업했다면 내가 벌었을 기회비용 등을 합하면, 공부하기 위해 포기해야 할 비용은 우리의 예상보다도 더욱 크다. 단순히 ‘등록금’ 문제로만 모든 것을 환원할 수는 없다. 천주희는 ‘부채 세대’라는 새로운 틀로 이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전에는 평범한 개인에게 ‘빚’이라는 것은 결혼 후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들어가는 한두 번의 목돈이었지만, 이제는 스무 살 학생들부터가 ‘학자금 대출’이라는 방식의 빚에 익숙해졌다. 그리고 더 공부해야겠다고 마음먹는 순간부터 그 부채는 점점 더 늘어난다. 그가 온전히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는 것도 아니고, 그 생태계 안에서 끊임없이 노동하고 있어도 그렇게 된다.


어느 공간에서 어떻게 지내고 있다고 고백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더욱이 타인의 고백을 모으는 작업 역시 어렵고 지난한 일이다. 천주희 작가는 그러한 작업을 해냈고, 이 책은 대한민국의 청년 세대를 ‘부채’라는 새로운 틀로 바라보게 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이것은 타인의 이야기이지만 결국 공부하고자 하는 모두의 이야기이고, 특히 공부하고자 하는 현재의 중·고등학생들 역시 필연적으로 겪게 될, 제도 속 개인의 서사다.


고백은 어렵지만 타인의 고백을 듣고 모으는 작업 역시 어렵다. 천주희 작가는 누군가 해야 할 그 일을 대신해주었고 우리는 그를 통해 이 시대의 공부하는 청년들을 만날 수 있다. 직접 만나 본 천주희 작가는 언젠가 나에게 “저는 우리가 연결되어 있다고 믿어요”라고 말했다. 그는 그만큼 조곤조곤하고 따뜻한 사람이다. 계속 거리에서 공부하고 있는 그도 나도, 그리고 우리를 닮은 청년들도 더 이상 가난해지지 않을 수 있기를 바란다. 공부라는 노동의 대가를 받을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 책을 읽는 것이 그 시작일 것이다.







* 함께 읽으면 좋은 책


『진격의 대학교』

오찬호 지음, 문학동네, 2015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

김민섭 지음, 은행나무, 2015


『괴물이 된 대학』

김창인, 시대의창, 2015




김민섭 - 작가



대학에서 현대소설을 연구했고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를 쓰고 대학에서 나와서, 지금은 글을 쓰고 이런저런 일을 하며 살아간다. 이 사회를 거대한 타인의 운전석으로 규정한 『대리사회』를 썼고, 동네의 서사 『아무튼, 망원동』, 웹툰평론집 『고백, 손짓, 연결』 등을 썼다. 요다 출판사의 기획자로서 김동식 작가의 『회색인간』 등 출간에도 관여했다.



information

  • 주최/ 경기도

    주관/ 경기문화재단

    선정위원/ 한기호 위원장(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김종락(대안연구공동체 대표), 장은수(편집문화실험실 대표), 강양구(코리아메디케어 콘텐츠본부장), 김세나(콘텐츠큐레이터)

    진행/ 김세나(콘텐츠큐레이터), 윤가혜(경기문화재단), 김민경(경기문화재단)

    문의/ 문화사업팀 031-231-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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