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다순

경기문화재단

경기송서 보유자 한병옥

경기도 무형문화재 제54호


『경기도 무형문화재 총람』은 경기문화재단 경기학연구센터에서 2017년 발행한 경기도 지정 무형문화재 종합 안내서입니다. 이 책은 기능보유자와 예능보유자 66명의 삶을 조망하고 보유 종목에 대한 소개와 다양한 단체에서 제공한 진귀한 사진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지지씨에서는 이 책에 소개된 경기도의 무형문화재를 시리즈로 소개합니다.

『경기도 무형문화재 총람』 전문 보기



옛 선비들은 공부할 때 글귀에 가락을 붙여 노래하듯이 읊조리기도 했는데, 산문체의 글을 읽는 것을 송서(誦書), 운문체의 글을 읊는 것을 율창(律唱)이라 한다. 송서는 경기도와 서울에서 널리 성행했는데, 서울의 송서는 보통 글방에서 읽는 방식과는 달리 가락에 맞추어 소리를 내지만, 경기 송서는 향교나 서당에서 나오는 그대로의 소리이다. 그런 까닭에 경기송서의 책 읽는 소리는 책 내용에 따라서 소리가 다르다. 특히 4서3경을 읽을 때에는 매우 근엄한 소리를 내었다. 어쨌든 경기송서의 경우 근엄하면서도 기풍있는 소리를 내야하기 때문에 음악적 역량을 충분히 갖추어야 제대로 낭송할 수 있다.


경기송서가 보존·전승되는 데에 결정적인 공헌을 한 인물은 고 이윤형(가운 데)와 현 보존회장 겸 전수조교 이석기(마이크 뒤)


현재 송서가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곳은 경기도와 서울뿐이다. 이는 경기도 지역이 우리나라 송서의 중심지였음을 시사해 준다. 한편, 송서·율창은 조선시대 사대부 계층을 중심으로 널리 성행하였으나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그 명맥이 거의 끊기게 되었다.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 경기송서와 율창의 맥을 겨우겨우 이어나가고 있는 분이 경기도 무형문화재 54호 경기송서 예능보유자 한병옥(韓炳玉)선생과 그를 중심으로 한 송서율창보존회(회장 이석기)이다.


경기송서가 보존·전승되는 데에 결정적인 공헌을 한 인물은 고 이윤형(1923-2005)이다. 연천군 전곡읍 양원리에서 태어난 그는, 1967년부터 이담시우회(伊淡詩友會)에 참여해 활동하였고, 1980년대 들어와 동두천에서 한의원을 운영하면서 본격적으로 송서·율창 부문의 복원과 전승활동을 전개하였다. 그리고 그런 노력 덕분에 이윤형은 2000년 경기도 무형문화재 제32호 송서율창 예능보유자로 지정되었고, 2005년 그가 별세하자 송서와 율창이 잠시 지정문화재에서 제외되었다가, 그의 전승자인 한병옥(1933년생)이 경기송서·율창 제54호 무형문화재 예능보유자로 인정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당시 경기도는 그의 지정에 대하여 “스승에게 전승받은 송서·율창뿐만 아니라 논어·맹자·중용·대학, 한국시가, 경기민요 등 한글 창제 이전의 뜻글자였던 한자문화에 대한 독특한 낭송법을 익혀 보존하고 있다.”라는 지정 이유를 밝혔다.


보유자 한병옥


한병옥은 지금은 갈 수 없는 땅, 강원도 철원군 인목면 도밀리에서 지주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의 가족은 한국전쟁이 일어나자 일주일 치 식량만 가지고 월남하였고, 그 이후 실향민이 된 그는 산판에서 목재운반용 트럭을 몰면서 어렵게 생계를 이어나갔으며, 1960년대 후반 동두천에 정착하여 이런저런 장사를 하다가 나중에는 미곡상을 차려 운영하게 된다. 그리고 그 미곡상이 이윤형의 집과 바로 이웃한 인연으로 친밀한 교분을 갖게 되었고, 그것을 계기로 그의 문하생이 되어 1981년부터 송서·율창은 물론 시조나 경기·서도민요를 두루 익히게 되었다. 타고난 목소리와 성량에 음악적 자질이 뛰어나며 우리 소리에 대한 관심이 지대했기에, 그는 이윤형으로 이어져 내려온 경기송서의 정맥을 잘 터득하여 보존·계승할 수 있었다. 그는 정통 한 학자도 아니고 전문 국악인도 아니다. 단지 우리 소리가 좋아서 송서·율창에 빠졌고, 가난·설움·사별 등을 달래기 위해서 우리 가락을 읊조렸다. 이런 면에서 그의 지정은 색다른 의미가 있다.




그를 중심으로 한 송서·율창 보존회는 문화적으로 척박한 동두천시 생연동에서 실낱같은 명맥을 겨우 유지하고 있다. 전수공간이 없어 보유자의 살림집 거실에서 전수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문하생도 10여 명에 불과하고,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전수교육보조자도 없다. 한편 그의 나이도 이미 고령으로 접어들었고 병을 얻어 건강도 예전 같지 않다. 이대로라면, 우여곡절 속에 힘겹게 이어져온 경기송서의 맥이 소리 없이 사라질 판이다.


송서·율창은 한학을 공부하고 인격을 함양할 수 있는 정신문화이다. 아울러 흥겹게 노래하면서 풍류와 멋을 즐길 수 있는 음악자산이기도 하다. 잘만 활용하면 청소년의 인성교육이나 문학적·음악적 자질을 향상시키는 데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경기송서의 가치 발견과 보존·활용을 위한 관심과 지원이 무엇보다도 절실하다. 또한 국민적 관심을 얻기 위해서는 공연 기회를 제공하고, 이를 방송을 통해 전파시키는 노력도 이루어져야 하겠다. 참고로 송서·율창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는 경기문화재단 경기학연구센터 홈페이지에 올려있는 영상자료 ‘선비문화의 풍류, 송서 율창’(경기 문화 재발견 시리즈 20)을 통해 얻을 수 있다.



* 영상자료 : 경기학연구센터(http://cfgs.ggcf.kr/)>센터자료>영상자료 '선비문화의 풍류'



경기도 무형문화재 제54호 경기송서


지정일2011. 12. 6
보유자한병옥(1933년생)
전수조교이석기
문헌

『증보 송서·율창 입문』(한병옥 편저, 2013)

특기사항

서울의 송서는 보통 글방에서 읽는 방식과는 달리 가락에 맞추어 소리를 내지만,

경기 송서는 향교나 서당에서 나오는 그대로의 소리다.


세부정보

  • 경기도 무형문화재 총람

    발행처/ 경기도문화재단 경기학연구센터

    문의/ 031-231-8576(경기학연구센터 담당 김성태)

    발행일/ 20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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