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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28호 | 다시 마을로, 다시 이웃으로.....!

지지봄봄 10주년, 과거와 미래 사이에서

2년 전, 친구 녀석 하나가 서울의 삶을 버렸다. 딱히 뭐 삶이 팍팍하다거나 도시에 염증을 느껴서 그런 선택을 한 것은 아니었다. 그냥저냥 소소한 통신회사의 이사 직책을 맡고 있었던 녀석은 딱히 큰 재산이라 내세울 것 없는 삶이었지만, 아이 둘을 키우며 도시에서의 생활을 그다지 부족하지 않게 지낼만한 여력이 있었다. 그런 녀석이 어느 날 삶의 가치에 대해 숙고하더니 태안으로 내려갔다.


태안의 한 어촌에 정착한 녀석의 삶은 팍팍했다. 새 삶을 시작하기엔 정작 몇 푼 안 되는 통장의 사정과 지인의 땅에 얹혀사는 처지는 고달프기 그지없어 보였다. 그렇다보니 닥치는 대로 육체노동을 하였고, 졸지에 이주한 동네의 홍반장으로서의 삶을 개척해야만 했다. 다행인 점은 여느 농어촌처럼 이 지역도 젊은 나이의 사람들이 그다지 많지 않았다는 점이다.


‘곧 포기하고 다시 올라오겠지!’라던 친구들의 예상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녀석은 그곳에 굉장히 잘 적응하며 자신의 삶을 유지하고 있다. 평균 연령이 높은 마을의 특성상 젊은 축에 속하던 녀석은 동네의 대소사에 여기저기 불려 다니며 해결해주었고, 그러면서 쌓인 동네 커뮤니티들의 도움 속에서 올해는 낚싯배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녀석은 자신이 생각했던 가치 있는 삶으로의 전환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있다.


지금 녀석은 이따금씩 내게 이런 문자를 보내곤 한다.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건가? 싶을 정도로 편해!”




진강산마을교육공동체


인천시 강화군 양도면에 자리 잡고 있는 ‘진강산마을교육공동체’(이하 진동)는 앞서 말한 친구의 모습처럼 삶의 다양한 가치를 실험해 보고자 뜻을 함께한 사람들의 모임이다. 공동체를 만들고 지난 11년,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실험을 지속해 오며 여러 삶의 모습들을 생산해 보고자 지금 이 순간도 궁리 중인 마을이다.


‘진동’은 이미 몇 해 전 《지지봄봄》을 통하여 소개된 적이 있었다. 무소유의 철학을 실험하고, 자본으로의 가치지향적 사회에 대한 대안적 선택으로서의 공동체를 실험하고자 했던 그들은, 느슨한 연계의 공동체를 구성하여 구성원 하나하나의 다양한 가치를 존중하는 삶을 만들어보고자 의기투합 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그들이 거주하고 있던 지역에 있었던 양도초등학교의 실험적 교육 방식과 자신들의 공동체가 연결되면서 지역적으로 이슈가 되었고, 대안적 교육의 실험은 그 교육을 위하여 마을에 유입되는 주민들과 맞물려 꽤나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이는 ‘진동’이 삶의 공동체에서 교육을 질문해보는 공동체로 변화하는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된다.


유상용 ‘진동’ 대표는 이 지점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공동체라는 것이 꼭 집단의 구성체로만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에요. 매우 느슨한 연결들로 각자의 신념과 철학들을 실험하고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죠. 문제는 이러한 방식은 우리가 실험했던 철학들을 타자와 나누기 매우 어렵다는 단점이 있어요. 그런 면에서 양도초와 함께했던 과정처럼 교육적 실험과 삶의 실험이 같은 공간에서 이루어진다면 유입되는 타자들과 더욱 심도 깊은 논의들을 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 아시겠지만 많은 부모들이 공교육의 일률적 교육방식에 대해 불만들이 있어요. 그 교육들은 아이들 스스로 주체를 찾아내기엔 너무 부족한 교육들이잖아요. 때문에 새로운 교육에 대한 목마름들을 다들 가지고 있었던 것이죠. 그런 면에서 소규모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우리의 교육적 실험들은 매우 유의미했습니다.”


그렇게 ‘진동’은 자신들의 삶의 터에 손님들을 초대하여 계절학교를 진행하고, 캠프를 만들어가며 타 지역의 도시 아이들을 참여시키게 되었다. 이와 같은 과정들은 ‘진동’이 가지고 있는 신념이나 철학들을 자연스럽게 교육과 접목시키며 여러 이웃들을 만들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된다.





보편적 교육의 주체는 누구인가?


이 지점에서 우리는 유상용 대표의 말처럼 우리 사회의 보편적 교육에 대한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인간은 한없이 약한 동물이다. 인간종은 약육강식의 동물적 질서에서 최하층에 근접한 육체를 지니고 있으며, 때문에 인간 하나하나가 자연의 섭리 속에서 그 종을 번식하기란 매우 난감하다. 그러므로 인간은 그 육체적 약점을 강화하기 위하여 공동체 생활을 선택하였다. 이는 꽤나 성공적이어서 현재의 지구는 인간종이 대부분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인류의 성공적 유지에는 교육이 있었다. 인류는 언어를 개발하여 집단의 지성을 후대에 이어주었으며, 그렇게 쌓여온 지식들은 인간이 자연계의 모든 종보다 앞설 수 있는 가장 큰 양분으로 작동하였다. 때문에 개별적으로 한없이 약했던 인류는 집단으로 공동체를 이루며 유일무이한 패자(霸者)로 군림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유지에는 근원적인 문제가 하나 있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인류는 교육을 통하여 집단지성의 유산을 후대에 기록하였다. 이는 굉장히 훌륭한 종족 유지의 방식이라는 점에 이견의 여지가 없다. 다만 묻고 싶은 것은 이 교육이 이루려는 목표의 주체는 과연 인간이라 할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이다. 우리가 행하는 교육의 방향성을 한번 살펴보자.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를 위한 수단으로 교육을 활용하고, 이를 위하여 개인 주체의 흥미와는 상관없는 교육들을 강요받는다. 강요된 교육들의 대부분은 보편적으로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한 기본적 지식 습득과 관련이 있다.


이러한 사실을 직시해 볼 때 인간 공동체의 교육 목적은 거의 대부분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라 할 수 있다. 때문에 교육은 공동체의 구석구석에 사용될 수 있는 인간으로 만들어내기 위해 점점 더 세분화되어 가고 있다. 다시 말해 교육의 주체는 인간이 아니라 공동체의 존속 필요성이라는 합리적 유추가 가능해진다. 이 속에서 인간은 마치 기계의 부속품처럼 사용된다.


이와 같은 교육들은 인간종의 집단 유지에는 매우 적합하지만 개개인의 주체에 대한 탐구에는 적절치 못한 원죄적 부작용을 지니고 있다. 사유의 체계를 이끌어갈 주체의 시선이 공동체에게 집중되어 있으며 개인의 사유는 공동체의 사유에 매몰되기 쉽다. 때문에 삶의 과정 속 어느 시점에서 ‘공동체 주체 속의 나와 주체적 나’ 사이에서 두 주체가 원하는 가치의 지향점이 다르기 때문에 반드시 충돌을 야기하게 된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주체의 전환에 대해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들을 심각히 숙고하게 되는 성장통을 겪는다. 진동과 내 친구 녀석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다시 마을로……


지난 11년 동안 ‘진동’이 실험했던 삶의 전환들은 이제 제법 성공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경제적으로 부유하지 못하지만 이제 제법 삶을 유지하는 것이 가능해지고, ‘진동’이 지니고 있던 가치들은 교육을 통하여 다음 세대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문제는 산재해있다. 공동체 유지의 경제적 여건들은 나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취약하고, 교육을 통하여 만나고 자라왔던 젊은 친구들의 미래는 아직도 난망하다.


유상용 대표는 이에 대하여 이렇게 말하고 있다.

“경제적 제반을 마련하기 위해 지원 사업들도 신청해 진행했어요. 그러나 정량적 평가가 중요한 풍토는 의미의 고찰에 인색해요. 꽤나 훌륭한 의미들을 만들어냈고, 그에 합당한 평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이후 지원이 되지 못하는 거죠. 일자리를 못 만들어내니까! 교육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들이 좋은 교육들로 훌륭한 사유의 청년들로 자라줬는데 사회가 이 청년들을 받아들이지를 못해요. 학벌이나 다른 것들, 사회가 요구하는 것들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이유죠. 그렇기 때문에 이 친구들은 아르바이트로 살아갈 수밖에 없어요. 미래를 계획할 수 없는 겁니다.” 


작년부터 ‘진동’은 이러한 문제들을 인지하고 또 다른 꿍꿍이를 준비 중이다. 진동의 주민들이 가지고 있는 흥미들을 경제적 활동에 포함시키고자, 십시일반 하여 땅을 사고 건물을 지어 빵집과 공방, 식당이 함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이를 통하여 공동체적 경제 모델의 실험과 진동의 교육 속에서 자라온 청년들의 경제적 활동을 마련해줄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를 만들어보기 위함이다.


또한, ‘진동’과 같은 소규모 공동체들의 연계를 준비하고 있다. 강화와 인천에 꽤나 많은 공동체들이 활동하고 있는데, 인접해 있는 각 공동체들마다 지역 내부에서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한 삶의 고민이 서로에게 있었으나 그동안 교류가 활발치 못했기에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많지 않았다고 한다. 때문에 이번 기회를 통하여 서로 도울 수 있는 느슨한 손잡기를 실험해 보고자 구체적으로 준비 중이라고 한다.


인터뷰 말미에 유상용 대표는 ‘진동’의 미래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나는 가끔 우리를 포도송이라고 말을 해요. 포도 한 알 한 알들이 모여서 포도송이가 되잖아요? 한 알 한 알의 의미들이 모여 서로 기대고 있을 때 비로소 한 송이가 만들어지는 겁니다. 한 마을이 이루어지는 것도 포도송이와 같아요. 마을의 원래 의미는 자연과 관계가 서로를 돌보는 것입니다. 지금은 이런 것들이 모두 해체되었죠. 그래서 마을의 회복이 인간성의 회복과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가 하고자 하는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니에요. 다시 마을로, 무늬만 마을이 아닌, 서로가 서로를 돌볼 수 있는 그런 마을로의 회복이 우리가 가고자 하는 곳입니다.”


우리는 언제부턴가 밀접(密接)되었으나 인접(人接)하지 못한 공간 속에서 살고 있다. 그 속에서 우리 모두는 잠재적 범죄자의 낙인을 서로에게 할퀴듯이 남기며 살아가고 있다. 그러므로 ‘진동’이 선택했던 삶의 전환적 실험은 더욱 유의미하다. 지금 우리의 사회가 구성원 개인의 다양한 가치를 인정하고 그들의 가치에 맞는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구조로의 전환이 절실히 필요하기 때문이다.


쉽지 않은 실험을 계속하고 있는 그들에게 응원의 한마디를 전한다.


“다시 마을로……! 다시 이웃으로……!”




- 참고 -

▶ 강화군 양도면의 진강산마을교육공동체> (19호, 2016) 다시보기(클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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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진 '지지봄봄'/ 경기문화재단 경기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에서 2012년부터 발 행하고 있습니다. ‘지지봄봄’은 경기도의 문화예술교육 현장을 가까이 바라보며 찌릿찌릿 세상을 향해 부르는 노래입니다. 문화예술교육 현장이라면 어디든 드라마처럼 펼쳐지는 다양한 삶과 배움의 이야기와 그 안에 감춰진 의미를 문화, 예술, 교육, 생태, 사회, 마을을 횡단하면서 드러내고 축복하고 지지하며 공유하는 문화예술교육 비평 웹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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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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