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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_ 학예사에게 듣는다

전시 <택리지> 기획의도 _ 그대는 어떻게 살아가려 하오?



지금 사는 곳에 만족하시나요? 앞으로도 살고 싶은 곳이 이곳이라면 아마도 만족하고 있는 것이겠지요. 그러나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곳이 계속 살아도 좋은 곳인지는 잘 모릅니다. 우리가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직장이 가까우면 오고가는 시간을 아낄 수 있습니다, 학교가 근처에 있으면 내 아이의 교육과 안전이 확보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마트와 영화관을 걸어서 갈 수 있다면 먹고 즐기기에 편리합니다. 때로는 그 곳에 살지 않더라도 금싸라기 같은 땅을 찜해서 일확천금을 노려보기도 합니다. 그럼 우리가 계속 살 곳은 생활의 편리함과 경제적 이득만 생각하면 될까요? 뭔가 대답이 부족해 보입니다. 왜냐하면 조건이 갖춰져도 우리는 항상 그 이상을 바라기 때문입니다.


정보를 모를 때는 인터넷에서 찾습니다. 그러나 지혜를 얻고 싶을 때는 역사를 되짚어 봅니다. 지금 우리의 고민은 나만 겪는 것이 아닙니다. 이미 오랜 세월 동안 여러 세대에 걸친 고민입니다. “어디에 살 것인가?”라는 고민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중환도 우리와 같은 고민을 했습니다. 우리가 어디서 어떻게 살아왔고, 또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고민을 택리지에 담았습니다.


택리지는 조선후기 실학자 이중환의 저서로, 이름 그대로 살만한 곳(里)을 가리는 방법(擇)을 전한 글입니다. 그러나 정작 저자는 택리지의 말미에 “살만한 곳이 없다”라고 합니다. 어디서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는 뜻이 아닙니다. 다만 당대의 세태와 시대적인 분위기에 하고 싶은 말을 글 속에 숨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택리지를 구성별로 살펴 그의 말을 전시에 옮겨 보았습니다. 이중환이 말한 살기 좋은 곳에 대한 지혜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중요한 생각이기 때문입니다.


택리지는 사민총론, 팔도총론, 복거총론으로 나뉩니다. 이 중 복거총론은 우리의 관심사와 가깝습니다. 살만한 곳의 조건으로 지리, 생리, 인심, 산수를 꼽아 지역별로 좋고 나쁨을 다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택리지에서 말하는 풍경이 좋고 재물이 모이는 곳에 살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앞서처럼 이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지금도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듣기 위해 조선시대까지 거슬러 간 것은 아닐 것입니다.


이중환의 대답을 듣기 위해서는 택리지 전체 구성과 그의 생애를 통해 유추해야 합니다. 간혹 흐름과 맞지 않게 강조하는 사대부와 당쟁에 대한 의견도 생각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이중환은 젊은 나이에 관직에 올라 당쟁으로 낙향했습니다. 그리고 30여 년간 전국을 여행하다 택리지를 남깁니다. 택리지에서 사민총론은 “누가”, 팔도총론은 “어디서”, 복거총론은 “어떻게”에 해당됩니다. 이중환은 사민총론에서 농부와 상인, 사대부는 모두 팔도의 백성이라고 합니다.


이중 성현의 법도를 알고 따르고자 공부하는 사람을 사대부라고 했을 뿐입니다. 팔도총론에서는 성현의 아름다운 정신이 백두산에서 모여 혈맥처럼 팔도 곳곳에 뻗쳐 있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복거총론은 살만한 곳의 기준을 말합니다. 주변에 수려한 풍경을 두고 성정을 닦고, 제사와 혼례를 치르기 위해 재물이 솟는 곳을 가까이 두라고 합니다.


과거에는 사농공상의 구분 없이 모두 팔도의 백성이었습니다. 당대 어려운 시기에 소위 사대부라 불렸던 관료들은 당파를 나누어 성현의 법도에서 멀어지고 있었습니다. 대다수의 백성들은 성현의 가르침을 얻을 기회가 적어 환경에 따라 순박하거나 거칠어집니다. 때문에 이중환은 기본적인 생활은 하면서 성정을 가다듬으라는 뜻에서 살기 좋은 곳을 말한 것입니다. 말하자면 성현의 법도를 배우지 않아도 좋은 곳에 살아 순박하고 착한 성정이 사람들 마음속에 가득하다면 팔도 전역에 군자들이 사는 이상사회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결국 살기 좋은 곳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마음이 편안해지는 곳에 정붙이고 살아가는 삶의 태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올 10월 22일에 개막하는 전시는 위에서 이야기한 택리지의 내용을 담아보았습니다. 택리지는 팔도에서 살기 좋은 곳을 택하는 방법을 말합니다. 실제는 장소에 정붙이고 살기 좋은 삶의 태도를 말합니다. 우리는 필요에 따라 살 곳을 정하지만 정이 없기에 만족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삶이 사는 곳에 켜켜이 쌓여 어느새 마음이 편안해지기도 합니다. 전자는 물리적인 공간이고, 후자는 정서적인 장소입니다. 이중환이 꿈꾼 팔도의 공간 전체가 우리 민족에게 장소가 되어 행복한 삶을 함께 그렸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때문에 이번 전시 제목을 “택리지, 삶을 모아 팔도를 잇다”로 정했습니다. 많은 관심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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