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다순

걷고쓰는사람

조선시대 아이돌 스타는 왜 청룡사에 머물었을까

바우덕이와 남사당패의 본거지, 안성 청룡사

조선시대 아이돌 스타는 왜 청룡사에 머물었을까안성시 마스코트는 남사당패의 최초 여성 꼭두쇠(단장)인 바우덕이다. 조선 후기 남사당패는 서민층에서 자연스럽게 생겨 난 대중연예집단으로 풍물(농악), 어름(줄타기), 버나(대접돌리기), 덧뵈기(가면극) 등 다양한 연희를 선보이던 재주꾼들이었다. 조선시대, 삼남의 장사꾼들이 다 모였던 교통의 요충지이자 한양의 첫 관문이었던 안성장은 그들의 상설 공연장이자 전국 순회공연을 나서기 좋은 베이스캠프였다.청룡사에서 가까운 바우덕이사당2005년 개봉한 영화 <왕의 남자>의 주인공들이 바로 남사당패로 활동하는 예인들이다. 본래 남성 중심의 집단이었던 남사당패에서, 그것도 집단 전체를 이끄는 우두머리를 여성으로 추대했다는 점은 그만큼 바우덕이의 실력이 출중했음을 의미한다. 바우덕이의 본명은 김암덕으로 그는 5세에 남사당패에 입단해 15세에 여성 꼭두쇠가 되었다. 요즘으로 치면 아이돌 스타급이었을 것이다. 안성시는 2001년부터 바우덕이를 이름으로 내건 축제를 매년 개최하면서 고장의 아이콘으로 밀어왔다. 주말에 안성맞춤랜드 내에 있는 남사당공연장을 방문하면 오후 2시에 열리는 남사당공연을 볼 수 있다.청룡사 문간채 모습 청룡사를 이야기할 때 바우덕이와 남사당패에 대한 설명은 필수적이다. “안성 청룡 바우덕이…”로 시작하는 바우덕이 속요에서 알 수 있듯 바우덕이와 청룡사는 아주 밀접한 관계다. 청룡사로 가는 길목에 바우덕이묘가 있다. 청룡사에서 직선거리로 1km쯤 떨어진 자리인데 묘지에서 산 쪽으로 쭉 올라가면 불당골이라는 골짜기다. 바우덕이는 공연이 없을 때 청룡사나 그 옆 불당골에서 지냈다고 전해진다. 청룡사는 바우덕이를 비롯한 남사당패의 본거지였다. 남사당패는 봄과 여름, 가을에 공연하고 추운 겨울에는 청룡사에 머물며 그 다음해를 준비했다. 사찰 입장에서도 이들의 숙식이 반가웠다. 바우덕이패가 공연을 하며 음식과 현금을 조달해주었기에 재정적인 어려움을 타파할 수 있었다. 청룡사 대웅전 전경 남사당패가 아니더라도 청룡사는 왕실의 원찰로 중요한 역할을 했던 안성시의 대표 사찰이었다. 유근자 교수가 지난 기사에 소상히 다루었듯 고려 말부터 조선 후기에 이르기까지 왕실과 직접 교류했던 사찰이었다. 그러고 보면 청룡사는 왕실 사람들은 물론 천민 출신의 남사당패까지 품어주었던, 신분 계층에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열린 절이었던 것 같다. 청룡사 남사당패의 명성은 황석영의 장편소설 『장길산』에 등장하면서 더욱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청룡사 목수가 후대 사람들을 위해 남겨둔 것 경내는 남사당패의 흥겨운 여섯 마당은 전혀 상상할 수 없이 고요하다. 무릇 소란스러운 산사는 없지만, 남사당패 본거지로 알려진 절이다 보니 공연을 마치고 전각 어딘가에 고단한 몸을 뉘었을 단원들을 떠올리게 된다. 서운산 자락, 개울 옆에 아늑하게 자리한 청룡사는 고려 원종 6년(1265년)에 창건해 이후 1300년대 중반 나옹선사가 크게 중창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창 당시 푸른 용이 상서로운 구름을 뚫고 나타나 절 이름을 청룡사(靑龍寺), 산 이름을 서운산(瑞雲山)이라고 지었다고 한다. 그전에는 대장암(大臧庵)이라고 불렸다.청룡사 명부전과 산신각 문간채로 들어서면 전면에 대웅전이 등장한다. 남사당패가 알고 가면 좋은 청룡사의 역사적 배경이라면 대웅전은 모르고 가도 눈에 띄는 청룡사의 상징이다. 보물 대웅전은 주요 부재의 노후화로 인한 건물 전체의 변형 문제로 대대적인 보수를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지난 2019년 6월에는 ‘목재 곡자’가 출토되기도 했다. 곡자는 전통건축에서 목‧석재의 길이를 측정하거나 기준선이 필요한 작업에 쓰인다. 이번에 발견한 곡자는 대웅전 뒤쪽 기둥 하부와 초석 사이에 놓여있었다. 곡자 주변에 습기 조절을 위한 건초류와 고운 황토가 있었음을 보아 대웅전 건립 시기인 150여 년 전, 당시 목수가 건물의 치수 단위를 후대 사람들이 알 수 있도록 일부러 놓아두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 의미 있는 발견은 대웅전이 얼마나 정성스레 지어진 건물인지 실감케 한다.청룡사 구경의 8할은 대웅전 방문자들의 시선이 가장 먼저 닿는 곳이 대웅전의 기둥이다. 전혀 가공하지 않은 아름드리 노송을 전각 기둥으로 세워 자연스러운 선을 살렸다. 이를 도랑주라고 하는데 조선 후기 자연주의 사상이 대두되면서 살림집과 사찰 등에 많이 사용되었다. 서산 개심사의 심검당, 구례 화엄사 구층암의 요사채 등에서도 도랑주를 볼 수 있다. 두껍다가 가늘어지고, 일직선이다가 휘어지는 기둥은 마치 건물이 살아서 율동하는 듯 생동감을 부여한다. 일률적이지 않은 둘레와 모양의 기둥에 맞춰 건물을 지으려면 꽤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야 했을 것이다.대웅전 동쪽 도랑주의 모습 . 사진=국가유산청 한편 자연 그대로를 살린 건물 하부와 달리 지붕 부분은 매우 화려하고 세밀하다. 날개를 활짝 편 듯한 다포계 양식 팔작지붕, 연꽃과 태평화 등 화려한 꽃으로 가득 채운 공포와 외벽 채색, 그리고 연꽃봉오리로 장식한 처마 밑 공포 쇠서에 이르기까지 장식 효과가 두드러진다. 건물 양쪽 추녀 끝에는 금강역사가 칼을 들고 서 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는데 다른 사찰에서는 볼 수 없는 그림이다. 잡귀의 침입을 막고 부정을 다스리는 의미로 그려 넣은 듯하다. 법당 안에는 석가모니불을 중심으로 제화갈라보살과 미륵보살이 모셔져 있다. 과거, 현재, 미래의 부처가 나란히 자리한 불단 위로 화려하게 꾸민 닫집이 보인다. 천장은 서까래가 그대로 노출되어 시원스럽고 입체적이다. 한쪽에는 보물 제11-4호로 지정된 청룡사 동종이 있다. 현종 15년(1674)에 주조된 범종으로 당시 주종장으로 유명했던 승려 사인비구가 제작한 8개의 범종 중 하나다. 대웅전을 마주 보고 왼쪽으로 가장 바깥쪽에 자리한 관음전에는 1682년 제작된 감로탱이 있다. 감로탱은 조상의 극락왕생을 위해 그리는 불화로 청룡사 감로탱은 보물 제1302호로 지정되었다. 몸체를 금가루로 칠한 아미타여래를 비롯한 부처와 보살들의 모습, 생동감 있게 묘사된 속세의 여러 장면을 유려한 필선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감로탱 하단에는 노래하고 춤추며 재주를 넘는 연희패의 모습도 보인다. 그림 속 연희패는 고작 다섯 명 정도 되는 소박한 규모지만 남사당패의 시초로 볼 수 있다. 청룡사 감로탱보다 늦은 시기인 1898년 제작된 파주 보광사 감로탱에는 남사당패가 줄타기 공연을 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기도 하다. 두 곳의 천년고찰을 품은 서운산 불자나 연구자가 아닌 다음에야 청룡사는 대웅전을 보면 사찰의 8할을 다 봤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일단 사찰의 규모가 작고, 그에 비해 대웅전은 웅장한데 또한 건물 내외부에 주요 볼거리가 몰려 있기 때문이다. 청룡호수 전경사천왕문을 통해 가람을 벗어나 조금만 걸어 내려오면 왼쪽으로 개울 다리를 건너 청룡사 부도군을 볼 수 있다. 산 방향으로 좀 더 들어가면 바우덕이사당과 동상이 있다. 청룡사를 통해 서운산 등산로를 올라 산행을 즐길 수도 있다. 서운산은 해발 547m로 산세가 유순해서 초보 등산가들도 크게 힘들이지 않고 오르내리는 산이다. 산길을 통해 반대편에 있는 석남사까지 걸어갈 수 있다. 신라 때 창건한 석남사는 칠장사, 청룡사와 더불어 안성의 3대 사찰로 꼽히는 천년고찰이다. 두어 시간이면 산행과 더불어 두 곳의 절을 두루 구경할 수 있으니 좋다. 여유가 있다면 청룡사-석남사 마애여래입상-석남사 트레킹 코스를 걸어보길 추천한다. 청룡사 진입로에는 서운산에서 내려온 계곡물이 합쳐진 청룡호수가 있다. 고요하고 잔잔해서 제법 분위기가 좋은 호수다. 오리배, 모터보트, 수상스키 등 수상 레포츠를 즐길 수 있으며 진천 방향 38번 국도는 운치 있는 드라이브 코스로도 유명하다.여기도 가보세요청룡사 인근에 있는 팽나무골 곤드레밥집은 돌솥 곤드레밥 정식 전문점이다. 심심하게 무친 나물과 조기구이, 훈제오리, 신선한 겉절이 등의 정갈한 찬과 된장찌개를 돌솥 곤드레밥과 함께 내어준다. 곤드레밥은 양념간장이나 강된장과 비벼 먹는다. 글·사진 여행작가 유승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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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농업박물관

국립농업박물관 기획전 <탄수화물 연대기>

보리, 밀, 옥수수로 보는 라이프스타일의 변화

국립농업박물관(관장 오경태)은 11월 8일부터 2026년 3월 8일까지 기획전 ‘탄수화물 연대기’를 개최한다.이번 전시는 총 3부로 구성되어, 보리, 밀, 옥수수 등 친숙한 곡물을 통해 광복 이후 식문화의 변화상을 살펴보고, 세대별로 곡물에 얽힌 기억과 가치를 재조명한다.전시 도입부인 프롤로그에서는 지난 100년간 사회 변화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영상이 대형 브라운관 TV에서 상영되어 이번 전시의 주제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제1부 ‘탄수화물의 어제’에서는 농경의 시작과 함께 인류 생존에 필수적인 에너지원으로 자리 잡은 보리, 밀, 옥수수의 기록을 조선 시대 고서부터 근현대 인쇄물에 이르기까지 살펴본다. 주요 전시품으로는 △보리의 중요성을 설명한 『농사직설(조선)』, △옥수수 를 ‘옥슈슈’라 표기한 『역어유해(조선)』, △광복 전후의 식문화 를 보여주는 『우리나라 음식 만드는 법(1957)』 등이 있다.제2부 ‘탄수화물의 대명사들’에서는 광복 이후 급격한 사회 변화를 겪으며 세 곡물이 지닌 의미와 가치가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보여 준다. △6·25전쟁 이후 원조 물품으로 들어온 밀가루 포대(1950 년대), △1970년대 정부가 배포한 『보릿가루 조리법(1974)』 책자, △옥수수 탈립기(1960~70년대) 등 시대별 자료를 통해 곡물이 우리의 식생활에서 차지한 자리를 생생히 전한다.제3부 ‘탄수화물의 오늘과 내일’은 오늘날 곡물의 인식 변화와 현대 식문화의 흐름을 조명한다. △한때 주식이었던 보리는 건강과 힐링의 곡물로, △밀은 제2의 주곡으로 식문화의 유행을 주도하는 식재료로, △옥수수는 간식이자 미래 식량으로 자리한 과정을 영상과 자료로 소개 한다.전시의 마지막 에필로그에서는 관람객이 선호하는 곡물을 직접 선택 하고, 다른 관람객들의 결과를 함께 볼 수 있는 인터랙티브 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또한 1970~80년대 인쇄물 느낌을 살린 체험 활동도 함께 구성해 세대 간 공감과 추억을 나누는 시간을 제공한다.전시 개막일인 11월 8일(토)에는 전시를 기획한 큐레이터가 직접 진행하는 전시해설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전시에 담긴 기획 의도와 유물의 의미를 깊이 있게 들을 수 있다.오경태 국립농업박물관장은 “한 해의 수확을 마무리하는 11월, 우리 식문 화의 근간이 되어온 곡물들을 통해 삶의 변화를 되돌아보고, 여러 세대가 함께 방문해 기억과 이야기를 나누는 전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2025. 11. 8 - 2026. 3.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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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문화재단

무장애 특별기획전 《중국에서 그려 온 초상 使行肖像》

전의이씨 후손에게 기증받은 이덕수 초상 유복본·관복본 최초 공개

▶ 2024년 3월 전의이씨 청강공파화수회·지범공파화수회에서 기증한 33건 36점 중 이덕수 초상 2점을 2025년 보존 처리를 거쳐 11월 특별기획전에서 최초 공개 ▶ 현존하는 이덕수 초상 4점을 한자리에 선보여, 18~19세기 초상의 흐름을 한눈에 확인경기문화재단 실학박물관(관장 김필국)은 오는 11월 19일(수) 청풍김씨 문의공파와 전의이씨 청강공파 후손들이 기증한 초상으로 무장애 특별기획전 《중국에서 그려 온 초상使行肖像: 순간의 기록에서 영원한 기억으로》를 개최했다. 이번 전시는 2008년 기증된 ‘김육 초상’과 2024년 기증된 ‘이덕수 초상’을 중심으로, 조선시대 사행 초상이 지닌 역사문화적 의미를 새롭게 조명하고자 마련되었다.전의이씨 가문은 조선시대 문·무를 겸비한 실무관료를 배출한 명문가로, 청렴한 관직 활동을 기반으로 ‘청백리 집안’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중 이덕수(李德壽, 1673~1744)는 영조대의 탕평 정책을 지지하며 대제학을 역임한 인물로, 성리학뿐 아니라 도교·불교까지 통섭한 박학과 문장으로 이름이 높았다. 지난해 박물관은 후손들이 보관해 온 가문의 보물 33건 36점을 기증받았으며, 이 가운데 유복본과 관복본으로 이루어진 이덕수 초상 2점이 있어 주목된다.〈이덕수 초상 유복본〉○ 조선 문사(文士)의 품격을 담은 이덕수 초상, 중국본과 한국본의 만남〈이덕수 초상 유복본〉은 1735년 청나라 화가 시옥(施鈺)이 그린 전신좌상본으로, 화면 좌측 하단 “宗眞殿挍書兼內閣纂修施鈺, 爲東國李太史寫照” 제기를 통해 제작 시기와 화가가 명확히 확인된다. 반면 〈이덕수 초상 관복본〉은 조선 화가 장학주(張學柱)가 그린 반신상으로, 『사진소발』 기록에 따라 1743년 70세가 되어 기로소에 입소한 뒤 동갑인 윤양래(尹陽來, 1673~1751)와 함께 초상화를 제작했다고 밝혔다. 두 초상은 청나라와 조선이라는 8년의 시차를 두고 마주한 하나의 인물을 그렸다는 점에서, 동시대 양국의 화법·장황·기술을 비교할 수 있는 귀중한 사례로 평가된다.○ 보존처리를 통해 되살아난 원형기증 당시 두 작품은 오래된 배접과 화학 접착제로 인해 전체 화면이 굽어 있었으나, 보존처리를 통해 본래의 장황을 다시 밝히고 원형을 회복했다. 이를 통해 중국 화가와 조선 화가가 남긴 화면 구조·색층·묘사 방식의 차이가 명확히 드러났으며, 사행 초상이 지닌 국제적·기술사적 가치를 다시 확인할 수 있다. 〈이덕수 초상 관복본〉○ 현존 4점의 이덕수 초상, 한자리에 모이다이번 전시는 실학박물관 소장 2점 외에도 화성시역사박물관의 〈이덕수 초상 유지초본〉과 일본 덴리대학교도서관 소장 〈 이덕수 초상 장첩본(영인본)〉을 함께 선보인다. 이로써 18세기부터 19세기까지 이어진 현존 4점의 이덕수 초상이 한 공간에서 완성도의 흐름을 보여준다.〈이덕수 초상 유지초본〉 은 70세 기로소 입소 기념으로 그려진 1743년 〈이덕수 초상 관복본〉과 상당히 유사하다. 오사모에 단령을 입은 모습이 동일하며, 얼굴의 이목구비는 작으며, 유난히 미간이 좁다. 수염은 매우 풍성하고 길어, 이덕수의 개성적이고 특징적인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관복본을 제작하기 위해 만들었던 초본일 가능성이 높다.〈이덕수 초상 장첩본(영인본)〉〈이덕수 초상 장첩본(영인본)〉은 현재 일본 덴리대학교 도서관에서 『한국명인초상화대감韓國名人肖像大鑑』 총 4권의 장첩본 중 두 번째에 속해 있다. 초상 화면 우측 상단에는 “李判書 德壽字      聖必癸丑生全義人壽七十二” 판서 이덕수의 자는 성필이며 계축년에 태어난 전의이씨로 향년 72세임을 알 수 있다. 초상 속 시복(일상적인 공무수행을 위한 관복)을 입은 채 삽금대(금장식의 허리띠)를 착용한 이덕수는 긴 수염과 마마 자국 등 세밀한 묘사를 더했다. 18세기 초에 제작된 유지초본과 더불어 1743년 기로소 입소 기념으로 그려진 유복본과 상당히 유사하다. 19세기까지도 이덕수 초상이 지속적으로 그려짐이 확인된다. 이는 모본을 삼아 제작하는 초상의 특징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에 속한다. 이덕수는 1735년(영조 11), 건륭제 즉위에 따른 축하 사신단의 부사로 선발되어 생애 단 한 번 중국을 다녀왔다. 그해 겨울, 그는 북경에서 화가 시옥에게 자신의 초상을 의뢰하였다. 이 과정은 그가 남긴 『서당사재』 권4 「사진소발」에 상세히 기록되어 있으며, 사행 초상이 지닌 내적 맥락을 생생하게 전해준다. 그는 여정 중 눈병을 앓아 초상 속 눈과 입의 표현이 완전히 닮지 않았다는 지인들의 반응까지 적어 두었고, 이러한 기록은 초상이 단순한 초상이 아니라 ‘삶의 일부를 그대로 품은 역사적 장면’임을 보여준다. 이번 특별기획전 《중국에서 그려 온 초상使行肖像: 순간의 기록에서 영원한 기억으로》은 한 시대를 살았던 한 인물의 얼굴이 어떻게 시간과 국경을 넘어 오늘에 이르렀는지 보여주는 자리이기도 하다. 초상은 단순히 외모를 재현하는 그림이 아니라, 한 시대의 정신·정치·문화가 스며드는 총체적 기록이자 한 인간의 존재가 지속되기를 바라는 마음의 형상화다. 이번 전시를 통해 초상이라는 형식이 지닌 시간적 깊이와 문화사적 가치를 관람객과 함께 나누고자 한다.문의 실학박물관 누리집 바로가기 

2025. 11. 19 - 2026. 3.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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