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다순

경기문화재단

시민창작시대를 여는 메이커 운동과 공간

샌프란시스코 베이 에어리어의 메이커 페어와 메이커 스페이스 탐방기


『문화정책』은 국내외 문화정책의 동향을 파악하고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이 추진하는 다양한 문화정책의 방향과 내용을 소개하기 위해 2017년 여름부터 경기문화재단이 발행하고 있는 계간지입니다. 본문은 2018년 07월 발행된 『문화정책』 6권 동향보고 내용입니다.


황순주

경기문화재단 지역문화팀장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 그리고 경기콘텐츠진흥원은 최근 메이커문화에 기반한 다양한 시민사회의 공간과 활동이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시민창작문화 관점에서 메이커 운동은 어떤 시사점이 있고 공공 주도 메이커 공간의 성격과 활동의 이슈를 탐구하기 위해 메이커 운동의 발신지인 샌프란시스코 베이 에어리어(Bay Area) 메이커 페어와 메이커 스페이스를 탐방했다.



괴짜들의 잔치에서 대중적인 공유문화로 확산되는 메이커 운동


괴짜들은 관습과 상식의 지배를 덜 받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상식적인 사람들이 당연하게 생각하는 잘못된 생각, 숨겨진 가치, 원리를 발견하고 모순의 해결과 결핍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런 의미에서 괴짜들은 창조자들이며 혁신자들이다. 세계적이고 동시대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메이커 운동은 자유와 존중을 기본 정신으로 ‘창조적 괴짜’들의 꿈과 실천을 공유하는 운동이다. 프로젝트 그룹 ‘플라이 유어 프릭 플래그 하이(Fly Your Freak Flag High, FYFFH)’은 그들의 선언문에서 괴짜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모든 사람은 스스로 온전하고, 특별하고, 독특하며, 그것은 서로 다름이지 ‘틀림’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종(異種)의 결합이 진화를 만들어 낸다.

이미 동시대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메이커 운동은 외로운 괴짜(취미 공학자, 장인, 기술자)에서 시민창작자(만드는 모든 사람들)로 확산되고 있다. 더불어 거대자본에 기반 한 대량생산, 표준화, 범용화 된 상업주의적 공급과 비주체적 소비에 대항해 기술과 공간의 공유, 열린 지식과 소스를 활용한 광범위한 공유문화를 형성해 가고 있다. 이제 무언가를 만드는 행위, 새로운 것을 창작하는 것은 독점이나 특권을 벗어나 문화민주주의적 공유운동으로 확대되고 있는 양상이다.



시민창작시대를 메이커 운동으로 열자


지역문화 분권과 자치의 시대에 가장 핵심이 되는 것은 지역문화의 핵심 동력인 문화시민의 성장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계급적 관점의 문화 중산층이자 생비자로서의 프로슈머인 문화시민들은 지역사회에서 공간과 콘텐츠, 휴먼웨어와 네트워크의 새로운 주인으로 등장해야 한다. 공공은 최소한의 공급을 통해 문화시민의 자생·자활·자립을 지원해야 하고, 중간지원조직은 다양한 시민사회를 네트워킹하고 협업 및 협치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더불어 위로부터 흘러내리거나 중앙으로부터 공급받던 문화정책의 방향이 이제는 내가 직접 스로로 생산하고, 아래로부터 협동하고, 현장에서부터 네트워크 되는 방식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즉, 시민 스스로 나의 삶과 행복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창작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 콘텐츠, 휴먼웨어, 네트워크가 질적으로나 양적으로나 풍성해져야 할 때이다.



메이커 페어의 원조: <메이커 페어 베이 에어리어>


메이커 페어란 ‘자기 스스로 만든 것을 전시하는 박람회’이다. 2006년 미국의 베이 에어리어를 시작으로 전 세계 44개의 나라에서 매년 170개 이상의 크고 작은 메이커 페어가 열리고 있다. 무엇을 만드는 사람, 교육자, 작가, 예술가, 학생, 엔지니어, 기술애호가, 크레프터(Crafter), 동호회 등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한다. 그들은 스스로 메이커라 부르며, 자신의 창작물과 그것을 만드는 과정의 성과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기 위해 메이커 페어에 참여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메이커 페어 베이 에어리어>는 원조 메이커 페어이자 가장 규모가 큰 플래그십 메이커 페어로 알려져 있고 그 이외에도 뉴욕, 중국 심천, 낭트, 로마 등이 유명하다. 샌프란시스코 산 마테오 이벤트센터에서 열린 2018년 페어는 사전 공개일을 포함 3일간, 9개 이상의 섹션과 800개 이상의 전시작품과 부스가 열렸다.


⓵ 메이커 사우스: 새로운 차원의 대체 교통수단을 만나보기. 외부전시장으로 움직이는 작품들을 중심으로 한 행사나 이벤트들이 주로 열림. 키네틱 아트(물리학·기술적인 원리를 이용한 예술작품), 로보틱스 기술이 들어간 작품, 레이싱 카드 경기대회, 구동원리가 뒤바뀐 이상한 자전거 체험, 거품 로켓 등, 주로 ‘움직이는’ 작품들이 주를 이룬 공간

⓶ 메이커 엑스포: 최신의 전자기기, 3D 프린팅, 디지털 제조 메이커를 위한 기업전시 중심, 드론, 피지컬 컴퓨팅, 3D 프린팅, 디지털 제조 중심 공간, 아두이노, 마이크로칩, 킥스타터 등 메이커 관련 기업들의 부스들이 모인 공간, 디지털을 중심으로 메이커 및 기업들의 한 기술들이 전시되고 상품판매도 동시에 이루어짐

⓷ 러닝 랩: 학생과 청년 메이커들의 작품 및 체험 존 중심, 장르와 종류를 막론한 새로운 작품 중심, 주로 개인 부스들이 위치하며 핸드메이드 3D 프린팅, 도예, 종이접기 등 다양한 메이킹을 시연하고 체험해볼 수 있음. 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메이커 스페이스가 있는 기관·박물관들의 참여

⓸ 플레이 랜드: 움직이고 즐기는 새로운 공간. 자동으로 움직이는 로봇들의 레이싱, 손으로 움직이는 새로운 장난감, 거대한 풍선 탑, 훌라후프, 로봇들 등 새로운 메이커들의 작품의 공간

⑤ 메이커 웨스트: 로봇, 공예가, 장인들과 예술가들의 공간. 로봇 부스 및 샌프란시스코 바자마켓, 움직이는 대형 로봇, 더 크루시블 등

⑥ 스테이지 센터: 메이커 문화의 리더들이 참여하는 스피치 무대

⑦ 메이크 타운: ‘MAKE’가 무엇을 하는지 배우다, 메이커 커뮤니티 공간, 페달을 밟아 음악을 연주하는 연주가, 구글의 AIY 판매부스 등

⑧ 홈 그로운 빌리지: 지속가능하고 기술적인 도시 농업을 선보이는 공간, 새로운 농법, 치즈, 잼, 초콜렛 등 새로운 음식과 메탈아트, 증기 열차 등 기술 ⑨ 믹스드 리얼리티: 가상현실 기술을 통한 현실의 확장, VR·AR 기기, 3D 이미지 등


메이커 페어는 남녀노소 구분하지 않고 즐길 수 있는 볼거리와 체험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어 가족단위의 방문객이 주를 이루고 있다. 메이커들은 자신의 제품을 만드는 과정을 상세하고 소개하며 다른 사람들과의 공유 활동을 활발하게 진행하느라 즉석에서 다양한 토론들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그들은 자신의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에너지를 쏟아 만든 작품이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또 공감해주는 것을 가장 큰 보상으로 여기고 있었다. 더불어 메이커들은 자신들의 제품을 상품화해서 판매하기도 하는데 특히 농업제품, 수공예품, 3D 프린터 제작물 등이 인기가 있었다.



어린이 팹랩이 있는 박물관: 베이 에어리어 디스커버리 뮤지엄


베이 에어리어 디스커버리 뮤지엄(Bay Area Discovery Museum)에서는 미군 기지를 리모델링해 재사용하고 있는 뮤지엄은 영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팹랩(Fab Lab)을 최초로 운영하고 있다. 어린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창의성을 기르는 것을 교육철학으로 삼고 있으며, 아트 스튜디오, 팹랩, 메이커랩, 우드워킹, 사이언스 등을 운영하고 있다. 팹랩에서는 어린이들이 태블릿 PC를 이용한 간단한 드로잉을 하고 이를 레이저 커터, 3D 프린터를 활용해 프로토 타입을 제작한다. 이는 학교교육에서 할 수 없는 고가의 장비를 활용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어린이들에게 스스로 결정하고 실수와 실패를 거치며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체험을 제공하고 있으며 팹랩 전문 에듀케이터가 근무하고 있다. 박물관 교육 체험 프로그램에 팹랩을 활용한 사례이다.



베이 에어리어 디스커버리 뮤지엄의 팹랩



고전적 박물관 형태를 벗고 메이커 스페이스로 변신한 박물관: 익스플로러토리엄


익스플로러토리엄(Exploratorium)은 1969년 원자폭탄을 개발한 로버트 오펜하이머 박사의 동생이자 물리학자인 프랭크 오펜하이머 박사가 샌프란시스코에 개관한 과학관이다. 100년 이상 부두 선창으로 쓰이던 건물을 12년의 준비기간과 3년에 걸친 공사 끝에 박물관으로 재탄생 했다. 하루 평균 4천명, 연간 140만 명이 방문하고 있는 세계적 과학관이다. 650여개의 과학, 예술, 자연 등의 콘텐츠들이 호기심을 자극하고 창의력을 신장하는 체험형 전시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전시개발관은 연구진들이 자신들의 연구 성과물을 직접 제작하는 공간인데, 메이커 스페이스 관점에서 공간을 재해석하자면 근대 박물관의 전시와 관람 방식을 벗어나 박물관 전체를 커다란 창고 형태로 유지하면서 연구진(메이커)들의 연구가 실시간으로 진행(실험·실습)되고 그 결과를 전시물(공유)의 형태로 관람하게 하는 방식으로 볼 수 있다. 지식과 자원을 독점하고 수혜방식으로 전시 콘텐츠를 제공하는 근대적 박물관 방식이 아니라, 연구진들의 연구와 제작 동기를 유발하고 보다 적극적으로 관람자와 공유하고 소통하는 형태의 박물관으로 한국의 박물관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겠다.



예술창작공간에서 메이커 스페이스로 변화: 더 크루시블


불을 사용한 모든 창작이 가능한 아날로그 창작공방 더 크루시블(The Crucible). 약 5,000㎡에 달하는 공간의 입구에 들어서자 뜨거운 열기와 쇠망치 소리, 장비의 굉음이 맞이한다. 1999년 마이클 스투르츠에 의해 설립되었으며, 공공예술 프로젝트, 성인 및 어린이 대상 체험 프로그램 등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 20년 동안 쇠와 불을 소재로 예술기반의 창작공간을 운영하였지만 역동적으로 지역사회와 공유하는 메이커 스페이스로 변화된 사례이다. 연간 운영비 300만 달러 중 자체수입 70%와 기부 30% 비율로 운영되고 있으며, 비영리 운영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수익을 위한 다각적인 사업도 펼치고 있는 중이다. 지역사회와 공유하는 활동을 고민하다가 자전거 랩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조각가 출신의 매니저인 로브 니어링은 더 크루시블의 미션이 뭐냐는 질문에“우리의 미션은 돈벌이가 아니라 사회의 창의성과 영감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2018년 메이커 페어에서도 현장을 뜨겁게 달구었던 팀이다.




더 크루시블의 로브 너링



창조적인 사람들을 위한 메이커 스페이스: 해커 도조


해커 도조(Hacker DOJO)온라인 큐레이션 플랫폼 핀터레스트가 탄생했던 해커 스페이스. 2009년 설립된 메이킹, 코워킹 스페이스이다. 엔지니어, 예술가, 과학자, 활동가, 기업가 및 창조적 사람들의 커뮤니티이며, 협업을 위한 사회적 시설이다. 메이커 스페이스, 워크 스페이스, 전자기술 공간 등으로 구성되어 있고‘만나다-배우다-해킹하다(Meet-Learn-Hack)’를 기본 미션으로 한다. 24시간 오픈 운영을 원칙으로 한다. 공간운영 비용의 90퍼센트를 250여명의 맴버십으로 충당하고 있다. 메인 스페이스는 공유공간이며 다양한 독립공간으로 구획되어 있어 활용도가 높다. 쾌적한 공간과 고가의 장비들만을 갖춘 한국의 일부 메이커 스페이스들과 대비되는 점이 있다.



해커들의 ‘쉐어’와 ‘헬프’ 공간: 노이즈브릿지


노이즈브릿지(Noisebridge)는 나눔, 창조, 협력, 연구, 발전, 모니터링, 학습을 위한 공간을 운영하는 커뮤니티이다. 공간은 전자기술랩, 우드샵, 기계·메탈 워킹샵, 바느질·공예재료, 교실 2곳, 뮤직 메이킹 공간, 컨퍼런스 공간, 도서관으로 구성됨. 직원이나 스텝이 운영하는 방식이 아니라 참여자 모두가 합의하고 봉사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형태이다.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이며 멤버십 비용은 없고 이용료와 내외부 기부제도를 활용해 운영비를 충당하고 있다고 한다. 이번 샌프란시스코 메이커 페어에서 게임 생중계 장비로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특별 인터뷰

메이커 문화: 함께 성장하며 서로 돕기

사라 리, 베이 에어리어 디스커버리 뮤지엄 어린이창의센터 연구자문위원

에드워드 초드리, 해커 도조 디렉터

논단

메이커 운동

정희, 블로터앤미디어 메이크코리아팀 팀장 / <메이크:> 편집자 및 <메이커 페어 서울> 기획자


제작문화를 둘러싼 지형

송수연, 언메이크 랩/작가


무한상상실 사례로 본 공공기관의 메이커 문화 확산

유만선, 국립과천과학관 연구관

동향보고

시민창작시대를 여는 메이커운동과 공간

황순주, 경기문화재단 지역문화팀장


제 6회 경기문화재단 문화정책포럼

메이커 문화, 스마트 시민



세부정보

  • 『문화정책』은 국내외 문화정책의 동향을 파악하고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이 추진하는 다양한 문화정책의 방향과 내용을 소개하기 위해 2017년 여름부터 경기문화재단이 발행하고 있는 계간지입니다. 본문은 2018년 07월 발행된 『문화정책』 6권 동향보고 내용입니다.

  • 문화정책 vol.6

    발행인/ 설원기, 경기문화재단 대표이사

    편집기획/ 경기문화재단 정책실

    편집위원/ 김현태, 김성환, 안경화, 윤가혜, 조은솔

    번역/ 장유경

    디자인/ 홍디자인

    인쇄/ 가나씨앤피

    발행처/ 경기문화재단

    발행일/ 2018.07

    이 책의 저작권은 경기문화재단과 필자들에게 있습니다.

@참여자

글쓴이
경기문화재단
자기소개
경기 문화예술의 모든 것, 경기문화재단
누리집
http://www.ggcf.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