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다순

정수연

[문화플러스] 연천문화동아리 동행 프로젝트 "악극 콜라보"

2019-07-26 ~ 2019-07-26 / 2019년 경기북부 문화예술 공모지원사업


  경기도 북부지역에 집중호우가 내렸던 금요일 오후인데도 연천에 위치한 전곡선사박물관 강당에 들어서자 약 120개의 좌석이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출연진과 관람객들로 가득 차 있었다. 이날은 연천문화원, 노인복지관, 주민자치센터 등 연천지역 생활문화동아리가 모여 <연천생활문화동아리 동행프로젝트 “악극 콜라보”>를 공연하는 날이었다. 원래 개별 활동으로 진행되는 동아리들이 이번 연합공연을 기획한 이유는 상대적으로 문화소외지역인 연천군에 주민들이 문화예술 활동의 주체가 되어 활동할 수 있는 연천문화동아리 성장모델을 구축하고자 서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힘을 모으기 위해 이번 행사를 기획하였다고 한다.


 군데군데 동아리별로 나뉘어 앉아 있는 출연진을 보니 딱 보기에도 다른 지원사업보다 연배들이 높은 편이었다. 대체로 50대~70대로 구성된 출연진들이 화려한 의상과 헤어를 하고 앉아 있는 모습들이 낯설면서도 왠지 젊은 시절 곱게 접어놨던 꿈을 늦게나마 펼쳐보는 우리 부모님 같아 뿌듯한 마음이 들다가도 순간 먹먹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 곳곳에서는 오랫동안 친밀한 관계를 이어온 사람들에게서 들을 수 있는 왁자지껄한 웃음소리와 이야기 소리가 들렸다. 연천지역에는 여러 생활문화동아리가 있는데, 구성원들은 동아리 활동을 통해 이웃들과의 친밀한 관계와 유대감을 형성하여 사회관계 단절에서 오는 외로움과 공허감을 극복하고, 문화예술 활동의 주체로서 활동하면서 높은 자존감과 자신감을 형성하게 된다고 한다. 이날 콜라보에는 마당극 미연희단, 꿈꾸는 오카리나, 연천아코디언앙상블, 연천민요예술단, 드림캐치 통기타반, 실버스타 라인댄스, 난타, 한국전통무용단, 연천북소리로 구성된 연천생활문화동아리 총 9개 단체가 참석했다.


 공연은 흥겨운 난타로 시작하여 약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되었는데, 워낙 다양한 장르의 동아리들이 협연을 하다 보니 무대마다 특색이 확연히 달라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관객석의 반응도 좋았는데 잔잔한 공연에는 열심히 경청했고, 흥겨운 공연에는 관객석에서 일어나 춤을 출 정도로 호응이 적극적이었다.


 이번 공연의 특색은 연천美연희단에서 준비한 악극 <이수일과 심순애>의 이야기 안에 다른 공연들이 삽입되는 형식으로 기획되어 자칫 산만할 수 있는 구성에 통일감을 주었다는 것이다. 준비를 많이 한 덕인지 100여명의 출연진이 움직이는 데도 행사가 원활하게 진행되었고 예정된 시간대로 공연이 잘 진행되었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 각 동아리의 회장들은 2주에 한번씩 모여 회의를 꾸준히 진행해왔다고 한다. 회장단들은 회의를 통해 참가 동아리 확정부터 동아리별 업무분장, 연습, 공연리허설 및 무대리허설까지 모든 것을 함께 결정하고 협력하면서 이날 공연을 완성했다고 했다. 그 사이 각 동아리들은 별도로 모여 공연연습에 매진했다. 이번 콜라보를 기획한 연천美연희단도 매주 화요일 문화원에 모여 2~3시간씩 연습을 꾸준히 해왔다고 한다. 악극이라 대사를 외우고 동작을 연구하고 동선 등을 익히는 등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했기 때문에 수시로 모여 연습을 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현재 연극에 관심 있는 15여명 정도가 모여 활동을 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따로 시간을 내어 연습을 하기가 쉽지 않지만, 여러 무대를 서면서 성취감과 자신감이 높아져 모두 꾸준히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연천美연희단은 2016년 창단된 이후로 꾸준히 활동해 왔는데, 평소에는 복지관, 요양원 등에서 봉사를 하기도 하고, 향교, 문화제 등에서 이번에 무대에 올린 <이수일과 심순애> 외에도 <춘향전>, <심청전> 등 여러 작품을 공연한 경험도 가지고 있다. 사실 이번 콜라보 공연에 참여한 동아리들 중에는 꽤 다양한 무대경험을 가진 팀들이 포함되어 있어 아마추어보다 높은 수준의 공연 실력을 갖춘 팀들이 많았다. 상대적으로 오래되고 활발한 대외 활동을 해 온 팀들의 경우 세련된 무대 매너와 함께 전문가 수준의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이와 같이 이미 생활문화의 생산자이자 주체로 활동할 수 있는 인력들이 양성되어있기 때문에 이번 연합행사와 같은 규모있는 행사를 진행할 수 있는 기회들을 잘 활용한다면 지역 문화 모임의 기반을 마련하고, 연천 생활문화동아리의 성장 모델을 구축하는 토대가 마련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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