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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 왕숙천, 초록세상을 만나다.

경기학광장Vol.3 _ Trip & Healing

< 한겨울 왕숙천, 초록세상을 만나다. >


- 경기학광장Vol.3 _ Trip & Healing -



경기학광장은 경기문화재단 경기학센터가 발간하는 계간지입니다. 경기도와 31개 시군 지역의 역사와 문화에 관심있는 많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이용하고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넓은 공간이고자 합니다. 전문학자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경기도의 역사와 문화에 관심을 가진 누구라도 즐길 수 있도록 문을 활짝 열어두겠습니다. 경기학광장의 더 많은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경기도사이버도서관에서 원문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구리시(사진 오른쪽)와 남양주시(사진 왼쪽)의 경계를 잇는 왕숙천 징검다리

코끝이 쨍한 겨울 어느 날, 구리시와 남양주시의 경계를 이루는 왕숙천王宿川으로 나간다.
이름에서 느껴지듯이 왕숙천은 왕과 연관되어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조선 태조 이성계가 왕자의 난 이후 한양으로 환궁하던 중에 지금의 진접면에서 8일을 머물렀다고 해서 이 마을을 팔야리라 부르게 되었고, 이 마을 앞을 흐르는 하천을 '왕이 자고 갔다'고 이름 지었다는 설과 세조를 광릉에 안장한 후 '선왕이 깊이 잠들었다.'라는 뜻에서 부르게 되었다는 설이 있다.
왕숙천은 포천시抱川市 내촌면 수원산에서 발원하여 남서쪽으로 흘러 남양주시와 구리시를 지난 한강으로 흘러드는 37.34㎞의 하천이다. 암천, 덕송천, 갈매천, 불암천, 사릉천, 용정천, 진건천, 오남천, 금주천, 봉선사천, 양벌천, 암현천, 진목천 등 총 13개의 지류를 포함하고 있는 제법 큰 하천이다. 하천을 따라서 광릉, 봉선사, 국립수목원, 동구릉 등 역사적인 유적지와 함께 밤섬 유원지가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흰목물떼새. 멸종위기종 야생생물Ⅱ급. 자갈이 많은 강가나 하천에서 번식한다. 강과 하천의 무분별한 공사로 서식지가 위협받고 있다.

원앙새 수컷(사진왼쪽) 천연기념물 제327호. 텃새인 원앙은 겨울이면 우리나라 남쪽에서 월동을 하는 특성이 있지만 기후 온난화로 이 또한 바뀌고 있다.

햇살이 좋은 겨울에 하천 변을 천천히 거닐면 철새와 함께 한겨울임에도 푸릇한 풀들도 만날 수 있다. 햇볕을 받으려 땅에 딱 붙어 찬바람을 피하고 있는 수많은 로제트식물들이다. 운동을 하거나 자전거도로를 따라 바쁘게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에는 잘 뜨이지 않는, 발밑을 눈여겨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초록식물들이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씩씩하고 의연하게 찬바람에 맞서고 있다. 이런 식물들을 사람들은 ‘로제트식물’이라고 부른다. 로제트식물은 지면에 붙어서 뿌리에서 발생한 잎을 장미모양으로 펼치고 월동하는 식물을 말한다. 땅에 딱 붙어 있어야 겨울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낮에 비치는 짧은 햇빛으로 데워진 땅의 온도를 어느 정도 받기 때문이다. 그 모습이 방바닥에 방석을 깔아 놓은 것 같다고 ‘방석식물’이라고도 부른다. 냉이, 민들레, 꽃다지, 지칭개 등 너무 흔해서 눈길이 가지 않았거나 이름을 불러 줄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식물들일 것이다. 이런 식물들은 겨울을 힘겹게 보내는 대신에 봄이 오면 그제야 싹터서 자라는 식물들 보다 한발 앞서서 꽃을 피우고 결실을 맺을 수 있다.
겨울 왕숙천에서 만나는 로제트식물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달맞이 로제트. Oenothera biennis L.
북아메리카 원산의 귀화식물 전국에 분포한다.


달맞이꽃은 이름처럼 어두운 밤을 기다렸다가 노란색 꽃을 피운다. 대부분의 꽃들이 낮에 꽃잎을 열고 나비와 벌을 불러들이지만 반대로 달맞이꽃은 다른 꽃들이 피지 않는 밤에 눈에 잘 띄는 노란색 꽃을 피우고, 강한 향기까지 더해 나방을 불러 모은다. 달맞이꽃이 우리의 여름밤을 밝히기 시작한 것은 해방 전후쯤 이라고 하니 그리 오래되지 않은 이주역사를 가졌다.

꽃마리 로제트 지치과 Trigonotis peduncularis (Trevir.) Benth. ex Hemsl.
우리나라 전국의 논이나 밭둑. 길가에 분포한다.


꽃마리는 꽃말이라는 다른 이름도 가지고 있다. 꽃대 끝이 돌돌 말려있어서 붙은 이름이다. 밭둑이나 길가에 흔히 자란다. 4월부터 7월까지 부지런히 피는 꽃은 쌀알보다 작아서 곤충들의 눈에 뜨이지 않을까봐 가운데에 노란 점을 만들어 두었다. 꽃을 한꺼번에 피우지도 않는다. 돌돌 말린 꽃대를 조금씩 펴면서 아래에서부터 하나씩 꽃을 피워 올린다. ‘시집 온 새댁이 나물이름 서른 가지를 모르면 굶어 죽는다.’는 말이 있던 시절에는 추운 겨울을 모질게 견뎌낸 꽃마리들이 이른 봄, 나물로 밥상에 오르기도 했다.

지칭개 로제트. 국화과 Hemistepa lyrata Bunge
전국의 길가나 빈터, 밭둑에 분포한다.


지칭개란 이름은 상처 난 곳에 잎과 뿌리를 짓찧어 바르던 ‘짓찐개’에서 유래되었다고도 하고, 또 물에서 자라는 물칭개와 비교하여 땅에서 자란다고 지칭개라는 이름이 유래했다고도 한다. 봄부터 초가을에 이르는 오랜 기간 동안 계속 꽃을 볼 수 있다. 꽃의 모양은 엉겅퀴를 닮았지만 가시가 없고, 꽃의 크기가 엉겅퀴 보다 작아서 구별된다. 밭둑이나 들에 흔하게 자라며 봄에 어린순을 물에 삶아 쓴맛을 우려내어 나물로 해서 먹거나 장아찌를 담가 먹기도 한다. 어린잎은 냉이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쓴맛이 강해서, 먹을 것이 귀하던 시절 이른 봄 어린소녀들이 나물을 뜯으러 가면 친구를 골려먹기 위해 냉이를 가득 캔 친구의 나물바구니에 지칭개를 캐서 몰래 숨겨 놓기도 했다고 한다.

배암차즈기 로제트. 꿀풀과 Salvia plebeia R. Br.
전국의 저지대 습한 곳에 분포한다.


배암차즈기는 뱀이 입을 벌린 모양을 하고 있는 꽃과 자주색 잎을 가진 식물이라는데서 이름이 유래되었다고 한다. 연한 보라색으로 5~7월에 피며, 월동하는 로제트 잎을 늦가을에서 이른 봄에 따서 무쳐서 나물로 먹는다. 경상도에서는 곰보배추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뿌리가 배추뿌리와 흡사하고, 잎이 올록볼록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농촌진흥청은 배암차즈기의 기능 성분을 분석한 결과, 플라보노이드·페놀산 등 주요 기능 성분인 페놀화합물 17종을 확인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익모초 로제트. 꿀풀과 Leonurus sibiricus
전국 각지의 들, 빈터, 밭둑이나 길가에 분포한다.


익모초는 어머니를 이롭게 한다는 이름에서 유래되었다. 꽃은 홍자색으로 7~8월에 피며, 키는 50~100 센티미터쯤 자라지만 높이 1m이상 자라기도 한다. 잎이 쑥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꽃이 피면 쑥과 확연하게 구분이 된다. 여름, 가을에 싹을 틔워 어느 정도 자라다 겨울을 지내고 이듬해 봄부터 급속히 성장한다. 익모초는 이름처럼 실제로 여성들에게 이로운 풀이다. 혈액 순환에 좋은 풀로 여성들의 생리통이나 생리불순에 효과가 있다. 생리불순으로 임신이 잘 안되는 경우에 효과가 있고 또 출산을 한 후에는 자궁 수축을 도와주기 때문에 그야말로 어머니에게 좋은 풀이다.

소리쟁이 로제트. 마디풀과 Rumex crispus L
들의 습지에서 자라며 전국적으로 분포한다.



소리쟁이는 엷은 녹색의 꽃은 6~7월에 피는데 가지 끝과 줄기 끝에서 많은 잔꽃이 층층으 로 돌려 나온다. 가을에 열매가 익으면 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요란한 소리가 나서 붙여진 이름이다. 로제트 식물 대부분이 이른 봄나물로 밥상에 오르듯 소리쟁이 또한 연한 잎은 삶아 나물로 먹고 초무침을 하거나 된장, 매실 진액에 무쳐 먹거나 된장국을 끓여 먹기도 한다. 하지만 시골에서 나고 자란 노인들은 소도 먹지 않는 독초라고 사람이 먹을 수 없다고도 한다. 새순은 미약하지만 독성이 있어서 한꺼번에 많이 먹으면 설사를 하고, 뿌리는 짓찧어서 더덕이나 도라지처럼 나물로 먹을 수 있지만 초산 성분이 있어 한꺼번에 많은 양을 먹으면 탈이 날 수 있어서가 아닐까 한다. 끓 는 물에 살짝 데쳐 맑은 물에 담가서 1~2일 우려내면 이런 문제쯤은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다.

냉이 로제트. 십자화과 Capsella bursa-pastoris (L.) L.W.Medicus
전국 각지의 들에 분포한다.


냉이는 주변에서 가장 흔하게 만나는 식물이며, 겨울을 인내하며 봄을 맞이하는 대표 주자가 아닐까 한다. 3월에서 7월까지 백색의 십자모양꽃이 많이 달린다. 나생이, 나숭개, 나시, 남생 등 지방마다 부르는 독특한 이름이 있으며, 는쟁이냉이, 미나리냉이, 황새냉이, 좁쌀냉이 등 냉이의 종류는 20여 가지나 된다. 봄이면 나물바구니에 가장 많이 담기며 단백질 함량이 매우 높은 채소로 철 분과 칼슘도 풍부하다. 된장국을 끓여 먹거나 데쳐서 나물로 많이 먹는다.

매서운 추위를 견디는 고난의 시간이 지나면 봄은 우리 곁에 성큼 와 있을 것이다. 따뜻한 바람이 살랑 불어오는 어느 날, 하천땅바닥에 웅크리고 있던 풀들이 모든 시련을 떨치고 일제히 일어서는 경이로운 순간을 맞이할 수 있기를...


글 김미애

비영리민간단체 미래환경을 생각하는 모임 대표 및 구리시환경교육센터 사무국장을 지냈으며, 현재는 환경교육 강사로 아이들과 함께 숲에서 뛰어 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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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ormation

  • 경기학광장 Vol.3 _ 2019 겨울호

    발행처/ 경기문화재단 경기학센터

    발행인/ 강헌

    기획/ 이지훈, 김성태

    발행일/ 2019.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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