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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문화재단

엄마는 그림책방 사장님

경기 광주 '그림책방 근근넝넝'

엄마는 그림책방 사장님

경기 광주 '그림책방 근근넝넝'

글과 사진 이혜미 근근넝넝 대표

근근넝넝은 2018년 12월 경기도 광주시에 문을 연 그림책 전문 서점입니다. 책방을 열고 가장 많이 받은 질문 중 하나가 "원래부터 이런 쪽 일을 하셨던 거예요?"입니다. 손님들은 동네에 책방이 생긴 것이 반가우면서도, '도대체 뭘 하던 사람이길래 이런 걸 할 생각을 했을까' 싶었나 봅니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아니오"입니다. 저는 14년 간 회사 생활을 한 평범한 직장인이었습니다. IT 회사에서 뉴스 콘텐츠 업무를 담당했었지요. 어릴 적부터 책을 좋아하긴 했지만 나이가 들수록 책과 조금씩 멀어졌고,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는 일 년에 책 한 두 권 볼까 말까 한 처참한 독서 수준을 기록하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그 당시엔 그림책도 잘 몰랐습니다. 그런 제가 어느 날 갑자기 회사를 그만 두고 책방을 열었습니다. 사연인 즉슨, 많은 워킹맘들이 그러했듯이 저 역시 일과 육아 사이에서 결단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고, '아.. 이렇게 나도 그 흔한 경단녀가 되는 구나' 싶었던 그 순간 '책방'이라는 다른 선택지를 발견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렇게 저는 아이와 함께 일할 수 있는 공간을 꿈꾸며 그림책방 사장님이 되었습니다.


책방을 열기로 마음 먹고 그때부터 그림책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저 역시 아이들 책으로만 인식하고 있던 그림책이 어느 날은 저를 울리기도 하고, 또 어느 날은 웃게도 만들었습니다. 그림책에 대해 점점 많이 알게 될수록 '이건 어른들도 봐야 해. 특히 엄마들이 먼저 봐야 해!'라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여기서 잠깐! '근근넝넝'이 무슨 뜻인지 궁금하신가요? 근근넝넝은 세상에 없던 말로 '모두를 행복하게 한다'라는 뜻을 담아 새롭게 만들어 낸 단어입니다. 근근넝넝에 찾아오는 아이도 어른도 모두 그림책으로 인해 조금 더 행복해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는 그림책을 마음껏 편하게 볼 수 있는 책놀이터가 되고자 했고, 어른들에게는 그림책이 주는 위로와 감동을 느껴볼 수 있는 마음의 쉼터가 되고자 했습니다. 책방에는 3천종 가량의 그림책이 있는데 그 중 60% 정도는 편하게 펼쳐볼 수 있는 샘플북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이 샘플북은 대부분 책방지기가 '내돈내산'으로 마련한 것들입니다) 이건 아이들을 위한 배려입니다. "다른 책은 대형서점 가서 사도 아이들 그림책은 꼭 이곳에 와서 산다"라는 손님들의 말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책방에서 하는 독서모임이나 강연은 주로 어른들을 위한 시간입니다. 그림책이 아이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걸 알려주기 위한 노력이지요. 어른들끼리 그림책을 앞에 두고 얼마나 풍성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지 경험해 보지 않은 분들은 절대 모르실 겁니다.



사실 근근넝넝은 동네보다 온라인에서 조금 더 유명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오픈 초기부터 인스타그램에 1일 1권 그림책 소개를 해왔는데, 그게 벌써 1700권 정도가 되었습니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꾸준히 하다 보니 저의 그림책 추천글을 보고 싶어 하는 분들이 늘어났고, 어느덧 팔로워가 8천 명이 훌쩍 넘었습니다. 물론 팔로워가 많다고 책방이 돈을 버는 것은 아닙니다. 보통은 제가 소개한 그림책을 도서관에서 빌려보시거나, 온라인 서점에서 주문하는 분들이 대다수라는 걸 압니다. 그래도 그 분들 중 몇몇은 직접 근근넝넝에 찾아오기도 하고, 스마트스토어를 통해 책을 주문하기도 합니다. 좋은 책을 소개 받았으니 그곳에서 책을 구매하고 싶다며 택배 주문을 넣어주시는 분들을 만날 때면, 얼굴 한 번 본 적 없지만 그 따뜻한 마음만은 온전히 전해지는 것 같아 고맙고 힘이 납니다. 동네책방은 이렇게 비대면 온라인 세상에서도 정을 나눌 수 있게 하는 신기한 곳인가 봅니다.


모든 책방은 결국 책방지기를 닮아갑니다. 저희 책방에 오시는 분들은 대부분 저처럼 아이를 키우며 살아가는 엄마들입니다. 그중 단골이 되는 분들은 저처럼 엄마이지만 나로서도 살아가고 싶은 분들이지요. 첫째 아이가 4살일 때 책방을 시작했고, 그 사이에 둘째를 낳아 이젠 그 아이가 다시 4살이 되었습니다. 이제 만 5년을 향해가는 근근넝넝.. 여전히 책방은 잘 된다기보다는 간신히 유지하고 있는 수준이지만, 이 공간을 계속 열어놓고 있는 것은 그림책의 힘을 믿기 때문입니다. 누군가 말하길 모든 그림책은 '성장'이라는 키워드를 담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림책을 읽으면 자꾸만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지나 봅니다. 그림책도 책방 일도 하나도 몰랐던 제가, 5년이 지난 지금은 그림책 강사 활동도 하고 책방 창업 강의도 하는 걸 보면 예전보다 뭐라도 나아진 것 맞지요? 꼭 대단한 무엇이 아니더라도 그림책과 함께 조금씩 성장하고 싶은 분들, 근근넝넝에 들려 주세요. 어쩌면 그림책이 당신을 조금 더 행복하게 만들지 모르니까요.

세부정보

  • 그림책방 근근넝넝

    위치/ 경기 광주시 순암로 36번길 56-18 B동 1층 상가

    운영 / 매주 월-토 오전 10시~오후 5시

    / * 수요일 오전 10시~ 밤 20시

    문의 / 010-4861-8328

    온라인 책 구입 /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근근넝넝'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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