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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쓰는사람

오래된 이름, 소래

시흥 없는 시흥을 돌아보다


‘시흥 없는 시흥’이라는 말이 있다. 시흥 없는 시흥이 새삼스럽진 않다. 서울을 둘러싼 많은 위성도시가 시흥과 크게 다를 바 없어서다. 경기 중부의 대부분 도시는 이름과 행정구역이 여러 번 바뀌었고 그러느라 현재의 명칭과 위치로 그대로 이어진 도시의 역사는 짧을 수밖에 없었다. 다만 오늘날의 시흥시는 옛 시흥이 있던 자리를 완전히 벗어난 다른 지역에서 그 이름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 조금 특별하다고는 할 수 있겠다.


조선시대 시흥은 현재의 서울 남서부 지역과 광명시 일대의 고을이었다. 서울시 금천구 시흥동이 옛 시흥의 중심부였다. 현재의 경기도 시흥시와는 가깝긴 해도 행정구역이 겹치지 않는 전혀 다른 땅이다. 일제강점기 이후 시흥군 땅은 현재의 과천, 안양, 안산, 시흥 등의 지역까지 확장되면서 원래 면적보다 배로 더 넓어졌다. 이후 1970년대까지 시흥군 안팎의 지역들이 여러 차례 편입과 분리가 이루어졌으며 시흥군에 속한 땅은 들쑥날쑥 변동이 잦았다. 1973년에야 현재의 행정구역으로 굳혀졌는데 그 이전까지는 부천군 소래면, 안산군 수암면과 군자면이었던 지역이었다.



시흥 월곶포구 일대 풍경 ©시흥시


시흥시 북부를 이루는 소래면은 시흥군 편입 이후 소래읍으로 승격되었고, 1989년 시흥시 승격 이후로는 동 단위로 쪼개지면서 행정구역명으로 쓰지 않게 됐다. 그래도 토박이에게는 소래라는 이름이 익숙하고 일대에 소래포구처럼 동명의 장소들이 포진해 있어서 시민들은 시흥시 북부 지역을 통칭할 때 보통 소래라고 부른다. 나 같은 이방인에게는 소래포구가 익숙한 이름인데 소래포구는 다리 하나를 사이에 두고 시흥 밖 인천에 있다. 소래라는 이름의 대표 격인 장소가 시흥이 아닌 인천에 있어 조금 아쉽다. 시흥의 포구는 원곶포구가 있다. 소래포구에서 강 건너편 곶을 끼고 돌아들면 월곶포구로 둘 사이는 매우 가깝다. 월곶포구는 간척사업으로 넓힌 땅에 조성한 네모반듯한 포구다. 포구 주변은 온통 아파트단지이다. 조금 재미없는 풍경이다.



밀물 때면 바닷물이 들어오는 갯고랑과 시흥갯골생태공원 산책로


포구는 본래 갯벌이었다. 갯벌에 패인 고랑은 내륙 깊숙이 바닷물이 들락거리는 갯고랑의 형태로 발달했다. 다른 곳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내만內灣 갯골로 시흥이 자랑하는 ‘시흥갯골’로 불린다. 시흥갯골은 국가습지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었고 시흥시는 일대를 공원화시켜 생태를 보존하고 관광지로 홍보하고 있다. 시흥갯골생태공원이 있는 자리는 본래 소래염전이었다. 소래라는 이름은 ‘좁은 갯가’라는 뜻의 순우리말 ‘솔애’에서 왔다는 설이 있다. 솔애가 연음화되어 ‘소래蘇萊’가 되었다는 것. 또 다른 설로는 지형이 소라처럼 생겨서 혹은 냇가가 있어 솔내로 불리면서 소래가 되었다고도 한다.


시흥 소래산 마애보살입상


시흥 없는 시흥에는 소래가 있다. 그 이름이 정확히 어디에서 왔는지는 모르지만 바다에서 왔을 수도 있고 산에서 왔을 수도 있다. 그러니까 시흥의 정체성은 시흥갯골생태공원에서, 또 소래산에서 부르는 이름, ‘소래’일지도 모른다.


글·사진 여행작가 유승혜


※ 본 글은 '경기그레이트북스' 시리즈 중 제45권 『너머의 도시들- 경기 중부로 떠나는 시간여행』, <시흥시 : 소래, 소금, 호조, 조개>에서 발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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